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0원짜리 점심
25,000원짜리 점심
  • 신상균
  • 승인 2016.10.11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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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월요일 아이들을 데리고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에 갔다. 입장료를 내고 입장후 호텔 식당으로 갔다. 점심가격을 본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점심 식사 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다.

비빔밥 17,000원, 해물순두부 18,000원, 뚝배기 해물탕 정식 21,000원, 돈가스 22,000원, 그밖에도 엄청난 가격의 메뉴들.

그동안 제일 비싸봤자 갈비부페 18,900원, 스시부페 19,900원이면 배가 부르도록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배부르지도 않으면서도 가격은 그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비싼 음식을 별로 먹어 본 일이 없다. 그리고 그날이 아니었으면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비싼 점심 먹은 이유는 아이들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분위가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아내와의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먹은 것도 아니었다. 이번 화요일,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하는데, 그분들을 위해 미리 맛을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3가지 음식을 시켜 나는 맛을 보았다. 어느 음식이 가장 적당할까? 아이들은 돈가스를 아내는 비빔밥을 나는 뚝배기 해물탕 정식을 시켰다. 맛을 보고 괜쟎으면 이정도 수준에서 내일 점심을 주문하려는 것이었다.

“괜쟎아? 어때?”

아내는 비빔밥이 별로 라고 했다. 아이들은 돈까스 먹을만하다고 했다. 내가 먹던 뚝배기 해물탕은 그런데로 시원했다. 그리고 식사후에 나오는 커피는 호텔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가족끼리도 먹기 힘든 비싼 음식을, 효도관광 핑계로 먹으면서, 오랜만의 정동진 바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래, 분위기가 좋으면 되지”

“그래, 이런데 와서 먹어보는 것도 괜쟎겠지. 아마 처음 와서 드시는 분들도 많을거야”

나도 마찬가지었다. 이런곳에 와서 선뜻 20,000원의 돈을 내고 밥을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어르신들, 분위기 있는 곳에서 비싼 음식 대접하자고 결정했다.

그때 웬 사람들이 단체로 식당으로 들어왔다. 부부동반으로 들어오는 그분들은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본 분들 같았다.

이미 식사 값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단체로 와서 먹기에는 부담스런 가격이라 의아했다. 그래서 웨이터에게 물었다.

그러자 웨이터, 감리교 한 지방 목사님들이 이곳에서 세미나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목요일까지.

그 순간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성도들에게 이런 음식 한끼 사드리는 것도 이렇게 고민하는데, 우리 목사들은 무려 4일씩이나 이런 음식을 먹는구나.’

물론 서울 목사님들이니까 수준이 틀리겠지 하면서도 내심 내 마음은 성도들에게 죄스런 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조금 더 쓰자. 메뉴에 불고기 덮밥도 추가하자.”

메뉴를 보니 돌솥 불고기 덮밥이 25,000원이었다.

다음날, 교회를 출발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메뉴를 물었다.

“메뉴가 돈가스하고, 뚝배기 해물탕하고, 불고기 덮밥인데 어느 것으로 하면 좋을까요?”

그런데 어르신들, 이구동성을 말씀하신다.

“불고기 덮밥이요.”

그래서 25,000원자리 불고기 덮밥을 주로 하고 나머지 뚝배기 해물탕을 시켰다. 만약 4,000원 때문에 불고기 덮밥을 추가하지 않았다면 우리 어른들은 뭘 드셨을까?

정말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사가 누리는 축복은 결국 성도들의 헌신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날 어르린들과 식사를 하면서 생각했다. 이 음식값도 성도들의 헌금이라는 것을.

나는 밥을 먹으면 내내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내가 먹는 21,000원짜리 밥, 우리 어르신들이 먹는 25,000원짜리 밥, 우리 성도들도 마음껏 먹게 축복 해 주세요.”

효도 관광 덕분에 먹어본 썬크루즈 호텔 점심을 다시 먹게 될 날이 언제 오게 될지 모르겠다. 그 25,000원자리 음식 덕분에 이제부터는 음식을 먹으면서 성도들을 더 많이 축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효도관광을 위해 헌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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