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찬송가 출현, 1984년부터 시작됐다
사제찬송가 출현, 1984년부터 시작됐다
  • KMC뉴스
  • 승인 2010.11.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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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2] 일반출판사의 찬송가 출판은 왜 논란이 되는 걸까?

찬송가공회 수십년간 허술한 관리 감독으로 각종 문제 유발

연간 성경찬송 합부 판매는 연 평균 200만 권. 성경찬송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 중 하나다. 일반출판사가 찬송가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공회가 일반출판사와 이면계약을 체결하며 찬송가 출판의 길을 공식적으로 길을 열어준 것은 1991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출판사의 ‘사제’ 혹은 ‘모조찬송가’ 발행은 1983년 통일찬송가가 출판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 1984년 불법 ‘모조판’ 등장
1984년 예장 합동 제69회 총회 회의록에 보고된 찬송가공회 보고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공회 공동 조직과 규약이 실려 있고, 찬송가 출판 계약 사항까지 교단에 보고하고 있다. 당시 계약은 기독교서회와 생명의말씀사가 맡았으며 각종 찬송가 발행 규격과 정가까지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총회 보고서에는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모조판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간구키로 하다’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당시 찬송가 발행을 기억하는 한 목사는 “통일찬송가 발행 직후 일반출판사에서 불법으로 찬송가를 복제해서 판매한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듬해인 70회 총회 보고서에도 비슷한 보고가 올라왔다. “본 찬송가협의회 가입교단중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와 예수교대한성결교회(연합) 두 교단에 대하여 회원권을 보류한다.(이유는 사제 찬송가 출판에 가담했기 때문임)”. 결국 일반출판사의 찬송가 발행은 엄청난 수익을 나누고자하는 일반출판사들의 불법 출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이중계약’, ‘불법계약’ 논란에 시달려온 공회는 “서회와 예장 두 곳에만 출판권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모든 성도들이 보다 낮은 가격에 품질 좋은 찬송가를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반드시 찬송가 시장을 개방해야만 찬송가의 품질이 높아질까?

# 반제품 받아도 품질은 차이없어
공회가 주장하는 찬송가 품질은 사실상 ‘겉표지’에 불과하다. 국내 찬송가 질이 거의 비슷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똑같은 박엽지에 인쇄하고 있으며 악보정사 역시 2~3개 전문업체가 담당한다. 6개사에서 찬송가를 내고 있지만 내지는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단, 디자인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겉표지에 불과했다.
연합기관으로 출판권을 가져왔던 서회와 예장출판사는 자신들이 출판권을 독점한다고 해서 찬송가 디자인이나 품질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만든 반제품(겉표지를 제외한 찬송가 속지)을 공급받아 우수한 디자인의 표지를 씌워 시장에 내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반출판사들이 반제품을 거부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짐작된다. 하나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출판부수가 투명해진다는 점이다.
통일찬송가 발행 당시 ‘대한 인지대’로 찬송가 발행부수를 관리했던 공회는 언제부턴가 찬송가가 발행부수를 출판사의 ‘신고’로 가늠했다. 예를 들어 출판사들이 공회에 “100만부 출판한다”고 계획서를 내고 그에 따른 인세를 받았다. 출판사들의 양심을 믿은 것인지 출판 관행을 묵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출판사들이 직접 출판을 원하는 배경에는 그에 따른 ‘이득’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감지된다.

# 일반출판사 정가 낮춰 특혜 받아
공회 관계자는 “그동안 6개 출판사들이 공회에 신고한 것 이상의 찬송가를 찍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판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전문가는 “출판사가 양심적으로 책을 낸다고 해도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인쇄물을 찍어 시장에 덤핑으로 뿌리는 것을 일일이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관행적으로 출판 부수를 속이는 것은 쉽게 잡아낼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동안 공회가 관리 감독에 충실하지 못한 데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회가 일반출판사에 특혜를 준 의혹도 발견됐다. 공회는 지난해 예장출판사와 반제품 공급에 따른 협상을 진행하다가 출판사별 찬송가 인세가 명시된 자료를 첨부했다. 그런데 이 자료에 일반출판사에는 턱없이 낮은 정가를 적용해 실질적으로 인세를 편법적으로 낮춘 정황이 발견됐다. 애초 계약은 서회와 예장 등 연합기관에는 1% 낮은 인세를 적용했지만 정가 조작으로 인해 일반출판사들은 상당한 특혜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서회와 예장에는 12,000원으로 적용한 가죽 찬송가를 일반출판사에는 1만원에서 7,000원까지 낮은 가격을 책정해 실질적으로 서회와 예장의 인세보다 낮은 금액을 받아온 것이다.
예장은 즉각 항의했고, 4개사와의 거래 자료를 요구했다. 만일 거래 자료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인세를 2%만 지급하고 계약은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을 달았다. 공회도 흔쾌히 합의했다. 하지만 거래 자료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 해설도 제각각 ‘제재’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해설찬송가는 제각각 해설을 만들어 달았다. 21세기찬송가 개발 직후 공회가 직접 해설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출판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해설을 붙여 찬송가를 찍어냈다. 해설이 통일되지도 못했고, 내용도 부실하다는데 공회 관계자도 공감했다. 이 해설찬송가는 일반출판사들이 지난해 4월 이전에 찍어 놓은 것으로 공회가 해설을 허락함에 따라 시장 유통을 모색했다가 서회와 예장이 낸 ‘출판 및 판매금지 가처분’에 걸리면서 창고에 쌓여 있었던 것이다.
공회 관계자는 “공회가 지난 2007년 해설 작업을 했다고 알고 있는데, 공동의 해설을 내지 못하고 어떤 해설찬송가를 내는지조차 감독하지 못한 것 같다”며 “왜 이런 과거의 일들이 자꾸 발견되는지 모르겠다. 하나씩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일반출판사의 찬송가 출판은 그 시작부터 ‘모조’와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됐다. 교단의 강한 대응 의지에도 불구하고 20여 년 동안 일반출판사와의 이중계약이 계속된 이면에는 공회와의 상당한 ‘밀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찬송가공회의 변화와 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박노원 총무는 “특정 출판사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결국 공회의 계약 당사자들이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으며 누구나 로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송가 시장을 전면 개방시켜 부정의 싹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계 일각에서는 “결국 찬송가 시장에 혼란이 온 것은 공회가 연합정신을 잃고 ‘수익’에만 의존해 부당한 관행을 묵인하고 일반출판사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공회는 공교회성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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