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문제 “저작권 없음” 판결로 줄 소송 예상
찬송가 문제 “저작권 없음” 판결로 줄 소송 예상
  • KMC뉴스
  • 승인 2011.10.2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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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기형적 태동이 원인... 공교회성 시급히 회복해야

기독교연합신문 이현주 기자의 기사입니다.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저작권자들과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고법은 지난 6월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저작권을 적법하게 양수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저작권 소유 단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대법에서 확정됐다.

판결의 영향은 다른 저작권 소송으로 파급되고 있다. 재단법인으로부터 음원을 포함한 찬송가 저작권을 양도받은 주식회사 SPC 역시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저작권 양도가 소명되지 않는다”는 간략한 이유로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음원등사용중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단순히 개인 저작물에 대한 권리보호를 넘어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어서 추가 소송과 상당한 법적 혼란이 예상된다. 교단의 결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한 재단법인이 결국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다. 교계에서는 지금이라도 교단 중심의 공회를 복원하고 하나의 찬송가를 ‘선교적’으로 지켜내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법원 판결 주요 내용

대법은 고법의 판결을 수용해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소송은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공동이사장 이광선, 서정배)가 박재훈, 임주성, 전낙표, 황철익, 허방자 등 찬송가 원저작자와 이들의 곡을 위탁관리하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1심에서 이긴 재단법인은 저작권료 1억2천405만원을 지불하라는 청구를 고등법원에 냈다. 5명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재단법인 공회에 있다는 판결을 근거로 저작권료 지불 소송을 2차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뒤집혔다. 고법은 재단법인 공회가 교단 연합체인 찬송가공회의 재산을 승계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찬송가공회가 재산(저작권 포함)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사원총회의 결의에 의해야 하지만 공회의 재산을 재단법인에 양도하거나 출연하기로 결의했다고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단법인이 제출한 2008년 4월 30일자 제26회 정기총회 회의록의 진정성 여부를 꼽았다.

재단법인 공회가 제출한 정기총회 회의록은 제목이 ‘한국찬송가공회 제26차 정기총회 회의록’으로 되어 있었지만 말미에 ‘재단법인 한국찬송가공회 공동회장 황승기, 김성수 이름으로 서명된 점에 비추어 공회의 정기총회 회의록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 회의록만으로는 사원총회에서 저작재산권을 포함한 공회의 재산을 재단법인에 양도하거나 출연하기로 결의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단법인은 반박 자료를 제출했지만 대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설립과정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재판부가 직시한 것이다.

이 판결을 근거로 이어진 소송에서 나오는 결론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가 음악저작물을 교단 연합체였던 찬송가공회로부터 양도받았는지를 소명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저작권자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 예상되는 거미줄 소송

저작권 판결 후 예상되는 것은 ‘거미줄 소송’이다. 일단 국내 저작자들이 “나도 저작권료를 달라”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이미 한 저작자가 소송을 제기한 상태고, 21세기 찬송가에 새 곡을 삽입한 100~200여 명의 신작 저작자들이 모두 권리를 요구할 경우 그 액수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공회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15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재단법인에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 시점에 해당되는 말이다.

고법 판결문에는 “설령 재단법인 공회가 연합단체 찬송가공회로부터 이 사건의 저작권을 양수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전등록이나 채권양도통지와 같은 대항요건을 갖추지 아니해 저작재산권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저작권 위탁관리기관으로 적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소송의 가능성은 또 있다.

찬송가공회로부터 음원 및 2차 저작물 관리를 위탁받은 주식회사 SPC도 “이런 결론이라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간 8000만원 씩 3년 계약을 체결한 SPC의 경우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저작권료 징수의지를 표명했었다. 찬송가 공회의 음원을 사용하거나 무료로 스트리밍을 걸어 놓은 교회 등에 대해 저작권을 분명히 할 것을 강조했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사용한 업체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영세업체들은 SPC의 소송에 겁을 먹고 저작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상대측 소송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재판 결과는 SPC의 패소.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저작권이 재단법인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결국 SPC와 불공정 혹은 강제 계약은 맺은 업자들이 계약 파기 혹은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런 일이 계속될 경우 SPC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를 고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질적으로 찬송가 음원 저작권 사업이 어렵다는 판단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저작권 재산 환수 나서는 교단들

법원 판결문은 찬송가공회 해산과 재단법인 창립 시점의 사원총회에 주목하고 있다. 연합단체인 찬송가공회가 사원총회를 통해 적법하게 재산을 양도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는 재단법인의 정체성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불법 조작된 회의록을 재판부는 놓치지 않았다.

재단법인 설립 후 교단 중심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도 이같은 사실을 반영한다. 현재 재단법인에 이사를 공식적으로 파송한 교단은 통합과 기성, 고신, 루터교, 예감 등이다. 찬송가 판권 교단인 합동과 기장, 감리교가 빠져 있다. 찬송가공회는 ‘재단법인’ 설립으로 보다 투명한 연합기관으로 태어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정을 비공개하는 여전한 관행과 교단의 이사 파송을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비 연합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재단법인 설립 후 계속된 소송은 찬송가 출판권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고스란히 법무법인에 내놓는 꼴이 되어, 지난해부터는 각 교단 앞으로 수익금 배당도 하지 못했다.

지난 9월 저작권 환수를 천명한 복원 찬송가공회에는 공식적으로 합동과 감리교, 기장, 고신, 루터, 기하성 등에서 참여하면서 공신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 재단법인 앞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한 복원 찬송가공회는 저작권 반환소송과 충남도청 재단법인 설립 취소 신청 등을 준비하고 있다.

공회 관계자는 “하루빨리 찬송가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다면 성도들이 찬송가를 사서 볼 수 없을 만큼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상업적으로 전락하고 비 연합기구로 낙인찍힌 재단법인 찬송가공회를 해산하고 저작권과 출판권 등 모든 재산을 공교회인 교단 앞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들 역시 “과거 저작권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은 찬송가가 공교회의 산물이며, 선교의 목적으로 보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단법인이 상업적으로 전락한 이상 그냥 둘 수 없다는 심정으로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작자 황철익 씨는 지난 2008년 찬송가작가총연합회 창립 당시 “막대한 이익을 남기면서도 정작 찬송가 저작자들의 권리는 빼앗으려는 공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인재단인 교단의 지원으로 세워진 공회가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저작료를 지불하지 않았고 최근에 와서는 무상사용권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작가들의 곡을 삭제한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러한 불만이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교계 일각에서는 “찬송가 사태가 길어지면 한국 교회 전체가 또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통합과 합동, 감리교와 기장, 기성 등 판권 교단들과 양 위원회 교단들이 이권을 내려놓고 한국 교회를 위한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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