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두리에서

2020-01-08     김욱동

서해 바다를 걸어온 바람 하나가
페르시아 융단 위에서 사막을 본다
알함브라의 모자이크
사뿐히 밟는 황녀 발아래
뽀얗게 분칠한 비쑥, 갯방풍이
줄지어 손을 흔든다

별 밤이면
뾰족한 육 봉 낙타마다
설레는 불을 밝히고
지친 여름을 눕히는
사람들을 품으며 이슬에 젖는다

어둠이 가실 무렵
맨 먼저 해변을 찾은
아이들의 노래가 선인장 가시 끝에서
영롱하게 대롱거리며
먼바다 키탄잘리로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