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기 연습
놓기 연습
  • 김재용
  • 승인 2018.08.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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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18

필리핀에서 선교사로 생활한 적이 있다. 선배 선교사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한 마을의 원숭이 소탕 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야 동물원에 가면 정겹게 찾아보는 동물이 원숭이였고, 귀엽기도 하고,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하며 놀던 때가 있어서 친근한 동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숭이들은 떼로 몰려다니면서 음식을 훔쳐가기도 하고 민가에 와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주민들의 골칫거리이다. 종종 원숭이들이 출몰해서 주민들을 괴롭히면 동네 남자들은 코코넛을 따서 안에 있는 물과 하얀 색상의 판단이라는 부분을 모두 긁어내어 물은 마시고 판단은 먹은 후에 그 안에 바나나 하나를 넣어 둔다. 바나나를 넣은 코코넛 껍데기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피해를 본 가정 주변과 마을의 곳곳에 놓고 맛있는 음식 향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조용히 원숭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원숭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떼를 지어 나타난다. 그리고 향이 있는 음식 주변에서 음식을 먹다가 부족한 음식 때문에 서로 밀치다 바나나를 발견하고 손을 집어넣는다. 이쯤 되면 남성들이 나타나서 원숭이를 몽둥이로 때리거나 잡기 시작한다. 이때 원숭이들은 자신이 잡고 있는 바나나를 꽉 주고 있어서 야쟈수 통에서 손을 빼지 못한다. 또 야자수 무게 때문에 생기는 불균형 때문에 제대로 도망도 못간다. 인간들에게는 원숭이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원숭이들에게는 죽음을 맞이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 타이밍이다.
이때 선임 선교사가 말해준다. “놓으면 살 수 있는데 원숭이들은 절대 놓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우리가 노인, 노년이라는 시기에서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했다면, 이제는 놓아 버리기도 배우고 또 실천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자랄 때 보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유치원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이 다르고, 초등학생이 되어 하는 놀이가 다르고, 청소년기를 지나고 청년기가 되면서 다르게 진행한다. 만약이 20대 중반의 청년이 “뽀로로” 장난감을 갖고 놀이를 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상하게 쳐다볼 것이다. 한국의 고전 영화에 등장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와의 갈등에서 곳간 열쇠를 주지 않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일부 비춰진 장면이 있었는데, 왜 그 나이까지 시어머니는 곳간 열쇠를 쥐고 당당하고자 할까? 물론 주제에서 조금 엇나갈 수 있으나, 경제권이 힘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 또한 상식에 맞지 않는다.

우리 인생은 놓아 버림의 연속이다.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을 붙잡고 있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혜롭게 어떻게 이양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종종 교회 내의 기득권 때문에 갈등을 빚는 교회를 보기도 한다. 원로 목사님과 담임목사님, 원로 장로님과 장로님 등 다양한 모습으로 갈등은 나타나곤 한다. 하나님 앞에 우리는 “내려놓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외치던 신앙 속에서 이제 노년기에 들어선 지혜자들은 놓아 버리기를 훈련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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