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로 60시간 타고 온 신학생들
열차로 60시간 타고 온 신학생들
  • 민돈원
  • 승인 2017.04.29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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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 전인 2009년부터 필리핀 카비떼 한 선교센터에 매년 초청받아 그곳 현지민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일을 지금까지 해 오고 있다. 그러다 금년부터는 중국 서북부에 위치한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신학생들을 또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듬어 생각해 보니 20여 년 전 처음으로 중국어를 당시 몇몇 분들과 함께 배우느라 매주 서울 마포에 있는 어느 교회에 모인 적이 있다. 얼마동안 열심히 문법을 배우다 중단되었지만 지금은 그마저 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런데 하나님은 일찍이 중국을 향한 마음을 이제 와서 보니 그때 품게 하신 것 같다.

지난 주 내게 주어진 ‘기도와 영성’이란 과목을 신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그곳을 한 주간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그곳까지는 가는 직항이 없다. 그러기에 북경을 거쳐 가야만 하는 곳이다. 북경까지는 비행시간이 약 2시간이다. 그런데 왕복 모두 4시간 이상을 기다렸다가 다시 우루무치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북경에서 그곳까지는 4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우루무치 공항에서 강의하는 곳까지는 그나마 30여분 거리이기에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한국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집에서 떠나 시간은 새벽 6시였다. 그로부터 우루무치 현지에 도착한 시간이 밤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이 시간이 당연히 오랜 시간이었다. 그런데 신학생들이 배우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장시간 걸려 왔다는 말을 가르치면서 듣고 난 이후로는 더 이상 미안할 정도로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신학생들 중에는 북한과 인접한 흑룡강성과 길림성에서 온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자그마치 열차를 타고 60시간 가까이 걸려 왔다는 것이다, 그보다 좀 덜 걸린 학생들은 역시 열차로 30시간 타고 온 이들도 있었다. 물론 항공편도 있지만 학생들인지라 최소비용으로 오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온 학생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었다. 무엇보다도 집중강의를 받은 기간 동안 이들은 한결같이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날 정도로 학습에 대한 열의가 칭찬 받을 만 했다. 한 주간 한 곳에 기숙하면서 수업을 받는 훈련이다. 수업도 내가 가르치는 과목이 기도인 만큼 다른 과목과는 달리 새벽기도부터 훈련을 시켰다. 우루무치는 북경보다 2시간이 늦기에 새벽 4시30분에 시작이다. 우리교회와 똑같은 새벽시간에 수업은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오전 강의가 연속 4시간, 오후 강의 역시 4시간이었으니 하루 9시간 강의가 진행되었다. 그래도 이들이 듣는 수업태도는 일 주내내 진지하였다.

최근 정부의 사드 배치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 중국내 한국 기업들, 점포들이 폐업에 이를 정도이다. 우리에 대한 보복조치가 이처럼 가시적으로 심각한 이때 복음만큼은 제한 받을 수 없다는 사명을 가지고 간 이번 방문은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비록 강의 내내 불안한 요소는 안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지 선교사님 말에 의하면 감사하게도 내가 갔던 신학생들이 수업 받고 있는 그 곳은 지난해 5월 새로 입주한 아파트였는데 우리가 머물고 있는 한 층 모두를 신학교용으로 렌트한 곳이었다. 더 감사한 것은 아래층은 아직 입주하지 않아 비어 있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기도하고 찬양해도 직접 들리지 않기에 일부 제한은 있지만 그나마 라도 기도 훈련할 수 있도록 된 다소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주위에서 신고할 경우 공안요원이 출동할 수밖에 없는 곳에서 이번 강의는 진행되었다.

강의를 하면서 경험한 것은 강의하는 나로서도 강의 내용이 내가 준비한 것보다 더 훨씬 많은 내용들이 떠올라 힘이 들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 모두가 매우 진지하였다. 특히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에도 보안상 큰 소리로 부르짖지는 못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꽤 소리 내어 외치는 그들의 기도는 부르짖는 소리 못지않았다.

이번 강의를 마치고 다녀오면서 내가 그렇게 힘 있게 강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후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 성도들이 매일 새벽과 저녁마다 나와 기도의 강력한 영적 전파를 보내 주었고 또한 함께 하는 선교회 목사님들의 기도,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분들의 기도가 얼마나 있었겠는가를 생각하니 그 영적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 신학생들이 우리와 얼굴 생김새도 거의 다를 바 없었다. 같은 핏줄이나 다름없다. 이들 중에는 북한에 가족을 둔 이들도 있다. 그러므로 이들이 잘 훈련받아 중국선교의 밀알이 되어 거룩한 전염과 같은 복음을 중국 전역에 확산시켜 복음이 자유롭게 전파되고 나아가 북한 선교에 결정적으로 기여함으로써 분단된 이 민족의 통일을 위한 큰 모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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