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리에서

2019-10-10     김욱동

그 바닷가에는
수족관 화려한 해변
뒷골목 앉은뱅이 집 사이로
빨간 글씨의 다방이
게딱지처럼 엎드려져 있고
저녁 무렵
붉게 물든 낙조가 아름다운
서쪽 옛 마을 신작로엔
화장기 말라버린 마담이
왜가리 목으로 해변을 향하고 있다

건너편 이름 모를 갯마을이
밤을 찢으며
하나 둘 밀감 같은 등불을 켜면
조개 무덤 사이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에는
어제의 흔적들이 되살아나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잠 못 이루는 나그네들은
도롱이를 뒤집어쓴 유령같이
파도 울타리 밖 민박집 주위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