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치유에 ‘사랑의 공동체’가 묘약
마음 치유에 ‘사랑의 공동체’가 묘약
  • 정택은
  • 승인 2018.03.29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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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란 근본적으로 인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회자들은 인간을 변화시키기 위해 갖은 지혜와 지식을 동원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생각과 지식과 합리적 설득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심리학의 발전과 상담 및 심리치료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사실은, 사람을 강하게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는 느낌과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상담과 치유를 중심으로 한 목회에 있어서 ‘내적 치유’나 ‘상한 감정의 치유’와 같은 용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있어서 마음의 고통이 생각보다 보편화되어 있고 깊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목회현장에서는 그런 마음의 고통에 대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마음의 고통을 영성부족으로 여기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가 마음의 고통을 갖고 살아가는 성도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감정이나 가족문제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은폐하려고 한다.

또한 목회자들의 정신적 장애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고통가운데 있는 성도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은 흔히 우울증세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나 무력증이다. 이럴수록 기도로 극복해야 한다는 목회자와 주변사람들의 권면을 받게 되는데,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지만 오히려 더 큰 절망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절망과 죄책감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정죄하고 독려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일어설 때까지 따뜻하고 섬세한 관심과 배려로 돌봐줄 사람과 사역이 필요하다.

목회자의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는 교회를 예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것은 갈등이다. 갈등을 통과하지 않고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없다. 갈등은 더욱 깊은 사랑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갈등은 고통스럽고, 갈등이 심화되면 목적과 비전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갈등을 잘 다루면 이전보다 훨씬 깊은 사랑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은 치유와 회복을 넘어 성장과 성숙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참된 사랑은 상대방의 상처와 어두움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엄청난 잠재력과 숨겨진 재능과 은사까지도 함께 용납하는 것이다.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을 예수님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양육하고 훈련하는 일이다.

사랑의 공동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기도와 성실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랑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은총의 사건이다. 즉 하나님이 사랑을 부어주실 때 사랑의 공동체는 형성되며, 하나님의 은혜로 마음의 치유를 포함한 갖가지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는 사랑의 공동체가 묘약이 될 수 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의지작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며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목회에 있어서도 ‘영혼에 대한 보살핌’으로 언제나 인간의 내적 세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만큼 감정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별히 마음을 만지는 목회, 마음을 다루는 목회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 자신이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택은 목사의 교육목회 칼럼은 이번 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추후 정택은 목사 연재는 새로운 주제로 다시 찾아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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