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성찰에 대한 마카리오스와 에바그리오스의 교훈(1)
내적 성찰에 대한 마카리오스와 에바그리오스의 교훈(1)
  • 김수천
  • 승인 2017.09.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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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에 이르는 길을 위해서 성령의 임재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성령의 임재를 갈망하며 침묵기도를 할 때 영성가들은 성령이 임하기 전에 보통 잡념 또는 분심의 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래서 생각과 마음을 하나님께만 고정하는 기도 방법으로 예수기도(The Jesus Prayer)를 계발하게 되었다. 이번 주 이후에는 그 예수기도 형성에 사상적 영향을 준 4세기 이집트 사막의 수도자 마카리오스(Macarius the Great of Egypt, 300~390)와 에바그리오스(Evagrius Ponticus 또는 Evagrius the Solitary, 344 또는 345~399)의 교훈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마카리오스는 이집트의 니트리아 사막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인 프티나폴에서 태어났다. 마카리오스는 소년 시절에 목동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를 통해 명상과 고독의 삶에 대한 영적 경험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별히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무화과를 훔쳐 먹은 것을 일생 동안 기억하며 회개했다는 일화는 그가 예민한 양심의 소유자였음을 암시해 준다. 후에 마카리오스는 이집트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인 성 안토니우스(Anthonius the Great)의 벗이요 제자로 수도 생활을 하였다. 마카리오스는 수도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그 유명한 《50편의 신령한 설교》(The Fifty Spiritual Homilies)를 남기게 된다. 마카리오스는 이 신령한 설교를 직접 기록하지 않고 그의 제자 중 한두 명이 기록하였는데 이 설교는 동방정교회 역사에서 금자탑을 이루는 영성의 고전이 되었다. 인간의 내면 가운데 마음과 감성을 강조한 마카리오스의 사상은 동방정교회를 넘어서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예수회, 근대 개신교회의 경건주의 운동, 감리교, 그리고 오순절 운동 등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집트의 독수도사 에바그리오스(Evagrius Ponticus 또는 Evagrius the Solitary, 344 또는 345~399)는 일찍이 대 바실레이오스(Basil the Great of Caesarea)에 의하여 봉독자로 임명되었고,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스(Gregory of Nazianzus)에 의하여 부제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383년에 이집트의 니트리아 사막에서 2년간 지낸 후 켈리아 사막에서 생애를 마쳤다. 그는 마카리오스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그를 통해 사막 교부들의 1세대 및 그들의 순수한 형태의 영성을 접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한편 에바그리오스는 오리게네스의 가르침 가운데 영혼의 선재(先在)와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의 궁극적인 회복이라는 사상을 받아들여 제5차 에큐메니칼 공의회(553년)에서 이단으로 정죄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동방정교회의 영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특별히 그가 고안해 낸 전문적인 어휘들은 동방정교회에서 표준적인 것으로 사용되어 왔다. 동방정교회 영성의 고전인《필로칼리아》에 수록된 포티케의 디아도쿠스(Diadochus of Photice), 요한 클리마쿠스(John Climacus), 고백자 막시무스(Maximus the Confessor) 등의 글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마카리오스와 에바그리오스는 4세기 이집트 수도원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특별히 두 사람의 가르침은 후에 동방정교회 영성 훈련의 핵심이 된 예수기도(The Jesus Prayer)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헤시카즘(Hesychasm)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성 훈련은 예수기도를 반복함으로써 마음의 정적(stillness of mind)에 이르러 관상기도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마음의 기도(The Prayer of the Heart)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마음의 기도라고 해서 지성적 측면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기도는 마음을 중시하던 마카리오스와 지성을 중시하던 에바그리오스의 교훈을 통합하여 마음과 지성이 하나가 되어 드리는 기도이기에 일종의 전인적 기도(prayer of whole person)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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