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 챙겨드려라
여비 챙겨드려라
  • 신상균
  • 승인 2016.08.1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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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8월 17일 수요일

8월 5일, 따르릉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목사님 때문에”(7월 27일 글) 아멘하시던 할머니 집사님의 딸이었다. 전화를 받았다. 딸은 울먹이면서 말했다.

“목사님, 아무래도 이제 어머니 힘드시대요.”

“네, 알았어요. 제가 갈께요.”

전화를 끊고 장로님들에게 연락한 후 청주로 출발했다. 병원에 들어선 나는 딸에게 물었다.

“이제 어머니가 아세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집에 가고 싶으시대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나를 맞이하는 집사님의 손을 붙잡고 나는 말했다.

“집사님, 이제 천국 가셔야 해요. 저는 못봐도 예수님 볼 수 있을거예요.”

잠시 보이지 않는 눈을 껌뻑이던 집사님,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

“네”

하고 말씀하셨다.

미덥지 않은 나는 다시 물었다.

“집사님, 이제 천국 가는 것 믿으시죠?”

“네, 목사님”

다행이었다. 집사님은 천국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다. 나와 장로님들은 집사님과 함께 마지막 예배를 드렸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면서, 나는 집사님에게 천국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렐루야’하고 외쳤다.

그러자 집사님, ‘아멘’으로 대답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8월 7일 주일 예배가 끝난 후,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집사님의 딸이었다.

“목사님, 이제 정말 힘들어 하세요. 그런데 지난번 목사님 오셨을 때 엄마가 여비 안 드렸다고 막 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드렸다고 했어요. 목사님 죄송해요, 엄마 위해 기도해 주세요.”

딸은 여비를 안 챙겨 드렸다고 역정내시는 집사님이 혹시 물어 볼까봐 물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까지 어머니가 목사님을 생각했던 것을 알려드리려고 했던 것일까, 여비 이야기를 마치고 딸은 집사님에게 전화기를 바꿔주었다.

나는 전화기에 대고 기도했다. 우리 집사님 가는 길 인도해 달라고....

저녁 7시 40분, 알 수 없는 느낌이 몰려왔다. 나는 생각했다. 이제 집사님이 운명하시는구나.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리고 8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소천하셨다고...

 

목사는 마지막까지 평안히 가시라고 기도했고, 집사님은 마지막까지 목사님 여비 챙겨드리라고 하셨다.


다음날 입관예배를 드리고 나는 집사님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처음에 딸이 모든 장례를 집례 해 달라고 했지만, 발인예배와 화장예배는 딸이 다니는 교회에 맡겼다. 그래야 딸이 다니는 교회의 성도들이 딸을 위로하고, 아울러 교회 잘 안다니는 사위를 인도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발인예배를 인도하던 목사님이 깜짝 놀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발인예배시 순서를 맡지 않은 상태에서 참석한 목사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화장예배가 끝나고 축도하기전 그 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님들에게 말했다.

“나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는 여기까지 집사님을 배웅합니다. 이제 목사님과 여러 성도님들은 딸과 함께 신앙의 길을 새롭게 시작하셔야 합니다. 우리 집사님의 딸과 가족들을 잘 부탁합니다.”

 

끝까지 여비를 걱정해 주시던 집사님, 나도 그 집사님이 끝까지 가시는 길을 지켜드렸다. 그리고 그 자녀들을 축복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집사님, 제가 이제 다 했지요.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그때 내 귓전에 집사님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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