현행 도시재개발 사업에 대해
현행 도시재개발 사업에 대해
  • 송양현
  • 승인 2011.06.1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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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주거복지 차원의 새로운 주거복지사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59회기 1차 실행위원회에서 예장(통합)의 재개발 지역 내의 교회 문제에 원활히 대처하기 위해 ‘도시재개발 지역교회 문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건의안을 심의하여 재개발 지역 내의 교회 문제 만이 아니라 도시재개발 지역 전체의 문제를 다루는 <도시재개발 지역과 교회문제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4월 8일 1차 위원회에서는 위원장 : 차준섭 신부(성공회) / 서기 : 김찬형 목사(예장) / 위원 : 박경양 목사, 김성훈 목사, 이기용 사관, 배지용 목사, 엄진용 목사를 위촉하였고, 전문위원 약간 명을 두기로 했으며 지난 5월 12일(목) 도시재개발 관련 1차 간담회를 통해 재개발을 오직 건설사와 조합의 배를 불리기 위하여 행해지는 공동체 파괴의 폭력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이제까지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전면철거와 전면시행의 재개발 방식은 즉시 멈춰야 하며, 마을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대안을 찾아야 하고, 교회는 이제껏 공동체의 파괴로 인하여 흘려진 눈물을 외면하고 재개발을 교회성장의 원동력으로만 이해했던 이제까지의 인식을 회개하고 이제부터라도 모든 교회들이 동참하여 재개발로 인한 아픔을 위로하고 마을을 살림으로서 교회를 살리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함께 나아가야 함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6월 16일(목) 2차 간담회를 진행하며 현재 도시재개발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현행 도시재개발 사업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도시재생‧주거복지 차원의 새로운 주거복지사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너희 땅을 묵히는 것은 너희 뿐 아니라 너희 집에 머무는 너희 남종과 여종과 품꾼과 식객까지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다...... 땅은 아주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다. 땅은 내 것이요, 너희는 나에게 몸 붙여 사는 식객에 불과하다...... 나 야훼가 너희의 하느님이다.” (레위기 25:1~23)

멀쩡한 마을들이 망가지고 주민들의 한 서린 통곡의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십 수년을 살며 삶의 질곡을 함께 넘어왔던 마을공동체가 파괴되어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 이웃사촌이 원수가 되었습니다. 비록 많이 가지지는 못했지만 함께 정을 나누며 살던 마을공동체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 더 싸고 더 취약한 곳을 찾아 헤메다 겨우 삶의 터전을 잡고 정착할 때쯤이면 또 재개발이라는 악몽이 다가와 길거리로 내쫓기는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재개발은 사람이 중심이 아니라 자본이 중심이 되는 반인권적인 사업입니다. 재개발은 사회적 약자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주거권을 빼앗아 가버리는 반면, 일부 사람들에게만 재개발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불평등한 사업입니다. 이렇게 재개발은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여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전면철거 전면시행의 방식을 고수해 온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철거 및 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UN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행해지고 있는 재개발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또한 전면철거 전면재건축의 시행방식, 대단위 택지개발 후 일률적으로 대형 아파트 단지를 세우는 현행방식은 심각한 환경파괴를 야기하고 있으며, 향후 돌이킬 수 없는 환경문제를 낳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미 군포 금정, 평택 안정, 안양 만안, 경기 오산뉴타운 등의 사업이 무산되었거나 정상추진이 어려워 보입니다. 서울의 25개 뉴타운사업 지구도 주민들의 반발로 정상적인 추진은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방법으로 진행되는 도시재개발을 강행하고자 하는 것은 서민들의 아픔과 희생만을 더욱 더 가중시킬 뿐이고, 그들의 희생과 눈물을 바탕으로 건설사와 조합의 이익만을 보장해 줄 뿐인 행위인 것입니다.

본 회는 단순히 살고 있던 집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공동체성과 사람들과의 관계, 생존의 끈, 나아가 모든 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환경을 파괴하는 재개발을 반대합니다. 주택 보급율은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무주택 서민의 숫자는 줄이지 못하는 비인간적, 반환경적, 폭력적 방법으로 시행되는 모든 재개발을 반대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모든 도시재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도시재개발을 교회성장의 지렛대로만 인식하고 재개발로 인한 아픔과 눈물에 소홀히 했던 것을 회개하고, “동네가 살아야, 교회도 살 수 있다”는 새로운 인식 아래 지역과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 그 중심에 서는 마을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본 회는 현재의 방식처럼 온 동네를 전면철거하고 그곳에 일률적으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건축하는 반환경적이며 반인권적인 개발이 아니라, 동네를 보존하고 유지하면서도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주거환경 복지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주거환경 복지사업”은 주민들의 소득능력이나 비용부담능력을 고려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으로 도시기반시설의 설치비용을 부담하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주택을 철거하고 공동주택형의 주택건설을 신축하는 방식의 도시재정비사업입니다.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차원에서도 개발이익환수제도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기존 뉴타운지구의 지정해제 내지 지구지정 전환제도를 도입하며, 뉴타운 재개발 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사업성 및 원주민 소득 등의 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또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지방정부는 주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 구역에 대한 사업비용과 각 세대별 부담비용을 조사‧분석하여, 주민들에게 부담해야 할 비용을 알려주고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하여 정확한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뉴타운사업 등을 계속 추진하고자하는 구역은 개발을 촉진하고, 반대의견이 높은 구역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구역지정 해제나, 지정전환을 한 뒤 대안적인 도시재생을 모색하길 요구합니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는 모든 이들의 것입니다. 주거권은 인권입니다. 본 위원회는 땅과 집을 잃고 노예로 전락해 버린 히브리인들에게 가나안이 허락되었던 것처럼, 모든 이들의 주거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기도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도시재개발지역과 교회문제대책위원회 위원장 차 준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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