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경품
아내의 경품
  • 신상균
  • 승인 2016.10.26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0월 26일 수요일

새벽 5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성도들은 교회로 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찬송과 기도를 드리고 목사와 함께 성경을 읽는다. 매일 하루 한 장씩 성경을 다 읽고 나면 목사는 설교를 한다. 그리고 목사는 꼭 한 가지 오늘의 실천사항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하루를 살면서 실천사항을 지키라고 당부한다.

오늘 읽은 말씀은 사무엘상 30장. 다윗이 아말렉 사람들과 싸우는 장면이다. 다윗이 부하 육백명을 데리고 아말렉을 쫓아간다. 그런데 가다가 이백명은 너무 지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브솔골짜기에 남고 만다. 나머지 사백명은 열심히 아말렉을 쫓아가서 싸워이긴다. 승리한 이스라엘은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찾고, 양떼와 소떼를 빼앗아 온다. 그런데 그중에 어떤 사람들이 다윗에게 말한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았으므로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을 나누어 줄 필요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의 아내와 자식들만 돌려줘야 합니다.”(삼하 30장 22절, 쉬운성경)

그러자 다윗은 그들도 똑같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빼앗은 물건 중에 일부를 유다의 지도자로 있는 자기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낸다.

말씀을 전하고 나는 성도들에게 말했다.

“오늘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물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야외예배가 있습니다. 이번 경품은 교회에서 준비하지만, 여러분들도 꼭 선물을 준비하셔서 경품으로 내면 좋겠습니다.”

드디어 야외예배 시간이 되었다. 교회가 준비한 경품 외에도, 성도들이 준비한 경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성도들의 대부분은 오늘 새벽기도를 드린 성도들이었다.

그 중에 한 권사님의 아내가 말한다.

“목사님! 어제 제가 집에서 쓸려고 물건을 하나 사왔어요. 그런데 이이가 그 물건 내 놓으래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그러니까 쓸데가 있다는 것예요. 그러더니 내가 사려고 한 물건을 오늘 경품으로 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말을 해야 하겠는데 가슴이 복받쳐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목사가 선물을 하라고 했다고, 집에 가서 아내가 사 온 물건을 선물로 내 놓는 권사님, 또 남편이 쓸데가 있다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그 물건을 내 놓은 권사님의 아내

말씀이 실천되는 순간이었다.

왜 목사들이 설교하면서 그렇게 힘이 드는가? 설교를 해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권사님은 그날 들은 말씀을 아무 불평도 없이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권사님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경품타서 권사님께 드릴께요.”

정말 진심이었다. 남편의 말에 자신이 쓰려고 샀던 것을 아무 말도 못하고 내놓은 권사님의 마음을 알기에, 그 경품을 우리가 타서 드리고 싶었다.

드디어 경품시간이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이름이 불려졌다. 우리 가족 이름도 불려졌다. 안타깝게도 다른 상품이었다. 드디어 권사님이 내신 상품을 뽑게 되었다. 우리 가족들은 아내를 제외하고 모두 경품을 탄 상황이었다. 아내 이름이 불려지면, 아내가 권사님에게 드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성도의 이름이 불려졌다. 교회 나온지 얼마 안되는 초신자였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상품이 초신자에게 갔다고 기뻐했다. 우리도 권사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쓰려던 물건, 초신자에게 갔으니 좋은 선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경품을 낸 권사님도, 선물을 탄 사람도, 그 상황을 지켜본 우리도 모두 감사했다.

월요일,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경품을 탄 초신자였다. 그분은 아내에게 경품으로 탄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같은 물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경품으로 받은 것 보다 오래 되었지만, 쓸만한데 사모님이 없는 것 같아서 드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경품에 당첨된 것이었다.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그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아내는 그 선물을 다시 예쁘게 포장했다. 그리고 권사님에게 전달했다.

“권사님 선물이예요.”

난 지금도 그 권사님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권사님의 순종이 너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순종을 받으신 하나님의 솜씨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목회하다보면 신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런 일들이 있기에 목회가 재미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새벽 말씀을 준비하면서, 기대한다.

오늘은 어떤 신비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