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칼리아에 나타난 무정념에 이르는 길들(1)
필로칼리아에 나타난 무정념에 이르는 길들(1)
  • 김수천
  • 승인 2017.11.1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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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무정념 즉 마음의 고요에 이르는 길에 관한 필로칼리아(Philokalia) 저자들의 교훈을 살펴 보고자 한다. 필로칼리아는 아름다음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인데 아름다움은 하나님을 의미한다. 인생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육체는 날로 쇠퇴하지만 영혼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삶을 위해 영혼이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물러 있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기에 책의 제목을 그렇게 붙였을 것이다. 이 책은 동방정교회의 영성가들의 영적 체험을 집대성한 것으로 전체 5권으로 되어 있는데 동방정교회의 영성에 관한 고전이 되어 왔다.

이 필로칼리아에는 크게 네 가지의 마음의 고요에 이르는 길들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예수기도를 통한 기도, 둘째, 죽음묵상을 통한 훈련, 셋째, 덕의 실천, 넷째, 거룩한 참회의 눈물을 통한 훈련이다. 그런데 첫째와 둘째는 이미 앞에서 다룬 적이 있기에 여기에서는 덕의 실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에서 성도가 성령의 은혜 가운데 성화의 삶을 살 때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가 나타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동방정교회의 영성가들은 이러한 성화의 표징으로서의 덕의 열매 외에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의 활동들을 극복하고 무정념에 이르기 위한 준비로써 덕의 실천을 강조하였다. 리비아의 성 탈라시오스(St. Thalassios the Lybyan)는 ‘사랑, 절제, 지성과 일치하는 삶에 관하여’에서 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뿌리 깊은 습관은 쉽게 제거할 수 없으므로, 고질적인 사악함을 제거하려면 오랫동안 덕을 실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떠한 종류의 덕을 실천해야 하는지는 영성가들마다 강조하는 바가 다른데 필로칼리아에 나타난 덕은 크게 절제, 인내, 사랑, 겸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절제는 수도자가 실천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으로 강조된다. 절제는 음식에 대한 절제와 혀에 대한 절제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수도자들에게 음식의 절제는 필수였다. 과식은 육체적인 정욕에 휘말리게 하고 정신 집중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성가들은 하루에 400g 정도의 빵과 두 컵 정도의 포도주만 섭취하기를 권고한다. 그리고 식사는 하루에 두 끼를 하도록 지도되었다. 물론 병이 나거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더 많은 분량의 음식과 육식 섭취도 허용되었다.

둘째, 음식에 대한 절제와 함께 영성가가 실천해야 할 절제는 혀 즉 말에 대한 절제다. 혀에 대한 절제는 침묵의 덕에서 나타난다. 리비아의 성 탈라시오스는 침묵의 덕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절제와 사랑, 인내와 침묵을 강력하게 실천하면,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정념들을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시나이의 필로테오스는 ‘맑은 정신에 관한 40개의 글’에서 음식에 대한 절제와 혀에 대한 절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정신의 예루살렘-정신 집중-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은 비록 정신은 아직 침묵하지 않 더라도 지혜롭게 입술을 침묵하는 것입니다. 둘째 문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의 양을 정확하
게 절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필로칼리아의 많은 저자들이 무정념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길로 음식의 절제와 침묵의 가치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식하기 쉽고 SNS를 통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21세기의 한국문화에서 영성가들이 실천한 이 절제의 덕이 마음의 고요를 위한 좋은 통찰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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