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나는 산

2020-03-26     김욱동

인적이 닿기 전
어둠속 차곡차곡 접어 두었던
날개 펴는 골짜기들
검푸른 숲을 거느리고
거꾸로 나는 새가 된다

새벽을 깨우는
풀잎 스치는 발소리에
여름밤 풋잠 설친
산짐승의 울음소리는
이슬 젖은 알타이어로 낯익다

한 발 두 발 다가갈수록
점점 뒷걸음치는 산
지탱하지 못할 인연에
버거운 날갯짓은
자꾸만 허공으로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