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적 삶을 철저히 사는 것도 ‘순교’
복음적 삶을 철저히 사는 것도 ‘순교’
  • 정택은
  • 승인 2018.03.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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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교회의 사회적 역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려는 성도들의 노력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성도들이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기에는 오늘 우리들이 처한 사회적 풍조와 환경이 성도들을 곤란하게 하고 있다. 결국 쉬운 길인 타협을 선택하다보니 오늘의 무능력한 교회와 성도들이 되고 만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신앙선배들이 목숨을 던지며 간직했던 ‘일사각오(一死覺悟)’의 순교신앙이 필요한 때이다. 죽음도 두려워 않고 복음을 증거하고 그것을 삶속에서 실천했던 신앙선배들의 순교의 영성을 우리의 삶속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원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많은 위대한 순교자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교회의 자랑거리 차원을 벗어나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현 세대, 신앙생활을 단순히 취미생활로 밖에 여기지 않는 현대의 신앙인들에게 순교자들의 정신이 더욱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독교인들이 순교자들에게 보인 관심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교인들의 일상과 유리된 교회사적인 학문연구의 대상으로, 아니면 일시적인 공경의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순교자들에 관계된 어떤 역사적 사실자체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의 순교영성을 깊이 깨달아 오늘날 우리의 삶속에서 적용, 실천할 수 있도록 재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순교란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치는 행동’ ‘신앙을 위하여 죽음을 당하는 일’을 의미한다. 기독교의 순교는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애(絶對愛)의 최종표현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삶에 대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순교를 단순히 외적인 피흘림을 통한 신앙의 증거만을 뜻했던 것은 아니다. 이미 교부시대부터 주의 계명과 복음적 삶을 철저히 사는 것 자체도 순교로 보았다. 비록 피흘림의 순교는 아니었지만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사셨던 분들, 바로 교회의 오랜 전통 속에서 이미 순교자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러한 순교이해가 필요하다. 하느님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복음적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자세 또한 순교영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할 때 순교의 최종적 행위가 죽음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서 실천 가능한 차원으로 다가오게 되고, 여러 형태로 순교적 삶을 살고 있다는 고백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시대에 우리 삶 속에서 실천 가능한 순교영성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본적인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전10:31). 순교자들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해 살았고 그분을 위해 근본적 결단을 내리며 그분에게 모든 것을 바칠 것을 결단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순교영성의 근저에는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말로 함축될 수 있다.
둘째, 포기함이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마16:24) 어떤 것이든지 포기함이 없이는 순교는 불가능하다. 실제로 많은 순교자들이 자신의 모든 욕망을 억제하고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 많은 것을, 심지어는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도 포기하였던 것이다.
셋째,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를 본받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당하신 삶을 본받는 것은 최상의 은혜요 사랑의 최고증명인 것이다. 이처럼 순교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행위라고 할 때 그것은 순교자의 고통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유사한 점을 가졌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순교자의 자세가 그리스도의 자세, 즉 사랑을 닮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순교를 남의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고백이 되도록 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선 자리를 거룩한 땅으로 알고, 거기서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자 또한 순교의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오늘 나에게 맡겨진 순교적 사명은 무엇이며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 이를 끊임없이 묻고 행동으로 옮기는 순교영성을 지닌 신앙인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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