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개정위원회, 부동산 편입의 의무를 유예한 선거권 확대는 자가당착이다.
장정개정위원회, 부동산 편입의 의무를 유예한 선거권 확대는 자가당착이다.
  • 곽일석
  • 승인 2023.09.06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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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개정위원회가 ‘괘만루일’(掛萬漏一)하였다. 빈틈없는 것이 좋긴 하지만, 폼만 잡고 핵심을 놓쳤다는 것이다.

괘일루만 (掛一漏萬)라는 옛말이 있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무진육조소(戊辰六條疏)'에서 "신이 비록 평소 꾀가 어두우나 붉은 정성을 다하여 한 가지라도 얻으려는 어리석음을 본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또 아뢰는 즈음에 정신이 산란하고 말이 어눌하여 괘일루만일까 염려됩니다(臣雖素昧籌略, 不可不罄竭丹忱, 思效一得之愚. 而又恐口陳之際, 神茫辭訥, 掛一漏萬)."

‘괘일루만’은 옛글에서 자주 쓰던 표현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적느라 나머지는 다 빠뜨리고 말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괘만루일’(掛萬漏一)이란 표현 도 있다. 1만 가지를 고려하는 중에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다는 뜻이다. 백밀일소(百密一疎), 천려일실(千慮一失)과 의미가 같다. 빈틈없는 것이 좋긴 하지만, 폼만 잡고 핵심을 놓친 괘만루일과, 중심을 붙들어 소소한 것은 개의치 않는 괘일루만 중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할까?

정작 문제는 핵심 역량의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 고신일 목사, 이하 장개위)가 오는 10월 25일에 열릴 입법의회를 앞두고 입법 개정안과 관련해 9월 7일, 9월 8일 공청회를 개최한다. 장개위는 장정개정안 자료를 공개했다.

1. 감리회본부 구조 개편/ 감리회본부 구조를 4국 1실에서 4국 체제로 개편하기로 하다. 2. 연회재편/ 여론수렴 및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여 2025년 입법의회에서 세부사항(명칭, 경계조정 등)은 논의를 하기로 하다. 3. 선거일정 축소/ 긴 선거 일정에 대한 후보자의 피로함과 선거권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선거일정을 대폭 축소하다. 4. 선거권자 자격 완화/ 부담금 완납 여부만 확인하고 선거권을 부여한다.

한편 장정개정을 위한 공청회는 아래와 같이 실시된다. 제1차 공청회는 2023년 9월 7일(목) 오후 2시에 서울 종교교회에서 개최된다. 그리고 제2차 공청회는 오는 2023년 9월 8일(금) 오후 2시에 대전 하늘문교회에서 개최된다.

이제 오는 10월 25일에 열릴 입법의회를 앞두고 제1차, 제2차 공청회를 통하여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갈까, 이렇듯 나름의 개혁입법을 만들어 공청회를 여는 장정개정위원회의 노력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궁금한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중요한 입법 의제들 가운데 특별히 ‘선거권자 자격 완화’와 관련하여 부담금 완납 여부만 확인하고 선거권을 부여한다. 선거권 제한 요건 중 ‘재단편입 여부’를 삭제하여 선거 권리를 확대하고 불공평한 상황을 해소 하므로 불필요한 고소·고발 방지를 위해 개정하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를 두고서 저는 <장정개정위원회>가 ‘괘만루일’(掛萬漏一)하였다. 빈틈없는 것이 좋긴 하지만, 폼만 잡고 핵심을 놓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빠뜨렸다는 뜻이다.

감리교회의 구성원으로서 감리교회 공동체가 연대를 이루고 그 책무를 다함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의무로서 장정에 명시되어 왔던 바, 뜬금없이 선거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아니면 고의적으로 재산을 도피하는 등 불법적인 상황이 충분히 노정되어 있음에도, 부담금만 내면 선거권을 주겠다는 발상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송사가 무서우면 피선거권도 확대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최근까지도 제가 속한 경기연회 내 모 교회는 교회의 부동산과 재산의 권리를 담임자 명의로 유지해 오다가 결국에는 교단 탈퇴를 선언하고 교회의 공공재산을 모조리 가로채 가져가는 일이 발생하였다. 또 다른 모 교회는 십 수 년 동안 편법적으로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관리해 오다가 선거 관련하여 송사가 제기 되고서야 뒤늦게 편입을 하겠단다. 그리고 또 어떤 교회는 교회의 부동산을 재단에 편입하지도 않았는데 버젓이 감리사로 선출되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좀 더 놀랄만한 일은 연회 내 소위 초대형교회라 일컬어지는 모 교회는 신도시 지역에 지 성전을 개척해 놓고 결국에는 독립교회로 전환하여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아예 교회재산을 감리교회로부터 분리해 놓은 경우도 있다.

<장정개정위원회> 여러분, 괘일루만(掛一漏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괘만루일’(掛萬漏一)해서는 안 됩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그저 선거권 확대를 통해 아량을 베풀어 줄 만큼의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눈 딱 감고 각종 피선거권을 포기한다면, 또한 교회의 고유한 재산을 유지재단에 편입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유지재단에 넣어서 불편함을 감수할 이유가 없겠다 싶습니다. 일예로 최근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회장 선거를 두고서 선거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독립적으로 선거를 진행할 수 있으며, 부동산 편입의 문제는 선거권의 의무에 속하지 않는다는 가처분이 사회법에서 인용되었다 한다. 그렇다면 굳이 십 수 년 동안 묵혀 두었던 부동산 편입의 문제를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감독이나 감리사를 하지 않는 경우 보다 자유롭게 교회의 재산을 또 다른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게 된다는 것이다.

수년 전 제가 감리사를 할 때에 그 해 입법의회를 앞두고서 부동산 편입의 문제가 논란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교회재산의 미 편입의 경우 장정에 의하면 감독과 감리사를 비롯하여 제 연합기관 단체장과 지방회의 임원도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어쩌면 감리교회 공동체를 지금까지 하나로 묶어내는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괘만루일’(掛萬漏一), 이게 사소한 일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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