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부활한 새벽송
1년 만에 부활한 새벽송
  • 민돈원
  • 승인 2017.01.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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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탄절은 주일과 겹친 날이었다. 쉬는 날을 하루라도 더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왠지 하루를 빼앗긴 것만 같은 기분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성탄과 주일을 준비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성탄 축하 행사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준비하는 행사 외에 이곳 상천교회에서는 최근에 와서는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성탄행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새벽송이다.

이미 도시교회에서는 사라진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농어촌 등 시골교회에서도 대부분 사라졌다. 내 경우도 이곳에 부임하기 전 언제 새벽송을 돌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곳은 줄곧 해오던 새벽송이 지난 해 잠시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1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성탄절이 주일이라 토요일 저녁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선교회에서 준비한 따끈따끈한 떡국 한 그릇은 추운 날씨에 돌아야 할 대원들의 발길에 윤활유와 같은 별미였다. 이어서 상천 인근을 비롯하여 가평까지 돌아야 할 4개조 편성 완료!

준비물은 선물 담을 커다란 자루 2개씩, 그러자 어느 집사님이‘이 자루에 다 채워가지고 와야 한다.’라고 주문한다. 순서는 맨 먼저 담임목사님 사택부터란다. 드디어 12시20분전쯤 출동 명령이 떨어져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잠시 가냐 마냐 갈등하던 나도 이참에 새벽송 대원의 한 일원으로 자원하여 신청하였다. 사실 주일 설교 준비 등을 감안하면 자정을 넘겨 영하의 기온이었던 날씨에 밖을 걸어서 누비고 다니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얼마 만에 돌아온 새벽 송인가!를 생각해보니 그 감격을 몸소 누리고 싶은 마음에 주일 설교 걱정은 잊기로 했다.

우리 팀은 좀 멀리 떨어진 교우들 가정을 맡은 다른 팀과는 달리 교회를 중심으로 비교적 가까운 성도들 가정을 맡았다. 그런데 더 감사하고 재미있는 것은 우리교회 성도들 가정이 아닌 분들 중에서도 새벽송을 기다리는 가정이 있다는 말을 조장으로부터 들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그런 가정들 찾아 문 앞에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리고 저들밖에 한 밤중에...” 이 성탄 찬양 3곡을 번갈아 가며 불렀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불을 켠 집은 켠 채로, 불이 꺼진 집도 찬양이 울려 퍼지자 불을 켜고서 잠시 후 무언가를 손에 들고 우리 팀원들에게 선물이라고 건넨다. 우리 팀이 마지막으로 간 곳은 상천역사였다. 성탄 츄리등이 있는 상천역사의 역무원들을 위해 찬양을 잠긴 문 앞에서 부른 후 모든 임무를 마치고 교회로 복귀했다.

이윽고 새벽1시 전후로 가평 팀을 마지막으로 모든 팀이 교회로 돌아왔다. 저마다 선물자루에 가득 채워 돌아왔다. 과일(귤, 사과 등), 각종 수많은 과자박스, 한과, 견과류, 음료, 라면 등 ...

주일에 교사들은 이 선물들을 사랑하는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한 꾸러미씩 챙기느라 행복한 미소들이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선물이 들어온지라 그 중에 지방에 속한 이웃교회에도 선물 일부를 나눌 수 있었다. 해마다 주위에 있는 방범대, 헌병초소, 경로당 등에 작은 선물을 전달하는 일 또한 오랫동안 잊지 않고 우리교회 사회봉사부가 챙기고 있다.

이번 새벽송을 성도들과 함께 돌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주된 요인이 무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도시의 소음공해로 밀려나 버린 지도 모를 이 지역만의 특성인 성탄 새벽송, 이 귀한 전통을 앞으로는 믿는 성도들의 가정을 초월해서 믿지 않는 가정들이 1년에 한 번 맞이한 새벽송 도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선교적인 측면에서 전통을 잘 살려 영혼구원으로 연결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따라서 이 새벽송을 발전시켜 좀 더 지역민들과의 유대관계를 긴밀히 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지역민 축제로 자리매김할 가치가 있고도 남음이 있다. 이에 전날부터 성탄절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이 지역 친화적인 방안에 대해 성도들과 머리를 맞대고 짜내야겠다는 필요를 느낀 아주 감회가 깊은 이번 성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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