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시대, 생명-신학-교회를 돌아보다
포스트휴먼시대, 생명-신학-교회를 돌아보다
  • KMC뉴스
  • 승인 2017.06.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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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재물을 하나님의 은혜로 알면서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 더구나 인간과 자연과 기계(기술)의 복잡한 관계 안에서 하나님이 만드시고 보기에 ‘참 좋다’하셨던 그 모든 것들이 더 크게 파괴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 땅을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것으로 믿으며, 청지기 사명을 받은 기독교인들은 이제 깨어나야 한다. 피조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_ 책을 펴내며 중에서(김정욱,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사장)

“‘아직’과 ‘이미’,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를 경험하면서, 환경운동은 이런 통찰들을 반영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먼 생태 담론을 꾸준히 탐구하고 형성하여, 이것을 인간 위기와 지구 위기의 현장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치유(구원)의 실천 담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_ 본문 중에서(전현식,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 목차 == 

󰠐제1부󰠐 죽임의 체제와 생명문화
살아라, 살려라: 참여적 인격의 존재론, 백소영
생명에 대한 폭력과 신의 절규, 김정두
민중신학과 체계이론의 생명론, 전 철
죽임의 문화에 대한 저항의 메타포, 종말, 김수연

󰠐제2부󰠐 포스트휴먼과 생태신학
포스트휴먼 시대와 환경운동의 좌표, 전현식
사이보그에게 묻다: 테크노-영지주의인가 체현된 주체성인가?, 박일준
희생의 변증법: 휴먼과 포스트휴먼 사이에서, 신익상
포스트휴먼 신학을 향하여: 생태신학과 포스트휴머니즘의 만남, 장윤재

󰠐제3부󰠐 지구 생명 공동체와 한국교회
기후붕괴 시대, 기독교의 재주체화와 작은교회운동, 이정배
신자유주의와 기독교 생태윤리, 송용섭
생태적 감수성과 녹색 교회교육, 이은선
생태 위기 시대, 기독교 영성 훈련, 최광선

<머리말>
포스트휴먼 시대, 생명신학을 바라보며

한국교회환경연구소에서 그동안 계간지 형태로 발간되던 “새 하늘과 새 땅”을 단행본의 형식과 틀로 바꿔 『포스트휴먼 시대, 생명 ․ 신학 ․ 교회를 돌아보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어 놓습니다. 사물에 이름 짓기와 마찬가지로, 책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 책의 성격 규정, 즉 책의 문제의 식, 내용 및 방향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지구적 위기가 더욱 심화되어가며 인간의 영향이 극대화되어 가고 있는 “인류세”(anthro-pocene)라 일컬어지는 혼동과 변화, 종말과 창조의 지질학적, 역사적 순간 을 조망하며,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고민 끝에 내놓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는 지구적 위기의 극복을 위해 인간과 자연의 부정의한 관계(환경파괴와 사회적 불평등)를 정의로운 지속가능한 관계로의 회복을 통해 추구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명공학, 유전공학, 정보기술 및 로봇공학 등 과학기술의 놀라운 진보에 힘입어, 생명의 분자화 및 정보화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인공지능이 출현하게 된 21세기 인류세의 시대를 맞아, 지구적 위기 및 그 대안을 인간, 자연 및 기계(기술)의 복합적 관계 안에서 이해해야만 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포스트휴먼 시대란 싫든 좋든 우리에게 진입하고 있는 간과 자연과 기계(기술)의 혼종과 공존의 시대를 말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안에 과학기술의 개입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진보인가 타락인가? 이런 복잡한 질문들은 포스트휴먼 시대가 안고 있는 불확실성과 가능성,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과 교회는 인간과 자연과 기계의 혼종적, 공존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신학적 실천적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가?
이 책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를 직시하며, 창조세계 안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상호연결, 취약성 및 존엄성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인간 중심의 정치 ‧ 경제 ‧ 문화 체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사랑과 정의의 지속가능한 생명공동체를 지향하는 열두 분의 생태신학자들이 함께 고 민하며 펴내는 공동저작의 결실입니다. 본 저작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를 위기로 직감하며 21세기 생명신학의 필요를 절감하신 이정배 교수님의 신학적 열정과 김정욱 이사장님의 적극적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작년 12월 경 이 책의 기획을 맡아주신 김수연 박사님이 ‘생명’, ‘생태’, ‘교회’, ‘신학’, ‘포스트휴먼’ 등의 큰 개념적 틀을 제시하고, 이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아우르는 신학적 글쓰기에 기꺼이 동참하신 열두 분들이 글의 가제목을 보내주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저자들 이 새 글을 쓰거나, 본 책의 취지와 내용 및 방향에 맞게 기존의 글들을 수정 보완해 주셨습니다. 저자들의 귀한 글들을 모아 각각의 내용들에 맞춰 책을 세 부분으로 구성하여, 각 부의 소제목을 1부 “죽임의 체제와 생명문화,” 2부 “포스트휴먼과 생태신학,” 3부 “지구 생명 공동체와 한국 교회”로 잡았고, 책의 제목을 『포스트휴먼 시대, 생명 ․ 신학 ․ 교회를 돌아보다』로 정했습니다.
귀한 원고들을 보내주신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원고의 개요를 간략히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1부 “죽임의 체제와 생명문화”는 “살아라, 살려라: 참여적 인격의 존재론”으로 시작됩니다. 백소영 박사님은 이 글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이기적 문명적 상상력과
공동체적 종교적 상상력을 대별시키며, 후자를 생명문화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그 근거를 히브리 공동체의 존재윤리, 즉 “살아라”의 창조 명령과 “살려라”의 구원 명령의 역동성 안에서 찾아냅니다. 그리고 마주봄에 서 시작하는 “참여적 인격”의 구체성과 보편성의 상호관계를 참여적 존재론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기독교 생명 윤리의 신학적, 존재론적 근거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김정두 박사님은 “생명에 대한 폭력과 신의 절규”라는 글에서, 추상적이고 사변적 관심보다는 생명에 대한 폭력으로 인한 세계 고난의 자리를 공적 신학(public theology)의 물음과 응답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유신학적 틀 속에서 ‘신의 고통’이라는 기존의 주제를 ‘신의 울부짖음’으로 확장하여, 생명에 가해지는 폭력으로 인한 피조물들의 울부짖음 속에서 신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는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신학적 담론의 필요성을 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피조물과 신의 울부짖음의 공명 안에 서 모든 생명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긴 포스트휴먼 담론을 위한 의미 깊은 신학적 통찰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 전철 교수님은 “민중신학과 체계이론의 생명론”이라는 글에서, 민중신학과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의 간학문적 대화를 통해 생명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는 간학문적 대화를 두 가지 차원(“현재성”에 대한 방법론적 모색과 “생명”에 대한 체계적 관점)에서 전개하면서, 네 가지 주제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즉 민중신학과 체계이론이 다루는 보편과 개별의 관계, 중심과 주변의 관계, 생명의 문제와 사회와 체계의 관점, 고난과 연대성의 문제입니다. 두 사상(한국과 서구)의 간학문적 대화를 통해, 생명의 구체적인 현실과 사회적 연대성에 대한 담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주는 이 글은 지구적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고 실천되어야할 신학적 생명담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김수연 박사님의 글, “죽임의 문화에 대한 저항의 메타포, 종말”은 저항과 투쟁의 메타포로서의 종말 신학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생태여성신학자들(캐더린 켈러, 로즈마리 류터, 다나 하러웨이)의 종말 이해에 근거하여, 파국적 종말의 입장을 벗어나, 가장자리의 의미의 종말을 되새기며, 위기의식을 가지고 생명을 파괴하는 죽임의 문화에 비판적으로 저항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종말의 가장자리 의식은 현재에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의 희망을 갖게 하며, 결국 창조적 구원을 이루어가게 합니다. 이 글이 제시하는 기독교 종말신학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왜곡된 죽임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신학적 담론의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제2부 “포스트휴먼과 생태신학”은 포스트휴먼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네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를 여는 전현식, 저의 글 “포스트휴먼 시대와 환경운동의 좌표”는 인간과 자연과 기계의 혼종 및 공존 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적합한 환경운동의 좌표를 짚어보고 있습니다.
이 글은 포스트 휴먼의 조건 및 곤경에 대해 알아보고, 로지 브라이도티가 구분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세 유형들을 살펴보면서, 비판적 포스트 휴머니즘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기존 환경 담론들이 이미 포스트휴머니즘의 흐름 안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포스트휴머니즘의 가치, 방향 및 비 전에 더욱 적합한 생태 담론으로 심층생태학, 사회생태학 및 에코페미니즘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최신의 생태적 패러다임으로 에코페미니즘을 제시하며, 포스트휴머니즘과 에코페미니즘의 상호대화 및 변혁에 기초하여, 우리가 더욱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열어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제시합니다. 박일준 박사님은 “사이보그에게 묻다: 테크노-영지주의인가 체현된 주체성인가?”라는 글에 서, 인간과 기계가 결합되는 사이보그에 대한 두 견해에 대해 후자에 방점을 두면서, 사이보그적 몸을 체현하며 살아가게 될 미래에 대한 신학적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시대에 신학의 역할을 되물으며, 기독교신학의 고유성을 하나님의 성육신에서 찾은 지젝의 견해에 공감하고, 철학의 미래적 과제를 ‘사이보그-되기, 동물-되기, 여성-되기’로 보는 들뢰즈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성육신적 사랑 즉 긍휼(compasssion)의 신학적 관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 시대에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에 함께 하는 것(suffering-
with)이 신학임을 강조하며, 사이보그, 호모 데우스의 시대에 체현된 주체를 성육신적 사랑으로 읽어내는 이 글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신학적 상상력과 정체성의 한 모델을 훌륭하게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신익상 박사님의 글 “희생의 변증법: 휴먼과 포스트휴먼 사이에서”는 현재 인공지능이 모방하고 있는 인간 뇌의 신경연결망이 목표로 하는 생명의 항상성 개념을 종교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성을 호메오스타시스와 알로스타시스의 변증법적 관계로 보며, 이 서구적 변증법적 관계를 한국의 불이적 이중부정의 변증법으로 해석하며, 이를 메시아적 희생이라는 기독교적 실천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생명과 기계가 접속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인문학이 천착해야할 지점을 메시아적 희생의 변증법적 성격으로 보며, 탈인간중심주의의 관점에서 “상호작용에 의한 변화의 역동성”의 토대에 “희생의 변증법”을 위치시키는 종교신학적 통찰은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윤리적 성찰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장윤재 교수님은 “포스트휴먼 신학을 향하여: 생태 신학과 포스트휴머니즘의 만남”이라는 글에서 신학의 패러다임을 휴머니즘에서 포스트휴먼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합니다. 인간중심주의를 내포한 휴머니즘의 위기를 지적하고, 트랜스휴머니즘에 내재된 휴머니즘의 이원론 및 비윤리성을 독으로 비판하고, “인류세에 포스트휴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며,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엔트로피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근대 인간중심적 휴머니즘을 일종의 인류세의 종교라고 비판하며, 휴머니즘의 신학이 잃어버린 하늘, 성과 창조주를 되찾아 땅 그리고 피조물과 연결시키는 성육신적 포스트휴먼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이 글은 휴머니즘의 인간중심적 오만을 넘어 인간이 자연과 신과 하나가 되는 ‘또다시 천지가 뒤집히는 변화’의 길에 동행하는 신학을 포스트휴먼 신학이라 명명 하며, 우리를 그 동행의 길에 간곡히 초대하고 있습니다.

제3부 “지구 생명 공동체와 한국교회”는 한국교회를 중심 기표로 삼은 4편의 논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부를 열며, 이정배 교수님은 “기후붕괴 시대, 기독교의 재주체화와 작은교회운동”이라는 글에서, 기후붕괴 시대에 직면한 기독교의 재주체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교회론적 실천을 생태정의(eco-justice)를 지향하는 작은교회운동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재주체화는 한국교회가 지향해야할 脫/向(탈/향)의 과정을 포함하며, 그 대표적 예로, 십자가 케리그마의 脫/向, 즉 적색은총의 의미를 녹색은총의 지평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글은 기독교/작은교회운동의 脫/向의 핵심을 복음의 정치화, 초월로서의 타자인 자연인식, 피조물의 탄식소리를 듣는 생태적 성령 체험, 계시신학 과 자연신학의 조화, 하느님과 세상의 불이적(不二的) 범재신론적 관계, 다석의 “없이계신 하느님”등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정배 교수님의 동서양의 사상을 아우르는 기독교적 탈향의 해석학적 운동은 그가 말하듯, 기독교가 혹은 기독교인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생태적 수치심을 갖고 스스로를 새롭게 변모시켜야”만 하는 작은교회운동의 시대적 실천강령의 결정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송용섭 박사님의 “신자유주의와 기독교 생태윤리”는 기독교 생태윤리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는 글로, 지구 생태계를 위한 기도의 형식을 빌려, 자연의 참된 가치에 대한 의식화, 신자유주의적 인간관과 세계관에 대한 철저한 변화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대안 부재의 이데올로기에 갇혀버린 현대인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가 제안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 증세, 노동자의 소득수준 향상, 도시 교회의 공간의 녹색화, 생태윤리를 위한 은유모델의 창조 그리고 신자유주의라는 기만적 종교에 맞서 생명의 하나님 나라의 진실한 증언이라는 생태윤리적 대안은 우리들이 체현해야할 생태윤리적 실천의 구체적 모델을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은선 교수님은 “생태적 감수성과 녹색 교회교육”이라는 글에서, 페스탈로치의 종교교육사상(인간본성의 신적 가능성)과 신유교 전통의 유기체적 생명의식(생태적 감수성)을 참고하여, 종교교육, 생태적 감수성 교육 및 교회교육을 통합하는 녹색 교회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을 세 가지, 즉 아이의 몸과 감각의 만족을 통한 생태적 감수성의 양육, 아이들의 “현재적 삶” 안에서 생태적 감수성의 가능성,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 교육과 도덕교육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제시하는 인간본성 안에 깃들어있는 신적 가능성, 만물일체의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녹색교회교육의 목표는 좁은 의미의 종교교육 및 신앙교육의 시기와 영향 및 필요성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우리를 다양한 생명의 사랑과 그 성스러운 근원을 믿는 온전한 인간, 온전한 신앙인으로 철저히 거듭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3부를 맺는 “생태위기 시대, 기독교 영성 훈련” 이란 글에서 최광선 교수님은 “창조세계를 거룩한 책으로 읽는 렉시오 디비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형식으로,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 영성 훈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생태위기를 영성의 위기로 이해하며, 창조세계를 거룩한 책으로 수행하는 렉시오 디비나 영성 훈련의 가능성을 두 권의 책(성경과 창조세계)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자연 관상(theoria physike)안에서 발견하면서, 생태적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영성적 근거 및 실제를 제시합니다. 생태적 렉시오 디비나의 기독교적 영성은 현재 생태적 자폐증을 앓고 있는 우리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켜,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영적 심리적 힘을 회복시켜주는데 놀라운 공헌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상의 열두 편의 글들은 그 방법과 내용 및 상황의 여러 측면에서, 생태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매우 소중한 단행본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구체적 실존들의 반복 안에서 새로운 것이 창발하듯이, 언뜻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 글들이 반복적 독해를 통해 이 책의 의미와 함께 저자의 의도가 파악된다면, 『포스휴먼시대, 생명 ․ 신학 ․ 교회를 돌아보다』라는 생태신학적 담론이 가리키는 그 지시 대상을 현재적 사건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사건이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경험했던 “그리스도 사건”이며 “구원 사건”과 다르지 않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고생한 많은 분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옥고들을 보내주신 열두 분의 교수님들, 처음부터 이 책의 기획을 맡아 수고해주신 김수연 박사님, 원고의 독촉, 취합, 분류 등 여러 분주한 일들을 도맡아주신 유미호 실장님 그리고 임지희, 김영흔 연구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 귀한 책의 출판이 가능하도록 해주신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이진형 사무총장님, 도서출판 동연 김영호 대표님 그리고 출판비를 후원해 주신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님, 내리교회 김흥규 목사님, 꽃재교회 김성복 목사님, 신촌성결교회 박노훈 목사님, 주사랑교회 이영숙 목사님 그리고 아카데미 라운지 김영섭, 박상규 대표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이 단행본을 통해 생명과 신학과 교회를 다시 돌아보며, 자신(교회)과 자연과 하나님이 하나 되는 사건을 경험하고, 생태적 의식과 감수성으로 충만한 구원의 새로운 삶을 열어 나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전현식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 연세대 교수

<책을 펴내며>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환경문제를 기독교에다 그 책임을 묻곤 한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민족들이 자연을 신성시한데 비하여 기독교인들은 땅을 정복하고 생물을 다스리라는 성경의 말씀에 근거하여 이 땅을 훼손해 왔다는 것이다. 기독교 철학자인 프란시스 베이컨은 “이 세상이 인간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지, 인간이 세상을 위하여 창조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없다면 이 세상은 아무 목적도 없이 공허할 뿐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연을 거칠게 만들었다고 보고 “자연이란 것은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런 말은 성경에 있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유럽의 기독교도들은 이런 생각으로 무장한 채 이 땅을 사람이 잘 살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고 세계를 정복하면서 많은 환경문제를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세계 모든 민족들이 다 이런 가치관에 파묻혀 끝없는 탐욕을 채우고자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무한정 경제 성장에 매진하고 있다. 무한한 탐욕을 채울만한 자원은 이 땅에 없다. 지구의 자원은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여 석유는 2050년대에, 석탄은 2100년대에 고갈될 것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광물자원들도 그렇다. 땅을 안식하지 못하게 하고 혹사한 결과 척박해져서 육지의 삼분의 일이 사막 아니면 황무지로 변했는데, 사막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편하게 살기 위하여 만든 3천만 종이 넘는 화학물질들이 쌓여 생물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 땅의 모든 생물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까지 몰고 왔다. 그리고 전 인류를 수십 번 죽일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처리 방법을 모른 채 쌓여 있다. 지금 인류는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재물을 하나님의 은혜로 알면서 이러한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 더구나 인간과 자연과 기계(기술)의 복잡한 관계 안에서 하나님이 만드시고 보기에 ‘참 좋다’하셨던 그 모든 것들이 더 크게 파괴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 땅을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것으로 믿으며, 청지기 사명을 받은 기독교인들은 이제 깨어나야 한다. 피조물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이에 우리 한국교회환경연구소는 전현식 소장을 중심으로 하여 열두 분의 신학자들이 피조물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생명을 살리고 창조질서 를 회복시키는 각성을 일으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고자 『포스트휴먼 시대, 생명 ․ 신학 ․ 교회를 돌아보다』라는 제목의 책을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이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눈을 떠서 올바른 길을 찾고 땅의 청지기 사명을 다하게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2017년 5월

김정욱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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