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완전을 향한 길에서 성 삼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주는 그 삼위의 역할에 대하여 인간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그레고리오스는 삼위의 역할만으로 인간은 완전해지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완전을 향한 진보에는 그 삼위의 역할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인간의 응답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 고독과 관상의 훈련, 그리고 영적 진보에 대한 갈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모세의 탄생과 바구니를 통한 구원의 사건을 통해 그레고리오스는 인간의 선택을 강조한다. 모세의 탄생은 모세 부모들의 선택에 의한 결과였다. 이것은 대부분의 아기들이 부모들의 의지에 의하여 태어나는 것과 같다. 더욱이 모세가 갈대 상자에 의하여 구원 받은 것은 부모들의 선택에 의한 결과였다. 많은 이스라엘의 부모들처럼 모세의 부모도 모세를 바로의 부하들에게 내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모세의 부모는 아기의 생명을 지키기로 결정하였고 그에 따라 나일 강의 위험에서 한동안 생명을 보존할 수 있도록 역청과 나무진을 칠하여 안전한 상자를 만들었다. 언제든지 어린 아기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강물을 그레고리오스는 삶의 지속적인 욕망의 물결로 설명한다. 모세의 부모가 강물의 위협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을 하였듯이 모든 신자는 그 욕망의 물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들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로,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싸움을 중재하려다 자신의 살인 사실이 발각되어 광야로 피신한다. 그레고리오스는 모세가 자신의 도피를 고독과 관상을 위한 영적 훈련으로 삼았다고 해석한다. 모세는 광야에서 장인 이드로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는 홀로 광야에서 가축을 돌보는 일을 하였다. 이 고독과 침묵과 관상은 모세로 하여금 애굽에서 배운 철학과 인간적 학문들을 토대로 더 깊은 진리를 묵상하는 훈련이 되었다. 모세가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떨기나무가 타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그 나무로 돌아섰다는 것은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모세는 침묵과 관상을 통하여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불타는 나무가 불에 의하여 소멸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그 자연의 이치에 따르지 않는 초자연적 현상을 보고 모세는 떨기나무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즉 피조물에 대한 관상이 초자연적 계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 과정으로 작용하였다. 이처럼 고독과 침묵과 관상의 생활은 삼위의 활동들을 감지하고 그 활동들에 반응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신자가 완전의 덕에 이르기 위해 해야 할 결정적인 응답은 그 덕을 위해 갈망하는 것이다. 신자 속에서 활동하는 성삼위의 가장 큰 비밀은 그러한 활동들을 통해 영혼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다. 앞에서 성부의 역할에 대하여 언급한 것처럼 성삼위의 활동은 인간의 영혼 안에 더 깊은 갈망이 일어나게 한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인간의 영혼에 사랑, 기쁨, 평강이라는 신적 생명을 경험하게 하는데(롬 14:17) 이러한 생명은 세상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의 영혼이 그 형상을 회복하게 만든다. 그 형상의 회복은 곧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이렇게 자신의 영혼 안에 실현되는 신적 생명과 아름다움을 경험한 영혼은 그 아름다움을 더욱 열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덕의 완전에 이를 때까지 인간이 전력을 다해 달려갈 수 있는 응답의 에너지가 된다.
요약하면 그레고리오스는 완전에 이르기 위해서는 성 삼위의 활동에 인간이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 고독과 관상의 훈련, 그리고 완전을 갈망하는 삶을 통해 응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결국 완전에 이르는 길은 성 삼위와 인간의 상호협력이 중요하기에 신인협력설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