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성가대
목회와 성가대
  • 신상균
  • 승인 2016.06.2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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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6월 22일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아름다운 하모니가 교회를 가득 채워나간다.

찬양을 연습하는 성가대의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연습을 시켜도 귀찮아 하지 않고, 잘 안되는 부분은 스스로 고민하면서 찬양을 이루어 나갔다.

그렇게 성가대 연습을 하고 나서 집으로 들어온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목회하는 것보다 성가대 하는게 훨씬 쉽네.”

매월 첫날 새벽 5시, 우리교회는 첫날 성찬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그 시간에 성가대가 특송을 한다.

처음 교회에 부임하여 나는 성가대를 없앨 수 밖에 없었다. 성도 수에 비해 성가대원수가 비율적으로 많았고, 성가 연습을 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으며, 젊은 사람들이 성가대를 하다보니 남겨진 나이 많은 성도들이 힘든 일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성가대를 없애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교회는 성장했고, 다시 성가대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가대를 다시 시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성가대를 한다고 다른 봉사를 게을리할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힘들더라도 정말 찬양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성가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매월 첫날 새벽에 찬양하는 성가대를 만들었다.

성가대는 수요일 저녁, 또는 주일 오후 모든 예배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간 후에 남아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매월 첫날 새벽예배가 있는 1일에는 4시 20분까지 교회에 와서 연습을 한다. 그리고 새벽 특송을 한다.

아마 이렇게 힘든 성가대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교회 성가대는 이 모든 일을 기쁨으로 한다는 것이다.

오라고 강하게 권고하지 않는다. 사명을 갖고 성가대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성가대는 즐겁게 그 일을 감당한다.

알아서 오고, 연습하려고 애쓰고, 서로 힘을 합하고, 하라는대로 하고, 그러니 성가대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수월한 일인가?

목회는 가르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설교를 해도, 목이 터져라 부르짖어 기도를 해도,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권고를 해도, 상품을 주고, 보상을 하고, 성도들을 달래도 내가 원하는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 목회보다 성가대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 나는 왜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목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목사이기 때문에 성가대보다 훨씬 더 어려운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성가대도 목회의 일부였다. 하나님은 성가대를 통해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주셨다. 나의 노력보다 성도들의 노력으로...

교회 주방도 나의 노력보다 성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고, 차량운행도 나의 노력보다 성도들의 노력으로 진행되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목회는 성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목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성도들이 더 잘하게, 더 재미있게, 더 신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목회가 아닐까!

오늘 나는 조용히 물어본다. 우리교회 성도들이 원하는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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