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수고했어! 고마워!
지난 11년간 수고했어! 고마워!
  • 민돈원
  • 승인 2017.08.19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 우리교회는 담임목사전용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교인수송용 승합차 2015년식과 2006년식 두 대중 연식이 오래되고 하체 부식이 심한 2006년식 12인승 승합차 한 대를 구역회 절차를 거쳐 처분했다. 지금까지 약 11년간 교인들의 발이 되어온 고마운 차량이었다.

우리교회는 매주 예배 참석하는 교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5분이 각기 순번을 정하여 운행하고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여성 운전자 홍일점인 권사님이 그 중에 한 분이다. 이 권사님은 2년 전에 구입하여 새 차 수준에 가까운 승합차를 운전하지 않고 꼭 연식이 오래되어 이미 위험하다고 진단을 받은 낡은 승합차로 교인들을 수송하곤 해왔다. 아마도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승합차를 운전하다 자신의 실수로 측면에 심한 자국을 낸 것에 대한 부담인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손에 익었던 낡은 그 차량을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부담스러워 하는 그 승합차로 수송할 수밖에 없다.

이 차는 11년 전 구입당시 신차였다. 지금까지 190,000km의 주행거리에 여러 사람이 운행하다보니 아무래도 그 수명은 개인용 차량만큼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연식이나 주행거리보다 더 결정적으로 처분하게 된 이유는 너무 심한 하체 부식에 있었다. 대개 쓰던 차를 일반적으로 처분할 경우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가장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처분 방법은 수출차로 파는 경우이고, 그 다음 단계의 가격이 중고차로 매매하는 경우, 그리고 그것도 안 되면 폐차로 가장 헐값에 처분해야 한다. 이번에 처분한 차는 오래 전 사고경력도 있고(물론 그 이후 부속은 새로 교체하여 문제가 없음) 하체 부식이 심해 수출용으로는 미달이고 중고차로 처분할 수 있다는 차량 관계자의 판정이었다.

이에 이번 승용차를 구입한 곳의 영업 직원에게 의뢰했더니 평소 거래하던 업체를 통해 수속을 밟았다. 그런데 애초에 가져갈 때 주겠다는 가격보다는 막상 리프트로 들어 올려놓고서 자세히 보니 교회에서 볼 때보다는 너무 심각하여 처음 값에서 다시 약 35%를 차감할 수밖에 없다는 통지였다. 결국 중고차로 파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왜냐하면 폐차로 넘기면 그나마도 더 못한 값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신차를 구입함과 동시에 낡은 차를 처분하면서 몇 가지 내 마음에 울려오는 교훈이 있다.
첫째는 담임목사 전용 승용차를 교회에서 순수하게 구입하기까지는 자그마치 113년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본다. 승용차 구입비가 물론 크다면 큰 액수라 할 수 있지만 어지간한 개인도 조금 힘들게 산다고 각오하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 액수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반드시 돈의 문제만은 결코 아니었다. 수 십 명의 담임목사님이 거쳐 가는 동안 정말 살만한 여유가 꼭 없어서 만이었을까? 이보다 더 실제적인 이유는 그만만한 의식 결여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듣자하니 어떤 분은 전임지에서 사준 자가용을 가져온 분, 교회에서 일부지원하면서 거의 본인의 사비로 구입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담임자들의 경우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 아마 교회 승합차를 겸용으로 사용해 왔다. 결국 어느 교인 중에서 그렇게 할 수 없었고, 게다가 교회 역시 선 뜻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배려와 의식을 못 미쳤다라고 판단이 된다.

그러다 이번 내가 즐겨 쓰는 말, 곧 역사적인 일을 교회가 한 것이다. 일정한 수준 이상을 극복하지 못하여 늘 기존의 틀에 머물렀던 한계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성도들의 능동적인 의식과 자존감이 고양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번 일은 개인적으로 헌금을 작정한 것도 아니고 무리수를 띄운 것도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일이기에 우리교회 성도들에게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말했다. 나아가 계속해서 새로운 또 다른 역사를 쓰기를 바랄 뿐이다.

둘째, 똑같은 차를 처분할 경우 등급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보상가가 수출품, 중고가, 폐차 순이다. 그런 기준은 사고유무, 하체 부식의 경중이 크게 좌우 한다는 것이다. 연식이나 주행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믿는 신앙생활을 생각해 보았다. 신앙생활을 하되 사고(뮨제)를 일으키고 부패한 마음을 가진 자는 차량으로 말하자면 폐차처리 수준에 가깝다고 하면 너무 혹독한 말일까? 차량 상태가 너무 심하면 값도 쳐주지 않으니 내게 드는 생각이다. 그러니 신앙생활하면서 교회에서나 사회생활 하다 사고치지 말자. 닳고 닳을 때까지 쓰임을 받되, 몸과 마음이 부패하지 않도록 말씀과 기도와 성령으로 영적 도장을 하여 세상으로부터 오는 부식을 방지하자!

셋째, 오랫동안 발이 되었던 그 고마운 차량도 언젠가는 세월이 지나 연식이 오래되고 낡고 부식되어 그동안의 차량으로서 할 일을 마친 수명이 다 되면 우리 곁을 떠나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자동차의 많은 주행거리와 오래된 연식처럼 인생의 연수가 끝날 날이 있음을 교훈해 준다. 바로 지난주간만 해도 몇 년 전까지 매년 한 차례씩 함께 필리핀 현지에서 은퇴 후에도 가르치는 사역을 하며 함께 귀한 시간을 나누며 도움을 주시던 80넘으신 은퇴목사님의 소천소식을 들었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동안 복음전하는 발이 되어 예수 생명 전하는 일을 위해 내 남은 생애를 현직에 있을 때만이 아니라 은퇴 후에도 그렇게 지내다 마쳐야겠다는 앞날의 계획을 지난 주간 캄보디아에서 선교하다 잠깐 귀국하여 교회에서 만난 선교사님 부부에게 내 입장을 잠시 피력한 적이 있다.

교회 뜰에 주차되어 지나온 약11년 동안 우리 곁에 있었던 승합차, 때로는 내가 운전하기도 했던 그 승합차, 처분하기 마지막 전날 수요 밤 예배 후 그 앞을 지나면서 그 차량을 향해 나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동안 수고했어! 안녕, 고마워!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