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교회, 죽어있는 교회
살아있는 교회, 죽어있는 교회
  • 신상균
  • 승인 2016.12.13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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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2월 14일 수요일

이번주는 요압에 대한 설교를 했다. 다윗이 여부스 성을 점령하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여부스 성에 가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다윗이 이르되 먼저 여부스 사람을 치는 자는 우두머리와 지휘관으로 삼으리라 하였더니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먼저 올라갔으므로 우두머리가 되었고”(대상 11:6)

그러면서 나는 성도들에게 부탁했다. 요압이 우물쭈물 대지 않고, 고민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않고 다윗의 말에 따라 여부스 성에 먼저 올라갔던 것처럼 우리도 2017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말고 먼저 올라가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 내년도 애찬 및 특송을 신청하자고.

우리교회는 매년 12월이 되면 내년도 애찬과 수요 특송 신청을 받는다. 뒷면 게시판에 날자를 기록하고, 자원하는 사람들이 빈 칸에 자기 이름을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금방 그 빈칸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목사는 광고 시간마다 광고를 한다.

‘그곳에 이름을 채워서 빈 칸이 없게 해 달라고’

성도가 적어서 빈 칸을 못 채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느린 것이다. 어떤 분은 광고가 나가자 마자 자기 이름을 쓰는 분도 있지만, 그런 분들을 제외하고 하면, 몇주째 그대로 다른 사람 이름 쓴 것 구경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쓸 것, 한번에 다 끝나면 얼마나 좋으랴! ’

이번 12월 설교의 주제는 위대한 용사이다. 다윗에게 위대한 용사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왜 위대한 용사였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우리가 하나님 앞에 위대한 용사가 되어, 다윗이 막강한 이스라엘을 세웠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요압에 대한 설교를 하게 되었고, 나는 강하게, 우리도 요압이 여부스 성에 먼저 올라갔던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먼저 하자고 했던 것이었다.

설교가 끝났다. 설교 기도를 하고, 헌금을 했다. 그리고 광고 시간에 내년도 빈칸을 먼저 채우자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찬송 후 축도를 했다. 나는 축도 후 성도들과 악수하기 위해 문 옆에 서 있었다.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는데, 성도들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왜 안나오나 하고 보았더니 뒷면 게시판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광고시간에 말한대로 자신들의 이름을 빈 칸에 채워나가는 것이었다.

뒷면 게시판에 이름을 쓰는 성도들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목사의 설교를 듣고, 그대로 순종하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사역이 무엇일까? 나는 설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사는 설교를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고 밤을 설치는데, 그 설교를 듣고 성도들이 순종하는 모습을 보니 그 수고가 조금도 헛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또 다시 설교를 위해 밤을 샐 각오를 하게 되는 것 같았다.

설교는 결코 감동이 아니다. 설교는 실천이다. 그래서 목사를 설교를 통해 성도들을 실천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그 설교를 듣고 실천하는 성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나 우리 교회는 그것이 된다. 설교를 듣고 실천하려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전혀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천하려는 성도들이 있기에, 아니 실천하는 성도들이 있기에 목사는 매주 강대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새로나와 새벽에 나오는 새가족이 이런 말을 했다.

“목사님 말씀대로 못 살지만, 오늘 아침 목사님이 어떤 설교를 하실까 기대가 되요.”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말씀은 우리를 찌르고,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역사한다. 그래서 그 말씀대로 행하는 교회는 건강한 교회이고, 그 말씀이 사라지는 교회는 죽어있는 교회이다.

우루루 뒷면 게시판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통해 나는 확신한다.

‘우리 교회는 살아있다.’

말씀 듣고도 행하지 않는 자리를 지키는 죽어있는 성도가 아니라, 말씀을 듣고 행하는 살아있는 성도들이 있기에, 한국 교회는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번주 어떤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한국 교회를 살릴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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