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변수
목회변수
  • 민돈원
  • 승인 2018.01.3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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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모든 일이 평탄하지만 않다. 라는 사실을 겪게 된다. 즉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위기관리 능력에도 어느 정도 숙련이 되 있어야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목회자는 자기관리 능력과 함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지탄을 받기 십상인 직업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교역자들이 출, 퇴근 자들처럼 스스로 매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나님이 지금 나를 보고 계시다.’는 두려움과 정직성으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매일 출퇴근 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기에 누구의 감독도 받고 있지 않다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장점일수 있으나 심각한 맹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기에 내 경우는 매일 우선 개인적인 영적관리를 위해서라도 새벽기도로 시작하는 것은 목회초기부터 지금까지 익숙한 일과가 되어오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을 목양실 서재에서 보낸다.

한편 교역자 세계는 이미 언제부터인가 엄격한 상급자와 하급자의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내가 처녀 담임 목회할 서리 때만해도 서리들과 준회원들, 그리고 정회원들(정1-정10)이 대부분이었고 일명 완급 정회원(‘정’뒤에 10년이 지나 숫자가 없는 경우) 선배목사님들은 많지 않았다. 그 당시 선배들은 높이만 보였다. 한 예로 감히 선배들과 같은 상에 마주 대하고 식사하는 일은 통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반전되었다. 이 같은 예는 현재 내가 속한 지방을 보더라도 그 단적인 증거가 된다. 18명의 교역자중에 서리는 없고 준회원1명, 정4-정9가 4명, 그리고 나머지 13명은 완급 정회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이제 거의 대부분 지방도 우리나라 인구구조에서 보듯이 역 피라미드 구조이다. 대하는 태도도 이전과 크게 다르다. 이러다 보니 교역자들 세계, 좁게는 지방내 분위기 기강이 공직사회나 일반 기업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위계질서의 혼란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계장, 과장, 부장, 사장 등으로 규정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또한 목회자들 내부에 나타나는 취약점이기도 하다.

목사는 목사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다. 따라서 목사라면 균형잡힌 삶이 따라야 하고 인격적인 교류가 이루어져 사람들과 사회를 통합시키는 본연의 사역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방 내 교역자들의 경우 대단한 계급조직이 아니기에 더욱이 지금은 상명하복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다고 해서 혹이라도 목사이면 다 같은 목사다. 라는 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어느 정도 의식 있는 자라면 선배를 깍듯이 예우하고 모시는 것쯤은 안다. 굳이 교양이나 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알아보는 것이 세상에서 만나는 선후배 세계이다. 하지만 종종 지방내 목회자들을 보면 연급, 학번, 연륜 등을 보아도 한참 후배들이 지방 일을 하면서 격을 갖춰야 하는데 여러 선배들에게까지 통고하는 식의 행정 또는 일처리 하는 것을 본다. 후배에게 해야 할 처신을 선배들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무리수는 사회조직에서는 감히 통할수도 없는 일이다. 교회 성도들을 대하면서 일어나는 변수도 있지만, 같은 지방 내 예기치 않는 목회 변수들을 접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이 지방내 목회자들이 진정한 파트너십과 그저 사무적인 회의로 매달 모이는 교역자회의가 아닌 서로 인격적인 교류가 이루어져 소속감과 일체감을 가지고 동반상승하게 만드는 그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목사가 되기를 염원하고, 그런 지방 행정 수장들이 함께 하는 감리교회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에서 끝난 아시아 U-23 축구대회에서 아깝게도 우승은 놓쳤으나 이 대회 4강에도 한번 올라가 본 적 없는 베트남 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놓음으로써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60) 감독의 인상적인 인터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선수들에게 우리는 축구뿐만 아니라 삶도 공유해야 해. 그래야 서로 친구가 되고, 동지애가 생겨 경기에서 에너지가 발휘된다. 고 말해줬죠. 그러려면 식사할 때 서로 대화를 해야지 전화기만 보고 있으면 되겠느냐고요. 경기나 훈련을 앞두고는 집중해야 하는데 통화를 하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베트남 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있을 경우 경기도 잘 안 보고 자기들끼리 떠드는 경우가 많아 한 팀이라는 소속감이 약했던 이런 분위기를 ‘벤치에 앉아 있어도 경기에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변화시켰고, 그 결과 부임후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벤치 선수들도 감독처럼 한 몸이 돼 응원을 한다고 한다.

이처럼 목회는 단체경기 종목의 팀을 이끌어 가는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과 어느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예컨대 선수들의 기본기 훈련, 자기관리, 체력보강, 피지컬 향상, 선수개개인의 심리상태 파악, 상대방의 전력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대처하는 능력, 경기 중 위기대처 능력, 그리고 전체 팀웍의 분위기 상승 등은 어쩌면 영적 전투에서 진두지휘하며 성도들이 세상에서 싸워 이겨야 하는 원리와 매우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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