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처음 해 본 32시간의 중노동
멋모르고 처음 해 본 32시간의 중노동
  • 민돈원
  • 승인 2018.08.21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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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목사님을 이전에 목회하던 교회에 초청을 했더니 본인의 마이크와 시스템을 가지고 오셔서 집회를 인도하신 것을 보았다. 아마도 어느 교회를 가든지 그 분은 본인전용의 마이크를 휴대하는 이유가 설교할 때 그만큼 내용 못지않게 그 내용을 전달해 주는 음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이곳에 맨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음향문제였다.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되고, 소리가 작아 안 들린다고 해서 볼륨을 올리면 일명 삐~하고 울리는 하울링(howling)현상이 일어나는 등 여간 애를 먹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음향기술자에게 맡겨 앰프, 스피커 두 조를 교체하고 기타 음향기기도 추가하고 천장 내부 배선 작업도 새롭게 하는 등 나름대로 몇 일간 보강공사를 2년 전 마쳤다. 그러자 그 당시는 처음보다 나아진 것 같았다. 그러나 하울링 현상은 여전했다. 그 이유는 예배당 벽이 석고보드인지라 소리가 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음향전문가의 진단이었다.

다시 말해 스피커나 앰프만 교체하고 보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성이 또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것저것 알아본 후 방음재 공사를 하기위해 재료를 선택하여 구입하였다.

지난 주 수요일 1박스에 12개입(1개 크기 600cmX600cm) 26박스(총312개)를 그날 저녁부터 시험 삼아 하나씩 부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개만 붙여본 후 2주전 남선교회가 토요일 나와 공사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광고를 했기에 토요일 같이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손수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컨대 콘센트나 유리창, 모서리 등 섬세하게 재단을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줄맞추는 일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치수를 재고나면 자르고 실리콘 쏘고 그것을 붙이고 잘 눌러 부착을 확인하는 등 작업 과정이 의외로 많았다.

첫날 수요 예배 후 밤 다음 날 1시까지 작업을 했다. 다음날 목요일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12시까지 그리고 다음날 금요일 역시 7시 반부터 밤12시까지 아내가 가져다 준 점심 대용 떡 두 조각과 우유로 요기(療飢)하는 것 외에는 하루에 16시간씩 이틀간 중노동을 할 정도로 혹사했더니 몸이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이렇게 강행군으로 이틀 반을 하고 나니 내가 공사 한 박스가 26박스 중 8박스만 남았다.

이마저 시름시름 내가 하리라 생각하고 몇 분들이 도와준다고 해서 그만두라고 했더니 어느 집사님이 내 맘을 읽었는지 하겠다고 해서 다시 토요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다시 이 일에 도와준 4명의 성도들과 함께 거의 공사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공사를 해야만 하고 서둘러 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우리 성도들 가운데는 귀가 안 들려 보청기를 끼어야 만이 들을 수 있는 분들이 몇 분 출석하고 있다. 그러는 분들 중에 설교할 때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하면 어느 정도 말씀전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마이크에서 좀 떨어지면 안 들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보청기를 낄 정도는 아니지만 또 어떤 성도들 중에는 역시 작은 소리는 잘 못 듣는 분들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도 음향시설은 하루라도 빨리 시정되어야 할 과제였다.

일주일에 주일 낮 예배 한번 참석하는 시간에 설교말씀이 잘 안 들려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모르고 집으로 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고 속상한 일이겠는가? 를 생각하니 그 당사자들 이상으로 내 마음이 편치 않고 늘 고민해 왔던 문제였다. 이 부분을 해소해 드려야만 하겠다는 마음이 이번 방음재 공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이유는 다음달 9.14-15 부흥성회 때문이다. 강사 목사님이 마이크 때문에 만약 말씀 전하는데 신경이 쓰이고 잡음이 들린다면 강사 목사님에게도 크게 불편을 끼쳐 드릴뿐 아니라 더욱이 듣는 우리 성도들에게도 은혜 받는데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공사를 멋모르고 손을 댔다가 무친 김에 성도들이 하기에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쉬지 않고 하다가 비록 몸은 지금도 탈수 현상이 여전하여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붙여 놓고 보니 소리 전달이 이전보다는 나아졌고 동시에 외관상으로도 예배당이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어 흐뭇하기도 하다. 앞으로 방음에 따른 기술적인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음향 기술진에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아무튼 이번 공사로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더 나은 소리가 들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예배당 내부 환경 상 소리전달이 불명확했던 이전보다 설교 내용이 명확하게 잘 들려진다면 내 몸의 피로는 그들이 누리는 기쁨으로 모두 날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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