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를 저버리지 말라
신의를 저버리지 말라
  • 유레카
  • 승인 2018.08.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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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려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필수적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충족 욕구이다.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한 신의(信義)이다. 신의란 믿음과 의리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또 의리라는 말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뜻한다.

의식주는 누구 때문에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자기 스스로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신의니 의리니 라고 하는 개념들은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요소가 아니다. 즉 이들이 없다고 당장 내 육체가 배고프고 살기 힘들고 생명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의를 깨트리고 의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나아가 평판이 흐려짐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게 됨으로써 다분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난주 잘 아는 목사님을 만나 그로부터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 목사님은 금년 초 이곳 쳥평에서 아침고요수목원 가는 길목 경치 좋은 곳에 이미 꽤 값이 나가는 잘 지어진 경매건물을 매입하여 수양관으로 사용하기 위한 내부 공사하느라 지금까지 몇 달 동안 힘을 쏟아 왔었다. 특별히 그 건물에 그 교회 부담임으로 있던 기관 목사를 개척해서 파송하려고 내부에 사택도 꾸미고 교회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느라 적지 않은 공사비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을 매입하기 전부터 개척을 하겠다는 전제하에 그 용도에 맞게 시작된 리모델링, 수련원으로도 사용하기 위해 계속된 이제 거의 공사가 완료되어 지난달 말에는 개척예배도 드린다고 내게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엊그제 만나 갑자기 그 부담임이 개척을 포기한다며 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비록 전적으로 개척을 위한 건물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수개월동안 공사비를 들여 공사를 해 왔는데 이제 와서 난데없이 개척포기를 선언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당사자가 아닌 내가 듣기로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개인 사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목사님과 상호 약속한 신의를 저버렸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졌다. 무슨 이유를 들어 변명한다손 치더라도 수억 들인 리모델링 공사도 그렇거니와 사람이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닐진대 신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솔함은 크게 실망스럽고 그에 대한 평판은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경에서 최고의 신의를 지킨 사람을 꼽으라 한다면 다윗과 요나단이 아닐까 싶다. 요나단은 자신의 아버지 사울이 질투로 인해 다윗의 목숨을 해하려 함을 포착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다윗을 자기 생명처럼 보호하고 그와 맺은 약속은 정작 자신이 불리해도 끝까지 지켰던 것을 본다.

아울러 다윗 역시 생명의 은인이었던 요나단의 후의(厚意)를 잊지 않고 요나단 사후 그의 손자 므비보셋까지 다윗왕궁 식탁에 초대할 뿐만 아니라 토지까지 제공하는 배려를 아끼지 않음을 보게 된다.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람과의 신의를 잘 지키는 것이 믿음을 잘 지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서울 중앙에 믿음을 두루 펴라, 보급하라는 의미로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또한 서대문은 의를 두텁게 하라는 뜻으로 돈의문(敦義門)이라 불렀다. 이미 우리 민족의 혼속에 신의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게 유, 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신의를 다하고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야 진정성을 가진 믿음의 사람임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사람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믿음의 가치는 이를 두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격이 높고 가치 상승이 일어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날마다 꿈꾸며 기도하는 마음이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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