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다시 한 번 죽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다시 한 번 죽었다
  • KMC뉴스
  • 승인 2012.10.1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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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다시 한 번 죽었다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으니, 높이 높이 솟아오르리라. 무리가 그를 보고 기막혀 했었지,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제 만방은 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제왕들조차 그 앞에서 입을 가리리라. 이런 일은 일찍이 눈으로 본 사람도 없고 귀로 들어본 사람도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들려주신 이 소식을 누가 곧이 들으랴? 야훼께서 팔을 휘둘러 이루신 일을 누가 깨달으랴? 그는 메마른 땅에 뿌리를 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이라고 나 할까?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를 끌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그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사람,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우고 피해 갈만큼 멸시만 당하였으므로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이사야 52:13-53:3)

1000만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아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 교육개혁에 앞장선 곽노현 교육감은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에 버금갈 희대의 엉터리 정치적 대법원 판결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에 참여하여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먼저 이 판결은 대법원 2부 구성에 문제점이 있다. 이 엉터리 대법원판결의 2부 주심대법관은 이상훈이고, 신영철, 김용덕 대법관이 이 판결의 책임자들이다. 이들 중 신영철 대법관은 5개월에 걸친 심리과정에서 1개월만 참여해 이 판결을 급조한 졸속심리판결의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곽교육감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 선고가 이루어지기 불과 1달 전인 8월 23일까지만 해도 대법원 제2부는 이상훈, 양창수, 김용덕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달을 겨우 넘긴 9월 27일 선고된 이번 판결에는, 1부로 자리를 옮긴 양창수 대법관을 대신하여 신영철 대법관이 참여하였다. 신영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소속 법관들에게 유죄판결을 종용하여 전국법관회의가 개최될 정도로 법관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인물로 사전에 진보교육감에 대한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저버릴 수 없다.

이번 엉터리 대법원판결이 처벌의 근거로 내세운 ‘사후 매수죄’ 조항, 공직선거법 232조 제 1항 2호의 규정을 살펴보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제230조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

이 조항에서는 사전 합의여부부터가 애매하다. 50여년간 사문화된 이 조항은 범죄의 구성요건부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오랫동안 이 조항이 한 번도 적용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대법원은 항소심과는 전혀 다른 법리해석을 하여 항소심 판단의 잘못을 지적하였으면서도, 스스로 제시한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는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원용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공직선거법의 조항이 목적범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목적범임을 전제로 한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대법원이 내린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항소심과는 달리 사후에라도 ‘대가를 지급할 목적’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의 죄는 목적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판결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의 “대가를 지급할 목적”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대가를 받을 목적”이 분명한 피고인 박명기 측의 입장만을 언급한다. 판결은 박명기가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 즉 그 보수 또는 보상을 받을 목적을 가지고 곽노현 교육감에게 금품의 제공을 요구하여 2억 원을 수수하였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평소 친분이 있었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박명기를 그의 요청에 따라 돕는 일은 신앙인으로서 선의를 가진 행위로 당연한 것이 아닌가?

처음에 검찰은 1항 1호를 적용하기 위해 곽노현을 기소했다가 사전 합의를 제대로 밝힐 수 없자, 급히 사문화된 이 목적범 조항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사전 묵계가 없이 사후매수가 있을 수 없다. 사후목적이라는 말 자체가 형용 모순이다. ‘사후매수죄’의 조항이 제정된 지 54년 동안 한 번도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조항이 된 이유는 당선자는 선거가 지난 후에 돈을 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사전합의가 없었는데, 박명기가 먼저 요청하였기 때문에 선의로 곽 교육감이 돈을 지급한 사실을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만약 박명기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곽교육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면 모를까 이런 몰상식적인 판결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 사건에서는 원심과 항소심이 조사한 증거만으로는 도무지 목적범에 해당함을 입증할 수가 없다. 원심과 항소심은 일관되게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범죄는 목적범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증거들에 대한 판단을 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스스로 목적범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새로운 증거나 자료를 제시한 것도 아니다. 이번 대법원판결은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원심을 파기할 수 있는 요건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판결처럼 범죄에 대한 증명 없이 내린 유죄판결은 형사소송법 위반이자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다. 대법원이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재판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이번 판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대법원이 어떻게 해도 유죄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맞추기식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기본적인 상식을 가진 민주시민이라면 이 판결을 보고 과연 헌법과 법률적인 양심에 따라 내린 공정하며 독립적인 재판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인혁당 사건 때처럼 침묵하는 언론과 더불어 다시 한 번 죽었다.

몇몇의 악한 무리들은 진실을 가린 채 손가락질하고 저들에 의해 멸시만 당하는 볼품없는 곽노현 교육감을 업신여길지 몰라도 이 과정을 통해 곽노현 교육감은 그의 할 일을 다하고 머지않아 높이높이 솟아오르리라.

2012년 10월 11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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