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교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한 교회여성 제언
2011 한국교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한 교회여성 제언
  • KMC뉴스
  • 승인 2011.10.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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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국교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한 교회여성 제언

 

2011년 오늘,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보다 걱정거리로 취급되고 있다. 예수께서 한국교회를 향해 새로운 성전정화의 채찍을 들지 않으실까 두렵다. 바로 지금, 한국교회는 부, 명예, 권력의 욕심을 버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어가는 교회의 참 모습을 되찾아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생명·정의·평화의 교회공동체를 이루어가기 위해, 494회 종교개혁기념일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한국교회에 적극 요청한다.

 

1. 조화롭고 평등한 교회지도력을 세우기 위해 여성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올해 각 교단 총회에서 여성지도력의 확대가 두드러진 교단들이 있어 이를 환영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에서 여성목사 안수 시행이 극적 합의에 이른 것과, 예장 웨신 총회에서 여성목사 시행 공포 후 처음으로 40명의 여목사 총대가 총회에 참여하여 20% 가까운 여성총대를 배출한 것은 여성지도력의 확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에서 5년이나 끌어온 여성목사 안수 안건이 안건 무효처리된 것 등은, 아직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지도력 참여와 발휘에 대한 장벽이 높고 견고함을 재확인하게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경우 총대 1442명 중 여성총대는 7명으로, 2010년의 12명, 2009년 13명에 비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더구나 여성총대 확대 요청에 대해 ‘의무’가 아닌 ‘권장과 지도사항’으로 의미를 희석시킨 것은, 여전히 여성지도력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총회 임원 9명 중 1명의 여성이 지속적으로 포함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

한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720명의 총대 중 여성 총대가 56명(목사 20명, 장로 36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배 증가한 7.7%였다. 2010년 제95회 총회에서 “총대수 20명 이상인 노회들은 의무적으로 여목사 1인 이상, 여장로 1인 이상을 총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헌의안이 통과된 결과이다. 언권위원을 포함하면 총 62명의 여성이 총회에 참석했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는 134명의 총대 중 여성이 16명(12%)이며 8명의 총회 임원 중 2명이 여성이다. 대한성공회는 전국의회 대의원 123명 중 여성이 24명(사제 4명, 평신도 20명, 19.5%)으로, 현재 소속교단 중 가장 높은 여성총대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복음교회가 지난 해 10%, 성공회가 17.5%였음에 비추어 보면 두 교단 모두 지속적으로 여성총대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조화롭고 평등한 교회지도력이야말로 건강한 교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이며, 이를 위해서는 총회와 총회 임원회·상임위원회 등에 여성지도력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여성총대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교단의 경우, 여성의 참여를 단순한 권장이나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WCC 10차 총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는 여성지도력 30%를 넘어, WCC의 규정에 따라 여성 참여 50%(청년 참여 25% 포함)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2. 여성지도력개발과 성평등정책을 위한 ‘성인지 예산’을 시행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교회여성들의 지도력과 연합사업을 위한 성인지 예산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요구와 관점을 고르게 통합하여 의도하지 않은 성차별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예산만이 아니라 여성들의 지도력 향상과 성평등정책 수립·시행·교육을 위한 모든 예산이 포함된다. 보다 다양한 정책과 여성지도력 개발, 교육프로그램과 연대활동 독려는 한국교회의 지도력 성장을 위해 남녀 모두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교회여성들은 이미 하나님께 다양한 재능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소명을 부여받았다. 이는 여성 자신의 노력과 한국교회의 꾸준한 지원을 통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들은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하고 가진 것을 모두 봉헌하는 데는 익숙해도, 여성 스스로의 개발을 위해 교회의 예산이 사용되어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못해왔다.

한국교회는 ‘준비된 여성’만을 기다리며 교회의 60%인 여성을 배제시킬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여성지도력을 개발하고 성평등정책을 활성화하여 교회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회의 예산 분배뿐만 아니라 개교회의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들을 교회봉사에만 한정지으려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연합활동을 통해 보다 넓은 지도력의 지평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 역시 필요하다.

일부 교단에서는 아직 ‘여성주일·여선교·여신도·여전도주일’이 없거나 개교회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선교의 동반자인 여성들의 지도력을 성숙시키고 여성들의 연합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여성들의 헌신과 기도로 성장해 왔음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3. 교회내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오늘날 세상으로부터 많은 염려와 비난을 받게 된 한국교회의 문제 중 하나가 교회내 성폭력 문제이다. 어느 공동체나 문제에 직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건강한 공동체는 자정능력을 발휘하며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법적·제도적·문화적 장치를 마련한다.

교회내 성폭력 문제는 문제 해결보다 숨기고 덮고 감싸주려는 한국교회의 관습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 마련과 성숙한 개혁을 통해 이를 근절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각 교단은 교회내 성 문제를 다루는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사전예방과 책임감 있는 문제해결을 담당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교회내 성폭력이 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진상규명과 엄격한 가해자 징계, 피해자 권익보호와 치유에 대한 책임을 교회법에 명기해야 한다. 나아가 성윤리를 위한 목회자 자체 정화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성차별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기존 목회자, 신학생, 개교회에 의무화하여 적극적인 대처방향 등의 보다 실질적인 교육을 남녀 모두에게 실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잘못된 성직절대주의, 가부장적 위계구조, 의존적인 신앙형태를 적극 개혁해 가야 한다. 교회내 성폭력 문제는 일그러진 한국교회 구조 전반을 올바로 개혁해내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WCC 10차 총회를 개최하게 된 한국교회가 온전히 하나님께만 영광 돌리고 세계교회들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개혁을 위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 많은 지도자, 권력자, 부자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다. 그러나 예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하나님 나라는 불편한 선택, 철저한 회개와 변화, 가난하고 소외된 약자들과 함께 하는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2011년, 종교개혁 494회를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다시금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겸손히 배우며 그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2011년 10월 21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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