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미등록 이주민 간담회
도심 속 미등록 이주민 간담회
  • 송양현
  • 승인 2024.02.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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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또는 공단 지역이 아닌 도심에서 거주하고 노동하는 미등록 이주민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2023년, 미등록 이주민의 차별과 취약성에 접근하기 위해 비가시화된 이들의 노동과 일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드러내고자 <미등록 이주민의 노동권과 성원권을 위한 실태조사 및 가시화 프로젝트>를 29일 오후 4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302호에서 진행했다.

해당 활동에서는 농어촌과 대규모 공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도시의 미등록 이주민에게 주목했으며, 특히 기존에 주목받지 못한 서울 내 이주민 공동체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지난 1년간 진행한 활동의 결과를 발표하고 이주인권단체와 함께 도시권역에서 거주하거나 노동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과 지원경험 또는 사례를 나눴다.

이날 간담회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이 주최하고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원했다. 먼저 자캐오 원장 사제(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의 인사가 있었으며, 이후 강다영 이주인권 활동가(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의 사회로 김민수, 이규원 독립연구자가 각각 발제를 진행했다. 패널에는 이예지 상근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김이찬 대표상담활동가(지구인의 정류장), 정영섭 활동가(이주노동자노동조합), 강다영 이주인권 활동가 (성공회 용산나눔의집)가 각각 맡았다.

이주민센터 친구 이예지 상근 변호사는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인한 보증금 회수 불안 문제로 반지하에서 거주하게 되는 환경, 친구 관계에서도 생기는 위계, 단속의 불안함으로 제한된 대중교통 이용”처럼 “공적 영역 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의 영역에서 제약이 심하고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또한 미등록 이주민이 겪는 계획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관련하여 “미등록 이주 여성은 특히 의료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데, 그런 상황 속 “개인에게 피임 / 임신 중단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여성의 재상산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상담활동가는 “임금체불과 열악한 기숙사와 같은 고용허가제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미등록 이주민의 수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미등록 선택을 조장하는 환경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거주 미등록 이주민)은 교통편 이용시 지하철역 단속 때문에 지하철역을 꺼리고 버스를 선호한다”는 내용이 인상깊었다며, “안산은 광역 버스 터미널이 단속의 중심지라 지역 간의 이동에 많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주인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이주민을 만나는데 이분들의 속깊은 이야기와 일상에 대해서는 듣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정영섭 활동가는 “노동부에서 고용허가제 포털을 해마다 산정하는데, 그 계산에 강제출국 될 미등록 이주민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미 “노동부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국내 노동력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실태조사가 미등록 이주민의 일상과 노동을 심도 있게 잘 드러낸 것 같아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며, “미등록 이주민이 강제로 단속 추방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삶의 터전에서 뿌리 뽑히는 경험이기에 당사자와 주변사람들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상처가 남고 멍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노동 영역 사례 중 제일 화가난 부분이 임금 체불 문제, 퇴직금 연차 수당을 주지 않는 문제, 그리고 산재 문제였다”며, “미등록 이주민이 형사 피해자의 경우 공무원의 출입국 통보 의무 조항이 면제가 되는데, 노동 사건 또한 면제 대상이 되어야 노동자가 불안 없이 노동 사건을 진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강다영 이주인권 활동가는 지역사회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지원체계의 한계에 대해 언급했다. “미등록 이주민의 사회안전망은 크게 5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중앙정부, 2) 지자체, 3) 국가 주도 기관 센터(국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기관 센터), 4) 시민사회, 5) 커뮤니티 (미등록 이주민의 인적자원), 이 사회적 안전망은 매우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중앙 정부는 국민과 등록 이주민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지방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 지원을 위한 여러 조례를 만들고 있으나 지역마다 그 차이가 심하고, 국가 주도 기관과 센터는 현 정부의 예산 축소로 이주민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가 지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민보다 등록 이주민 중심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등록 이주민 지원을 하기 위해 시민사회, 특히 지역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기관/센터, 시민사회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 단위가 협력하여 미등록 이주민의 어려움과 욕구에 대응하고 반응할 수 있는 견고하고 포괄적인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며 “미등록 이주민 통합사례관리나 지역 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 등을 제안했다.

온오프라인 방탈출 보드게임 <시크릿 도어> 소개

<시크릿 도어>는 비가시화된 도심 속 미등록 이주민의 삶을 방탈출 형식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신개념 온오프라인 보드게임으로 용산나눔의집이 작년에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례를 각색하여 보드게임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제작은 성공회 용산나눔의집과 에픽로그협동조합이 함께 했으며, 제작지원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맡았다. 

이유도 모른 채 낯선 공간에 갇히게 된 당신. 당신에게 걸린 루프 마법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물건을 통해 물건 주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당신의 초능력으로 방안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고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 수수께끼를 푼다면 루프 마법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보드게임 <시크릿도어>에 대한 소개는 권소희 공동대표(에픽로그협동조합)가 진행했다. 

보드게임 키트의 구성은 게임 설명서, 단서 카드(온라인 공간 접속 QR코드 포함), 발신인 미상의 편지 드으로 되어 있으며, 첫번째 방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어려움과 차별을 겪는지 체험할 수 있으며, 두번째 방에서는 출신국가에 남은 미등록 이주민의 가족이 겪는 감정과 왜 이주노동자가 이주를 선택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마지막 방에서는 미등록 이주민의 이웃인 우리가 이들과 어떻게 동행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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