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가들이 경험한 신성의 빛(The Divine Light)의 의미(3)
영성가들이 경험한 신성의 빛(The Divine Light)의 의미(3)
  • 김수천
  • 승인 2017.12.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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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시메온의 신성의 빛의 의미를 그의 기독론적 관점에서 살펴 보고자 한다. 동방정교회의 기독론은 기본적으로는 바울의 가르침과 일치한다. 첫째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법정적 개념으로 이해하여 지불해야 할 빚을 대신 지불한 대속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또한 바울은 이러한 법률적 관점 외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하나님과의 적대 관계를 회복하는 중보자의 사역으로서 가르친다. 이들 관점들은 그리스도교 기독론의 핵심으로 인간의 죄에 의해 야기된 창조주로부터의 소외라는 인간 실존에 대한 신학적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 외에 동방정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인간의 또 다른 실존에서 이해하여 왔는데 신화가 그 핵심이다. 동방정교회가 초점을 두는 인간의 또 다른 실존은 인간은 타락의 결과로 하나님과의 교제와 연합의 길을 상실하였고 결과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닮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바로 이 인간이 하나님과 연합하고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아들을 성육신하게 하셨다. 즉 인간의 몸을 입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체적인 지상 생애를 통하여 하나님은 인간이 하나님의 성품을 닮고 나아가 자신과 연합할 수 있는 길을 보여 주신 것이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신화의 모범자라는 이 관점이 동방정교회의 기독론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동방정교회의 이러한 관점을 블라디미르 로스키(Vladimir Lossky)는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그리스도에 의해 성취된 사역은 더 이상 죄로 인해 하나님과 분리되지 않는 우리의 본질과 관련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새로운 본질이요, 세상에 나타날 하나의 갱신된 피조물이요,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를 통해서 모든 죄악으로부터 정화되고 모든 외적 필연성으로부터 자유롭고 우리의 불의와 모든 낯선 의지들로부터 분리된 새로운 몸입니다.”

이제 이러한 동방정교회의 관점을 시메온은 ‘믿음에 관하여’에서 “하나님께서는 죄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우리들처럼 되셨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우리를 망상과 죄로부터 자유롭도록 구하십니다”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구절은 우리를 망상(delusion)과 죄(sin)로부터 해방하기 위해서라는 표현이다. 인간의 망상은 죄된 본성으로부터 나타난다. 두꺼운 흙먼지가 가라앉아 있는 유리컵의 물은 조금만 건드려도 뿌옇게 변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근본이 죄성으로 가득 찬 인간에게는 욕심, 근심, 잡념들의 끊임없는 활동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길은 요원한 것이 된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성자를 통하여 자신의 죄성을 극복하고 창조주의 성품을 닮는 점진적 자기 초월이 가능하다고 성 시메온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성경을 통하여 선포되어서 우리가 읽고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거룩한 로고스의 성육신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그분의 것들 안에 우리가 참여자가 되게 하기 위하여 그분이 우리의 것들을 나누셨다는 것입니다. 인간인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셨는데, 그분은 은혜로 우리를 양육해서 본질적으로 그분을 닮게 하시며, 성령 안에서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시고, 우리를 천국으로 직접 인도하십니다.”

이렇게 성 시메온에게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대속의 공로를 통해 믿음으로 구원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죄성 가운데 살아가는 신자들을 위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죄는 없으나 인간과 똑같은 육신을 가진 성자는 그 육신의 삶을 통하여 신자들이 신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보여 주고 가르치고 도와주며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강림절기에 우리의 성화를 위해 오신 그 예수님을 새롭게 만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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