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땀, 목사의 땀
성도의 땀, 목사의 땀
  • 신상균
  • 승인 2016.10.1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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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사택 2층에 교회 목양실 공사를 시작했다. 시골 교회 공사는 늘 성도들의 헌신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공사는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 왜냐하면 농촌이 지금은 한창 바쁜 때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 우리 성도들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평일날 와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누가 와서 일을 할까 고민하며 수요일 성도들에게 공사 일정에 대한 광고를 했다.

드디어 공사를 시작하는 날, 부릉거리는 차 소리가 들리면서 관리부장이 도착했다. 그리고 한분, 한분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모이시는 분들의 나이가 심상치 않은 것이었다.

72세, 73세, 75세,

시골은 젊다고 해도 이미 60세를 훌쩍 넘기신 분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70세를 넘기신 분들이 일하시겠다고 몰려오시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분들은 전혀 나이에는 상관없이 열심히 일하셨다. 목재를 실어 나르고, 세멘트를 짊어지고, 페인트를 바르셨다.

그중에 한분은 서울에 있는 장로교회에서 장로님으로 사역하시다 은퇴하신 분이었다. 아내의 고향인 백운으로 이사오셔서 우리 교회에 다니시는데, 공사때마다 늘 참석을 하신다. 서울에서는 엄숙한 장로님으로, 약간은 무서운 장로님셨다고 하는데, 우리교회에 오셔서는 유머를 구사하시면서 손을 들고 열정적으로 예배를 드리신다. 이번 공사에도 어김없이 참석하셨다. 허드렛 옷을 입고, 땀을 흘리시면서 열심히 봉사하시는 장로님을 볼 때 마다, 참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은퇴 후에 쉬는 것이 아니라, 더 교회를 위해 봉사하시는 그 희생의 모습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장로교회 장로님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아마 그 장로님이 다니시던 교회의 성도들이 보면 깜짝 놀랄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함께 음식을 먹을 때 장로님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장로님 기도하시는데 이렇게 기도하시는 것이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교회 목양실 공사를 합니다. 우리 목사님께서 목양실에서 말씀을 준비하시고, 교회를 위해 계획하실 때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옵소서. 목사님을 위하여 목양실 공사를 할 때 잘 진행되게 하옵소서....”

하나님은 목사의 마음을 아셨을까?

마치 목양실 공사하는 것이 목사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생각돼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장로님의 기도를 듣는 순간, 참으로 위로가 되었다. 은퇴장로님으로 그냥 일만 하시는게 아니라, 목사를 위한 세심한 배려와 기도에, 이번에 세워질 목양실에서 목양을 위하여 열심히 땀흘려 노력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놀라운 일들이 생긴다. 교회 나온지 얼마 안되는 초신자가 교회 일을 돕겠다고 온 것이었다. 자기 일도 바쁜데, 시간을 내서 온 것이었다. 공사하다보면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허허 웃으면서 함께 일을 한다. 어떤 성도는 참석 못하니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식사비를 주기도 했다. 어떤 분은 음료수를 사들고 와서 공사하시는 분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목양실 공사를 진행했다. 매일 오는 성도도 있었고, 하루만 와서 일하는 성도도 있었다. 밴드에 올라오는 진행상황을 보면서 격려해주는 성도도 있었고, 식사와 간식으로 봉사해주는 성도도 있었다.

그렇게 목양실 공사는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아마 이번주면 모든 공사가 다 끝날 것 같다.

성도들과 함께 하는 교회 공사가 힘들때도 있지만, 그 공사 자체가 바로 성도들의 정성이기에 목사는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성도들이 땀흘린 만큼 목사도 땀흘려 목양할 때, 건물이 세위지는 것처럼, 교회도 굳건하게 세워질 것이다.

이제 새로운 목양실을 꿈꾸며 내년도 목회계획을 세운다. 그 목회계획에는 성도의 땀에 보답하는 목사의 땀이 베어나와야 할 것이다.

항상 수고하는 성도들에게 늘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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