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놓는데도 순서가 있습니다.

2022-05-07     남광현

모든 일에는 일머리가 있다고 말한다. 일의 순서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촌의 일상에도 일머리를 알고 있는 분들과 그렇지 못한 분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선상(船上)에서 감당하는 일의 형태이다. 아무리 배를 오래 타도 배 위에서 일머리를 모르면 늘 잡부 역할이다. 그런데 뱃일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외국인이더라도 일머리를 알면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좀 더 쉬운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어장을 준비하는 측면에서도 일머리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일머리가 있는 선장은 선원들과 더불어 필요한 어장뿐 아니라 여분의 어장까지도 미리 준비한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사태(예를 들면, 바다에서의 어장 분실 또는 그물 찢김 등)를 반드시 대비해야 계획한 어획량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선장은 늘 시간에 쫓기며 새 어장 구정하기에 바쁘기만 하지 실제 어획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선장들에게 적용되는 다른 의미의 일머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삼각망 1개 선단이 사용하는 어장은 10개에서 25개 정도이다. 그 이상은 어류보호 측면에서 어업허가가 불가하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25개 이상 어장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 불법조업에 해당된다. 다만 앞에서 언급했듯 바다에 어장을 설치했을 때 이런 저런 사유로 어장이 망실되었을 때 대체하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이런 경우가 흔하기에 각 선단이 준비하는 어장 수는 보통 20여 틀에서 많게는 50틀이 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 선단마다 각각의 어장 포인트가 있어 매년 그 포인트를 뺏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고 선장들은 경험에 의한 어장 포인트를 관리하는 것이 최고의 일이 된다. 어장시기가 되면 마을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어하는 것이 약속된다. 이 시기에 각 선단의 선장들의 선택을 분명히 보게 되고 마을에서도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만들어진다.

성신호는 올 해 어디다 어장을 놨댜?”
글쎄 올 해는 멀리다 어장을 놨다네
왜 그랬댜?”
작년에 더웠잔여 그래서 가까이 논 어장이 실패했댜 그래서 올해는 멀리놨댜
애구 초직에 잡기는 글렀네 그려
그러게 올 해는 잘해야 헐틴디
동진호는 연돌 근처에 놨다는디?”
그려 나두 들었어
뱃동사 둘이나 나갔댜, 그래서 할 수 없이 가까이 놨다고 하데
워쪈댜, 어장시작 됐는디, 큰일이네

마을분들도 선장들의 선택에 관심과 근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산 광어의 어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선장은 어군형성에 따라 어장을 놓기 마련이고 따라서 초기에는 결코 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 가까이에서부터 먼 바다로 어장을 순서적으로 놓게 된다. , 먼저 먼 바다 포인트에 모든 어장을 두지 않고 일부는 가까운 바다에, 일부는 중간에, 일부는 먼 바다 어장 포인트를 사용하여 순차적으로 놓는 것이다. 일머리를 아는 선장들이 사용하는 방법인 것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서해안 지역은 5월 초순부터 가장 분주해지는 시기이다. 그렇다 보니 온 교우들과 더불어 봄철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더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교회행사에 함께하지 못한 교우들이 제법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예로, 교회 창립주일이 5월 첫 주인데, 창립주일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전에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목회자분들과 성도님들을 초청하였는데, 당일 참석한 분들 중에 교우들보다 오히려 초청인들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고민해 보는 것은 교우들의 신앙 성장이 노련한 선장들의 어장 놓는 순서처럼 과정이 있음을 생활 속에서 이해하고 성숙한 신앙생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