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와 알바생
목사와 알바생
  • 신상균
  • 승인 2016.12.0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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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2월 7일 수요일

“자, 어서 타세요”

목사는 운전대를 잡으며 알바생들을 재촉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차에 오르자 목사는 운전하며 말한다.

“이번에는 평동 1구 입니다. 과자 바구니 잘 들고, 쌀 쿠폰 들고 준비하세요. 그리고 큰 소리로 말하세요. 잘 해야 합니다. 알았지요?”

“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알바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며 차를 타고 간다.

드디어 평동1구에 도착하고 차가 선다. 목사가 문을 열자 알바생들은 우루루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목표지점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어간다. 목사는 그들을 감시하는 듯 뒤따라 간다.

드디어 목표지점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알바생들은 한껏 애교스런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 장수하세요, 호호호”

갑자기 밀려든 한 떼의 알바생들을 바라보고 방 안에서 고스톱을 치던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어안이 벙벙한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목사가 들이닥치며 큰 소리로 한번 더 쇼를 한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반갑습니다.~”

경로당을 다 돈후 알바생들을 장터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봉고차 문을 열고 알바생들에게 또 지시를 한다.

“장터는 두 파트로 나눕니다. 한 파트는 오른쪽 가게를 공략하시고, 다른 파트는 왼쪽 가게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장터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바생들을 풀어놓고 목사는 장터 건너편으로 차를 타고 갔다. 그곳에서 기다리는 동안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땡땡이를 치지 않을지, 요령을 피우지 않을지. 그래서 목사는 차에서 내려 다시 알바생들이 일하는 장터로 들어간다. 그런데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된거지.’

궁금해하며 더 장터 안으로 들어가본다. 그때 멀리서 알바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연세가 지극하신 원로장로알바생, 걸음이 불편하신 권사 알바생들이 과자바구니를 들고,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알바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때 내 마음속에 찬송이 들려온다.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리 당신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리”

실버처치를 시작하고 우리는 매주 화요일 전도를 하러 나간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예쁘게 단장한 권사님들은 과자 바구니와 쌀 증정권을 들고 차에 오른다. 그리고 각 마을 경로당과 지역을 방문하여, 수요일 있을 실버처치 예배에 오시라고 전도를 하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우리 권사님이 한마디 하신다.

“목사님 우리 알바 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도 말한다.

“저는 알바 매니저네요.”

“까르르르”

권사님들의 웃음소리가 차 안에 가득찬다.

돈 한푼 안주는 알바 착취이지만 불평하지 않는 착한 알바권사님들이 너무 착해서, 오늘은 알바권사님들에게 알바하는 과자를 좀 주었다. 그러자 알바권사님들 한마디씩 하신다.

“목사님 감사해요.”

우리교회가 부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이런 알바생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알바비를 주지 않아도, 깨어진 과자를 받아도 감사하고 행복하는 알바 권사님들이 때문에, 오늘도 우리교회는 부흥하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모든 교회의 무보수 알바장로님, 알바권사님, 알바집사님 멋지십니다. 여러분의 알바비는 하늘나라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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