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는 성도가 많네
걸리는 성도가 많네
  • 신상균
  • 승인 2016.07.19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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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7월 20일

지난 월요일 공항에서 나는 서성거리고 있었다. 면세점을 기웃거리면서 무엇을 살까 고민하고 있었다. 화장품, 가방, 쵸코렛...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말이 면세점이지 시골 목사에게 그 가격은 부담스럽기 그지 없었다. 결국 눈요기만 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 도착하여 호텔에서 여정을 풀었다. 다음날 면도를 하기 위해 전기면도기를 꺼냈다. 그리고 면도를 하는데 같이 간 교수가 내게 말했다.

“면도기 좋은데, 나도 좀 빌려줘”

“응, 좋지? 우리 성도님이 사 주신거야.”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성도님이 걸렸다. 성도님이 외국 여행을 갖다 오면서 사다준 면도기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격도 꽤 많이 들었을 것이다.

다음날 면도를 하면서 생각한다.

“요즘 성도님 형편이 예전보다 못한 것 같은데...”

자꾸 그 성도님이 걸리는 것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현지 목사님과 함께 시장을 갔다. 이곳 저곳을 살피면서 나는 한국에 돌아갈 때 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물건을 고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도 외국에 갔다와서 받은 선물 중 더러는 쓰지 못하고 갖고만 있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열쇠고리와 부채를 사고 포기하고 말았다.

부족한 것은 면세점에 가서 사기로 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여 면세점부터 찾았다. 그러나 외국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면세점의 물건은 너무 비쌌다. 서너개만 사도 비행기 값이 나올 판이었다.

“그래 뭐니 뭐니 해도 먹는게 제일이지”

외국에 갔다올 때 우리 성도님들이 사다준 망고, 쵸코렛, 차 같은 것들이 생각났기 때문에 나도 먹을 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른 면세점에 있는 잡화점으로 향했다. 역시 그곳에는 그 나라의 먹을 것들이 가득했다. 나는 사탕을 한봉지 들자마자 포장을 뜯고 사탕을 얼른 입에 넣었다. 다행이었다. 향신료 때문에 걱정했는데 고소한 맛이 괜쟎았다.

나는 사탕과 과자, 초코렛을 몇 개씩 샀다. 그것도 사다보니 그것도 꽤 많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비행기에서 파는 물건들이 적혀있는 책자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중에 진주 셋트가 보이는 것이었다.

그 순간 또 한분이 걸리는 것이었다. 외국에 나갔다 들어올 때 가끔 아내에게 진주를 사다주셨던 성도님.

“요즈음은 퇴직하고 나서 힘든 것 같은데...”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가지고 온 것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성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라고 큰소리를 쳤다. 별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자꾸 걸리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기름을 가져다준 성도님, 생일 때마다 과일을 보내신 성도님, 언제나 묵묵히 교회 일을 하는 성도님...

‘정말 왜 그렇게 걸리는 분들이 많은지!’

결국 그 많이 산 과자 중에 딱 한 봉지만 우리 식구들이 먹고는 나머지는 다 걸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내를 재촉해서 시내 매장에 가서 물건을 사다가 걸리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다.

15년 목회동안 걸리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내게 성도들이 걸리는데 15년이 걸렸는데, 우리 성도들은 자신보다 먼저 내가 걸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우리 가족들도 걸린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우리 식구들...

다음에는 더 큰 가방을 가지고 외국에 나가야겠다. 그런데 이러다 보따리 장사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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