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이롭게 하라
모두를 이롭게 하라
  • KMC뉴스
  • 승인 2020.10.2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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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하루하루가 조심스럽던 1885년, 힘들어하던 고종을 위로하기 위해 러시아 영사관에서 테니스 경기가 열립니다. 두 외국인이 앞뒤로, 양옆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랠리를 주고받습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두 외국인은 건강한 땀을 계속 흘립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던 고종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잠시 후 고종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런 땀 흘리는 일을 하인배에게 시킬 일이지.”

이 당시 조선에서도 나름대로 스포츠가 있었을 텐데, 진짜 이렇게 말했을까 싶지만, 어쩌면 진짜로 그렇게 말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때만 해도 몸을 쓰는 것보다 글을 다루는 것을 대접받던 시대, 문관이 무관보다 더 대우받던 시대였습니다. 또 하나는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전혀 몰랐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고종이 테니스를 ‘땀 흘리는 일’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땀 흘리는 일’을 천하게 보던 옛날과는 달리, 이제는 어떻게든 땀을 흘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때 코로나 19 때문에 주춤했지만, 피트니스 센터에도 다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있는 안산의 안산천에 가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도 많이 보입니다. 이에 맞추어 여러 도시에서 몇 년 전에 공공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했고, 최근에 기업이 운영하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이 갖추어졌는데, 그러면 다 되는 것일까요?

얼마 전,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유 자전거를 한번 타보고 싶어서, 위치를 확인하고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전거가 있다고 나온 자리에 도착했는데, 자전거가 안 보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된 것인가 궁금했는데, 얼마 뒤 건물의 입구가 열리더니 누군가가 자전거를 들고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건물 안에 넣어두고 마치 자기 물건인 양 갖고 나온 겁니다. 그 사람은 무심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고, 저는 시간과 보증금을 버린 채 허탕 치고 말았습니다.

함께 좋은 목적으로 쓰자고 제공된 서비스를 나만의 것인 양 이기적으로 쓴다면, 그 서비스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함께 쓰자고 제공된 서비스가 잘 되려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물론 누구나 좋은 제도, 좋은 플랫폼, 좋은 서비스를 쓸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제도도, 어떠한 좋은 플랫폼도, 어떠한 좋은 서비스도 이기심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의미는 퇴색되고 맙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감리교회의 제도는 다른 교단과 비교했을 때, 더 정교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와 장정을 갖고있어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 이기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제도와 장정은 모두의 유익을 위해서, 정확히 말하면 더 많은 사람의 유익을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 새로운 지도자들과 함께 맞이할 우리 감리교회! 무슨 일을 하든지 그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말기를 기원합니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목적에 맞게 활용되는 우리 감리교회의 제도와 정책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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