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도 없고, 감사도 없는 추석!
조상도 없고, 감사도 없는 추석!
  • 이구영
  • 승인 2017.10.27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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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추석연휴는 건국 이래 최대의 휴식 기간이었습니다.
이 기간의 풍경은 어떠했을까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몇 가지 통계자료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 숙박업 현황
. 호텔&레스토랑 예약 앱을 운영하는 데일리호텔은 추석연휴기간인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의 숙박자 수가 전년 추석 기간 대비 170% 이상 늘었고 거래액은 210% 증가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 예약 고객 연령대는 35세부터 44세(22%)가 가장 많았고.
. 주요 여행지는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순이었답니다.
. 국내의 주요관광지점 38곳의 추석 연휴 5일 동안 입장객 수는 306만3천141명으로 작년(2016년 9월 14일∼9월 18일)의 141만6천552명보다 2.2배 늘었습니다.
. 서울의 경우 추석 다음 날인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시 주최로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세종대로, 청계천 등에서 열린 ‘서울거리예술축제 2017’에는 마지막 날 42만 명이 다녀간 것을 포함해 4일간 총 132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었는데 이는 지난해 관람객 75만 3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랍니다.
. 서울 뿐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축제가 성황이었습니다.

나. 공항상황
. 추석 연휴 출국자는 102만 명으로 작년 추석(32만2천206명)보다 3.1배 늘었습니다.
2011년에는 설과 추석 연휴 기간 출국자가 29만245명이었지만 올해 설과 추석 연휴 기간의 출국자 수를 합치면 129만5천604명으로 6년 만에 4.5배 증가했답니다.

엄청난 추석연휴를 지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돈도 많이 쓰고, 놀기도 많이 놀고 관람도 많이 했습니다. 풍성한 추석을 지내거나 혹은 썰렁한 추석을 지낸 분들도 있을 텐데 이번 추석을 지내면서 한 두 가지 무척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추석의 본래적 의미 두 가지가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추석은 단순히 노는 날, 쉬는 날이 아닙니다. 추석에는 조상이라는 단어와, 감사라는 단어가 있어야 했는데 이 두 가지 단어가 쏙 빠진 추석이었습니다.

추석이 되면 차례를 지냅니다.
힘든 삶을 살기는 하지만 내가 여기에 살아 있는 것이 나의 공로가 아니라 조상님들의 아픔과 준비가 있었기에 내가 여기에 있음을 감사하며 조상님들을 생각하던 때가 추석이었습니다.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생각하며 제사를 드리고 술을 따라 드리고, 먹을 것을 준비했습니다.
지금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 할머니, 증조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선물을 드리고, 고마움을 표현하고, 오늘 내가 있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분들께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었습니다.
온 식구가 함께 모입니다.
한 조상으로부터 가지 뻗어진 모든 후손들이 함께 모여서 우리가 하나임을, 한 조상으로 인하여 삶을 영위하게 된 한 가족임을 생각하며 함께 하나 됨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추석이었습니다.

모여서 화토도 치고, 성묘도 다니고, 고향 어르신들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잔소리도 좀 듣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흉도 보고, 먹을 것도 함께 만들고 먹고 하면서, 힘들지만 웃으며 지내던 때가 추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추석명절에 조상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빠지고 있습니다.

여행에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빠져있습니다.
공항에 나가보면 60-70 넘으신, 이 사회를 이끌어 오신 그분들이 많이 안계십니다.
어떤 목사님을 만났는데 참 슬퍼하셨습니다.
추석이 그렇게 긴데 딸이 안왔답니다.
여의도에서 혼자 원룸 얻어서 사는데 추석에 얼굴도 안 보여주었답니다. 서글픈 추석이었답니다.

추석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상과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과 하나됨의 기간이었다면, 두 번째는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모든 일들을 인도해주신 어떤 신에 대한 예배이었습니다.
물론 기독교적인 예배라기보다는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지만 그 속에는 종교성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종교성을 심어줍니다. 제사라는 의식을 통해서 인간의 세상 너머에 있는 신들의 세상에 대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이 제일이 아니고 신들이 있음을 깨우쳐 주던 것이 추석명절이었습니다.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면서 종교심을 불어 일으켜주었습니다. 천국과 지옥이 있음을 생각하게 되는 기간이었습니다.
이 땅이 끝이 아니고 죽음 후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여기가 끝이 아니고 육체의 시대가 끝나면 영혼의 때가 있음을 가르쳐주던 때가 추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추석에서 종교성도 빠지고 있습니다.

은혜도 잊어버리고, 하나님이 계심도 잊고 살게 되는 사람들!
앞으로 아이들은 대답할 것입니다. 추석이 무엇하는 날이냐고? 휴가가고 여행하는 날이라고..
추석의 본래적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감사의 의미도, 종교성의 의미도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되찾아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알기에 아쉬움도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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