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의 하늘양식이 되길 바라며...
명불허전의 하늘양식이 되길 바라며...
  • 민돈원
  • 승인 2017.09.30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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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출판국에서 발행하는 가정 예배서로 ‘하늘 양식’이라는 책이 있다. 1979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하니 금년으로 38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주 초 최근 하늘양식이 어떻게 출판 되는가 궁금하여 편집 실무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내가 문의한 내용은 요즈음 하늘양식이 출판 되어 나오기까지 그 원고들이 어떻게 모집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2-2013년 두해동안 집필에 참여한 적이 있었기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던 차였다. 그랬더니 실무자의 답변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몇 년 전까지는 게시판에 공모하여 감리회 교역자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 이를테면 개방형 원고모집이었는데 지난 3년 전부터는 (특별)지정인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감리회 교역자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특정인에게 의뢰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놀랍게도 ‘함량미달의 글들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타 교단에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내용의 질이 떨어지면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책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한 사람당 대개 날짜를 달리해서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글자크기 10포인트로 22-25줄 정도의 분량이다. 그다지 논리를 원하는 글도 아니고 성경을 자세히 강해할만한 그런 지면도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탁월한 글 솜씨를 필요로 하는 책의 성격도 아니다. 다만 가정 예배서인 만큼 독자들에게 은혜가 되고 가슴에 와 닿는 공감과 감동이 되어 나아가 삶의 실천적인 적용을 끌어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원고가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우리 감리회 교역자들의 통계가 2016년 말 현재 정회원을 비롯 원로목사 그리고 수련목까지 합하면 10,000여명이 넘는다.(감리회 홈피 교세현황 참조) 그중에 넉넉잡는다 해도 하늘양식 글쓴이들은 200여명을 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숫자는 전체 교역자수 대비 약2%에 불과하다. 즉 감리회 다수의 교역자와 성도가 예배서로 사용하고 있는 기관지라 하기에는 소수의 특정인에게 쏠려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동시에 출판국이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은 이렇게 되다보니 현장의 소리를 다양하게 들을 수 없고 일부 다소 신선감이 결여된 식상한 분들(?)의 글을 매년 대해야 하는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대도시, 중, 소도시는 물론 농어촌교회 현장의 소리도 글로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매머드 교회, 중, 소형 교회에서부터 비전교회 교역자들에 이르기까지의 신음소리나 당찬 소리 등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는 예배서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를 아울러 제시했다.
그랬더니 내 말은 수긍하면서 책임자와의 통화를 주선하겠다고 응대했다.

둘째, 이 실무자의 답변이 나로서는 매우 의외였다. 그것은 교회 독판 내지는 구매수가 많은 일부 교회 담임자들에게 원고 청탁을 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출판국 판매수입에 실적이 큰 교회 일부 담임자들의 글이 하늘양식에 실리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예배서가 수익사업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글은 순수해야 한다. 진정한 글쟁이(?)들은 밥을 굶더라도 글로써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라고 본다. 예컨대 독재의 서슬 퍼런 시대에 글로써 항거했던 몇몇 저항시인들, 문학인들을 나는 알고 있다. 예배서이니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만에 하나라도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따져 원고 청탁을 한다면 감리회 기관지로써 매우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크리스챤 서적을 운영하면서 기독교문학지까지 매년 발행하는 임모사장(발행인)은 이 기독교문학지를 발행하는 일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명인 줄 알고 줄곧 외로우리만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소식을 몇 년 전 등단식에 참석하여 그 분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개인이 이렇게도 하는데 감리회 기관지를 대변하는 하늘양식이 수입에 연연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글이 힘이 있으려면 무엇보다 이런 것을 초월할 수 있는 발행인의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문서선교 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 복음을 전하고 선교하는 일이 돈이 되어야만 하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앞으로 하늘양식의 필진들을 다시 확대 개편하여 현장의 생생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적인 능력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명실 공히 전체 감리회인들의 자랑스런 가정예배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로써 나아가 기관지로써 정체성을 가지되 지나치게 이익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도리어 정체성에 누(累)가 되지 않고 감리회인들에 의해 집필된 펜의 힘이 타 교단에까지 소문이 나서 우려했던 마음이 불식되고 도리어 외부에서 불티나게 찾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명불허전의 하늘양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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