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시대, ‘다름 존중하고 차이 차별하지 않기’
다문화 시대, ‘다름 존중하고 차이 차별하지 않기’
  • 정택은
  • 승인 2017.10.1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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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이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으므로 현대 한국사회의 다인종 성격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난 2007년 권고한 바 있다.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 의식과 타 인종, 타문화에 대한 경계심 내지는 폐쇄성이 짙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나 외국인 체류자, 탈북자 등은 한국인에 대한 분노와 자기 비애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러한 권고가 오늘 한국 사회를 향해 당위성을 갖는 이유는 이미 우리 사회 안에는 20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어느 새 우리 옆에 이웃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200만 명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주 외국인과 함께 살아갈 국가로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가적 차원이나 개인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의식, 인식, 태도는 매우 낙후되어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무시와 냉대를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피부색이나 언어에 따라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을 보면 분노와 자기 비애를 느낀다.

자기가 살아온 지역의 문화, 민족과 조국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태도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자기 민족과 문화를 최고라고 하든지 타문화 민족에 대해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현재 세계가 서로 연결되고 소통이 빈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민족 중심적 사고와 타민족에 대한 비우호적 폐쇄적 민족주의는 지구촌의 우호와 소통에 장애만 될 뿐이다.

기독교인들은 다양한 인종, 문화를 서열화하고 우열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명한 신학적 이유가 있다. 그것은 기독교 인간학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기독교 인간학의 핵심명제는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피부색, 용모, 성, 종교, 문화 등 그 어떤 것으로부터 차별받지 않는,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단지 성, 피부, 인종에 따라 다름과 차이가 존재할 뿐이지 그 가치의 차이와 우열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동일한 가치를 지닌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자유인이나 노예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 누구도 차별이 없는 자들이라고 말했다.(갈3:28)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교회는 우리의 새로운 이웃들이 이 땅에서 우리와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의식과 문화를 개혁하는 일에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 외국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선교사역을 감당해 왔지만, 이제 인권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한 선교활동에서 더 나아가 이주민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여기고 신앙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선교사역을 발전, 확대시켜나가야 한다.

다문화 시대는 사회구성원 간의 다양한 견해와 문화의 차이로, 특별히 차별과 갈등 등으로 분열될 수 있는 소지가 많기 때문에, 이를 위해 교회는 갈등상황을 해결하고 사회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사회통합을 위한 과제를 연구하고 그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문화 사회를 위한 사회통합은 사회적 약점을 치유해서 사회의 선순환 기능을 회복시키고 강점을 더 활성화시켜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사회통합은 각종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들, 즉 소득격차에 의해 나타나는 빈곤의 문제, 신체적 나이로 생겨나는 장애의 문제, 이념적 차이로 나타나는 탈북의 문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결혼이주민들의 문제 등이 사회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통합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기본으로, 조화와 협력을 추구하되 완전히 개성을 무시한 동질화가 아닌, 즉 ‘조화속의 개성’을 추구하고 ‘동질속의 이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로 세계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의식을 보편화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도 특정한 사상, 문화, 인종, 지역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땅에 이주해 삶의 근거지를 옮겨 살고 있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피부색, 문화, 언어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고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의식과 문화를 개혁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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