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 보고 하셨습니까?
교역자 보고 하셨습니까?
  • 신상균
  • 승인 2016.12.20 2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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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2016년 당회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개회합니다.”

“땅 땅 땅”

의사봉을 내려치자 성도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순서에 따라 서기를 선택하고, 서기에게 회원들의 참석을 점검하도록 했다. 교회 역사를 살펴보고, 입교인들의 명부를 정리했다.

그리고 보고 시간이 되었다.

제일 첫 번째 보고는 교역자보고였다.

나는 금년에 새로운 것을 계획했다. 그것은 보고를 보고서대로 받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보고는 서류로 대신하고, 인사하는 것으로 끝났다. 특히 교역자는 더 간단했다. 그냥 인사하고 박수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사지 보고가 아니다. 뭘 했는지 알긴 알지만 그것을 정리해서 보고해야 하는 것이 당회가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이번 당회때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교역자 보고 시간, 나는 의장석에서 나와 성도들 앞에 섰다. 그리고 화면에 파워포인트로 구역담임자보고서를 비추었다.

구역담임자 보고서에는 교회의 현황을 비롯한 교회에 대한 현황등을 적어 넣는 곳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 5번 교역자 복무 상황에서 화면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의 복무 상황을 레이져 포인트로 가리키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설교수 345번, 성경 강해수 48회, 속회 인도수 11회, 세례예식 1회, 성찬예식 12회, 외국 신학교강의 2회, 한국신학교 강의 2학기,....’

성도들은 나의 보고를 들으면서 놀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목사님이 저런 일을 저렇게 하셨구나.’

그도 그럴것이 주일날 교회와서 예배드리는 사람들은 주일 외에 목사가 뭘 얼마나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1년동안 365번의 설교를 했다는 것을 듣는 순간 성도들은 피부로 와 닿아던던 것 같았다.

왜 그동안 인사만 했을까? 교역자가 설교하고, 속회인도하고, 심방하고, 결혼식 집례하고 장례 집례하고, 교리 장정 지도한 숫자를 왜 보고하지 않았을까?

난 교역자보고를 성실하게 보고 했다. 몇 번 내가 설교하고, 장례를 집례하고, 교리와 장정을 지도하고, 다른 어떤 일을 했는지.

교역자 보고를 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성도들 앞에서도 면목이 서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년에는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정말 부끄럽지 않은 교역자 보고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장로보고 순서가 있었다. 이번에도 화면에 장로보고서를 띄었다. 장로보고서를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교회 봉사생활중에 설교한 수를 보고하게 되어 있는데, 대예배도 기록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장로님들은 오후나 수요일, 또는 새벽예배만 설교하는 줄 알았지 주일 대예배 설교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왜냐하면 내년 안식년에 주일 대예배 설교는 목사님들에게만 부탁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장로님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016년 당회는 무르익었다. 인사하는 당회가 아닌 보고하는 당회가 되었다.

직분은 매우 귀중하다. 그러나 그 직분에 맞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당회는 그 직분에 맞는 일을 했는지 보고하는 것이지, 나와서 인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큰 교회는 일일이 보고할 수 없을 수 있다. 그러나 200명 정도되는 우리교회는 충분히 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한 일을 보고하고 치하하니 제대로 한 당회가 된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보고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교회는 자연히 부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열심히 일을 해도 그 성과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닐까?

당회는 교역자를 포함한 모든 임원의 보고를 받는다. 【339】 제 19조(당회의 직무)

이번 당회 때 교역자 보고 하셨습니까? 저는 처음으로 인사대신 성도들에게 서류를 직접 보여드렸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당회를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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