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 경험(8)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통한 하나님의 임재 경험(8)
  • 김수천
  • 승인 2017.0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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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그리오스의 교훈은 그의 제자로서 5세기에 파리 근교에 성 빅토르 수도원을 설립한 요안네스 카시아누스(John Cassian)에 의해 서방교회에 전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서방교회에서 수도 규율집(Rule of Benedict)로 유명한 성 베네딕트 수도원의 성 베네딕투스는 자신의 수도원에서 카시아누스의 저술들을 필독서로 읽도록 권장하기도 하였다. 이 베네딕트 수도원에서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관상 기도법으로 실천하였다. 라틴어로 거룩한 독서를 의미하는 렉시오 디비나는 성서나 교부들의 영성적 서적등을 읽고 묵상함을 통해 잡념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것이다. 기본적인 원리는 깨어 있는 순간 끊임없이 일하는 우리의 생각에 거룩한 일감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과 마음을 하나님께 모으고 성령의 임재를 갈망하는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는 12세기에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9대 원장이었던 귀고2세에 의하여 4단계의 관상 기도법으로 정착되었다. 그 네 단계는 첫째, 읽기(lectio), 둘째, 묵상하기(meditatio), 셋째, 구송기도하기(oratio), 넷째, 관상기도하기(contemplatio)이다. 읽기는 성서나 교부들의 거룩한 서적 등을 읽는 것이다. 묵상하기는 읽은 것을 반추동물이 음식물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씹듯이 묵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송 기도하기는 입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끝으로, 관상하기는 묵상한 본문을 토대로 침묵 속에서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무는 것이다.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는 전통적으로 서방교회 영성가들이 추구해 온 영성의 세 단계와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영성가들은 영적 진보의 세 과정을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그리고 연합(union)으로 이해하였다. 첫째, 정화란 죄로부터의 정화는 물론 잡념으로부터의 정화를 의미한다. 바로 성서 묵상은 정화의 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인 것이다. 둘째, 조명이란 진리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 기도자는 다양한 성서 본문에 대한 묵상을 통해 인간과 우주와 하나님에 대한 진리들을 깨닫게 된다. 이 두 가지의 은혜는 대개 읽기와 묵상하기의 단계에서 경험한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연합이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압도되고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며 그 뜻에 순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연합에 대한 경험은 영성가들마다 약간씩 다르게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20세기 후반에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도자들이 일반 신자들을 위한 관상 기도법을 계발하였는데 그것이 향심(向心)기도(centering prayer)이다. 향심기도란 존재의 중심인 ‘마음으로 향하는 기도’라는 의미이다. 이 향심기도의 형식을 계발하고 보급한 토마스 키팅(Thomas Keating)은 다음과 같은 네 단계의 기도 원리를 제안한다.
첫째, 하나님의 임재와 활동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묵상할 말씀을 선정하라.
둘째, 눈을 감고 편안히 앉아 침묵 가운데 말씀에 마음을 집중하라.
셋째, 마음속에 잡념(thoughts)이 떠오르면 다시 본문으로 돌아가라.
넷째, 기도의 마지막에 몇 분간 눈을 감고 침묵 가운데 머물라.

여기서 말씀묵상은 관상이라는 목적을 향한 하나의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즉 말씀에 집중함으로써 잡념으로 인해 흩어지는 생각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정적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데 잡념들이 다시 활동하면 바로 본문으로 돌아가 본문을 묵상함을 통해 다시 잡념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임재를 갈망하며 침묵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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