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은 신앙의 연조가 아니더라!
품격은 신앙의 연조가 아니더라!
  • 민돈원
  • 승인 2018.04.24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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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감리회 의회제도인 연회를 25번 참석했다. 준회원 허입 때부터 줄곧 참석했으니 적지 않게 참석한 셈이다. 금년 중앙연회기간이(4.5-6) 교회에서 매일 저녁 밤 8시부터 특별 기도회 선포한 기간 중인지라 첫날 등록하여 잠깐 참석하다 그날 돌아왔다. 승용차로 다녀왔기에 교통비나 추가 경비도 필요 없었다. 물론 연회 때 만난 목사님에게 차 한 잔을 대접했기에 부수비용은 있었으나 4만원 등록비만 재무부에서 지출하도록 했다.

이런 연회를 지금까지 줄곧 참석하여 회의 진행을 지켜보면 어떤 연회에서는 단골 발언자가 있기도 하고, 그 중에 꼭 본인의 주장을 앞세워 큰소리치는 연회원들이 종종 눈에 띤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자신에게 넘겨온 재판을 맡은 빌라도는 군중들 앞에 세 번씩이나 예수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는다.(눅23:22) 그러나 무리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친다. 결국 “...그들의 소리가 이긴지라.”(눅23:23)라고 기록하고 있다. 물론 그 당시는 소리가 이긴 것 같았으나 부활의 주님이신 진리가 이겼기에 우리는 그 복음이신 주님께 소망을 두고 살아간다.

이런 일은 역사를 거치면서 여전히 지금도 그러하다. 더더구나 우리 민족은 큰소리치는 사람이 이긴다고 하는 쪽에 가깝다. 대개 논리가 약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자, 이전에 치유되지 않은 채 마음에 상처가 남아있는 자, 배후에 누적된 분함을 가진 자, 자기의가 강한 자들의 특징이 큰소리부터 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위아래도 없다. 누구에게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휘두르면 된다고 착각하고 사는 자들이다.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절제되지 않은 감정을 포효하듯 공격적으로 쏟아낸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특징은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꼬리를 내린다.

어느 사이트에서 읽은 한 줄의 글이 생각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회의할 때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종전까지는 돈을 어떻게 쓰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하나 더 추가로 안 셈이다. 집에서든지 교회에서든지 품위가 있는 회의장소, 격식을 갖춘 장소에서는 소리치지 않는다. 서로간의 표정미소로 분위기를 환하게 연출하는 메이크업의 사람들이 최고의 매너를 가진 교양인들이다.

굳이 소리쳐야 한다면 그런 때와 장소는 따로 있다. 그 때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이고, 불이 나서 급히 알려야 할 때 정도이다. 그리고 교회라면 간절한 마음으로 동일한 기도제목을 주고 합심하여 통성 기도하자고 할 때일 것이다. 이럴 때는 침묵하고 교회에서 함께 통성기도하고 찬양하는 일 이외에 큰소리치는 일은 빌라도 당시 무리들이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나는 목회하면서 안타깝게도 일선에 서 있는 자들일수록 이런 사람을 한 두 사람 경험한 것 아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모습을 늘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 역시도 돌아볼 기회로 삼는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세월 목회하면서 더 온유하고 겸손하고 무게감 있는 중후함이 풍겨야 할 텐데 혹시나 더 사납고 거칠고 전투적이고 표정이 일그러지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변질될까 하는 염려를 떨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몇 차례 경험한 바로는 화를 쉽게 내면 어떤 중요한 일, 곧 성사되어야 할 일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화를 절제하지 못하면 안 풀리는 문제를 안고 일생을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성내고 화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주님의 말씀은 분명히 경고한다. “사람의 성내는 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하느니라.”(약1:20) 왜냐하면 마귀에게 결정적인 빌미를 스스로 제공해 버림으로써 마귀의 각축장이 되어 피차 해를 당하고 말기 때문이다.(엡4:25-26)

품격, 곧 사람됨의 교양과 인격은 반드시 신앙의 연조와 비례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날에 대한 소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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