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보다는 멤버십
리더십보다는 멤버십
  • 정택은
  • 승인 2017.03.09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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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에서 한국인 학생이 한 학기 정학처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학생이 선행학습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부모가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공부를 시킨 것입니다. 교사는 부모를 심하게 꾸짖었습니다. 왜냐하면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칠 내용과 권리를 도둑질해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의 공정한 경쟁에서 반칙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학교를 다닐 때 예습과 복습을 잘하라고 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바로 예습과 복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공부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반칙입니다. 선행학습으로 반칙하고, 참고서도 교사용 참고서를 습득해서 선생님의 눈높이에서 공부하고, 진짜 공부는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이 이미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모두 반칙입니다.

스포츠 경기를 보다보면 제일 열 받게 만드는 일은 심판의 오심입니다. 심판의 오심은 아름다운 경기를 망치는 가장 대표적인 반칙입니다. 반칙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듭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반칙은 훌륭한 선수가 메달을 잃게 만들고, 우리의 삶속에서의 반칙은 열심히 일한 대가를 빼앗아 상실감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공부에서의 반칙은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합니다.

인디언 아이들을 교육하는 한 선생님이 시험을 보고자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한 목소리로 시험을 볼 테니 정신 차리고 똑바로 앉으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빙 둘러 앉더랍니다.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으니 “우리는 시험이 있을 때 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도록 배웠고, 그것이 시험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인디언들의 조상들은 시험을 경쟁이 아닌 협동으로 해결하도록 가르친 훌륭한 교육 방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에 곳곳에 리더십(Leadership)이라는 말이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목회에서도 리더십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여러 세미나를 다니며 방법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리더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정말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십보다는 멤버십(Membership)이 더 중요합니다. 좋은 리더십은 멤버십에서 나옵니다. 그 사회와 공동체에 멤버가 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멤버가 되지 않으려 하면서 리더가 되려고 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반칙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인물이 없다, 지도자(리더)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합니다. 아니, 그렇게 리더가 되려고 했는데 왜 리더가 없을까요? 바로 먼저 멤버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멤버가 되는 일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사회에서는 리더십보다는 멤버십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멤버가 되기도 전에 리더가 되려 한다면 이 또한 반칙이겠죠?

바로 이 멤버십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반칙이 없어야 합니다. 반칙은 공동체를 망치고 멤버십을 약화시켜 그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마는 원인이 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리더가 되기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멤버가 되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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