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춤
관광버스 춤
  • 신상균
  • 승인 2016.05.25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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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교회의 시골목사 이야기 2016년 5월 25일

매년 봄이 되면 성도들과 함께 버스를 빌려 여행을 간다. 금년에는 여수로 가기로 했다. 한려수도 해상 케이블카를 타고, 오동도를 관람한 후, 순천만 국제정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문화부장과 일정을 상의한 후 순서지를 만들고, 나는 내 서재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적당한 것이 없음을 발견하고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4시간, 왕복 8시간을 버스에서 과연 어떻게 보내야 할까?’

우리교회 차에는 복음성가 노래방 기계가 장착되어 있다. 그래서 장거리 여행을 할 때면, 노래방 기계를 틀고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찬양을 한다. 찬송가도 부르고, 복음성가도 부르면서 그동안 찬양단에 밀렸던 솜씨를 자랑한다. 참 은혜롭게 여행을 한다.

그러나 관광버스는 복음성가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 대신 가요와 뽕짝으로 무장되어 있다.

처음 이곳에 와서 여행을 시작하면서 성도들이 별로 참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이 교회 여행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뭐가 재미가 없었을까?’

가만히 보니 교회 여행은 가만히 가는 것이었다. 세상 여행은 뽕짝을 틀고, 춤을 추면서 여행을 하는데, 교회 여행은 가만히 앉아서 밖을 감상하거나,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서 여행가던 사람들에게 교회 여행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여행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차에서 과감히 노래방 기계를 틀었다. 그리고 가요를 멋들어지게 한곡 불렀다. 차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성도들은 그동안 숨기고 있던 무서운 끼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신난 관광버스 기사는 조명과 음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고, 성도들은 버스 안에서 신나게 관광버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난 맨 앞자리에 앉아서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박수로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성도들 중에는 ‘교회에서 놀러가도 재미 있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는 뭔가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교회에서 신앙적으로 존경받는 권사님들이 세상 가요와 함께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은혜스럽지 않다는 것을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의 관광버스 여행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사회자를 세워서 게임을 한다거나, 퀴즈를 하기도 했다. 노래방 뒤에 장착된 복음성가를 찾아서 복음성가를 부르면 만족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복음성가를 부르다가도, 교회 나온지 얼만 안된 성도가 가요를 부르면, 어느덧 버스 안은 다시 조명과 뽕짝과 춤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복음성가를 부를 수 있다는 것에 위로 받으며 그렇게 여행을 다녔다.

금년 여행을 가기전에 문화부장에게 물었다.

“버스는 어떤 버스입니까?”

“네 지난번 빌렸던 버스입니다.”

나는 다행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버스에는 노래방 뒷부분에 복음성가가 몇곡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복 8시간이지만 그래도 복음성가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괜쟎다고 걱정을 내려 놓았다.

아침 7시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교회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우리교회를 오늘 인도할 관광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버스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왜냐하면 그 버스는 복음성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우리교인들을 화려한 조명과 뽕짝으로 인도하는 내가 잘 아는 버스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8시간의 여행, 온전한 교인들의 관광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차는 출발했고, 문화부장은 멋들어지게 사회를 보았다. 결국 문화부장이 준비한 모든 것은 끝이 났고, 차안은 조용히 여수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차 기사는 어떻게 해서든 손님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뽕짝 화면을 버스 TV에 계속 띄우고 있었고, 우리는 애써 외면하면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차 기사는 관광버스 스타일의 복음성가 테이프를 틀었다. 어떤 가수가 녹음했는지 모르지만, 교회에서 부르는 스타일이 아닌 관광버스 스타일의 성가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성도들이 그 찬양을 부르는 것이었다. 뽕짝 스타일의 테잎 위에 성도들의 목소리가 겹쳐지기 시작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뽕짝 찬양이 성도들의 뜨거운 찬양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버스안은 그 찬양을 흥겹게 부르기 시작했다.

휴게소에 도착한 나는 판매점을 찾아 복음성가 CD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 손에는 관광버스용 복음성가 CD가 들려 있었다. 가장 많이 부르는 찬양의 CD를 찾아 나는 기사에게 틀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 CD에는 우리가 늘 부르던 찬양이 있었다. 성도들은 더 열심히 찬양하기 시작했고, 그 찬양에 맞추어 춤도 추기 시작했다. 세상 가요에 맞춘 춤이 아니라 복음성가에 맞추어 춤추기 시작했다. 머리를 흔들며 정신없이 추는 춤이 아니라 가장 기쁘게 찬양하며 추는 춤이었다.

아주 점잖았던 남자 권사님이 같이 일어나 춤을 추고, 얌전하던 여자 권사님이 버스 앞으로 나와 교회에서 보아왔던 찬양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감사가 넘쳤다.

‘이렇게 기쁘게 찬양할 수 있다니...’

우리는 찬양집회를 했다. 그것도 버스 안에서, 그것도 춤을 추면서, 노래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게 우리는 8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냈다.

교회에 도착하기전 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돌아가면서 오늘의 여행 감상을 이야기하라고 했다. 모든 성도들은 말했다.

“너무 감사해요. 너무 행복해요, 너무 즐거워요.”

“일년에 네 번씩 가요.”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도 춤을 춘다. 관광버스에서 춤을 춘다. 미안해하며, 죄스러워 하며 추는 춤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는 춤을...

정말 재미있고, 은혜로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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