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휴양림
자연 휴양림
  • 김재용
  • 승인 2018.08.0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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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목회 칼럼 18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대한민국은 수은주 40도가 넘는 신기록을 기록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날 큰 계획 없이 대관령 자연휴양림으로 네비게이션을 찍고 달리기 시작했다. 친구 부부가 휴가라 함께 당일 여행을 가자고 하여 나선 길이었다.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2시간 여 달려 도착한 대관령 자락의 자연휴양림은 캠핑족을 위해서도 멋진 장소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연휴양림의 매력은 울창한 설악산의 나무들 사이로 놓여 있는 길을 걸으면서 대화를 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바쁜 일상의 여러 일들 속에서 초록의 향연 속에 몸을 맡기고 피톤치드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몸과 마음이 휴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으니 여러 모로 휴가에 적합한 장소임에는 틀림없었다.
휴양림에 도착하여 그늘 진 곳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그들도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계곡 사이로 찬바람이 불어주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살짝 더운 바람이 흘러 내려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더 이상 가지 말자고 제안을 하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를 했다. 그러고 얕을 물이 흐르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 발을 적시고자 들어갔다. 시원한 물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앉을 만한 곳에 몸을 맡기고 생각해보니, 노년의 삶이 바로 휴양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휴양림은 평소에도 존재하고 있지만 크게 각광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다. 동시에 휴양림에 들어서면 세상의 바쁜 일상과 차단할 수 있고 느린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게 되며,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노년기의 생활은 그렇게 빠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쉼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그들도 제공하고, 피톤치드와 같이 에너지원을 선물하며, 새들의 노랫소리와 같이 힐링 타임을 경험하게 된다. 은빛 지혜자를 만나면 시원한 계곡물과 같이 항상 넘치는 지혜가 있다. 그리고 그늘이 있다.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늘이다.
평소에도 존재하지만 크게 각광을 받지 않고 그러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노인이다.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를 이미 한 노년기의 삶을 사는 노인들은 생산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과 삶에 대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할 때와 같이 각광 받아야 하고, 일의 중심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우세하다. 그 일로부터 자신이 소외되는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휴양림과 같은 숲이 있어야 쉼을 제공할 수 있듯이, 힘든 삶 속에 있는 이들에게 노년기의 지혜는 휴양림과 같이 새록새록 새롭다.

은퇴 전의 생활과 은퇴 이후의 생활 변화로 인해 적응이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을 잘 정리한다면, 휴양림과 같이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될 것이다. 바쁜 생산 라인에 있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숲 속에 묻혀 있어도 필요한 존재가 되듯이, 노년의 삶은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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