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순복음교회 세습
인천순복음교회 세습
  • KMC뉴스
  • 승인 2015.11.2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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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의 성명서 전달

인천순복음교회가 11월 22일 제직회를 통해 담임목사직 세습을 결의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백종국 오세택)는 인천순복음교회가 세습을 앞두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관련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11월 24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다. 세습이 확정된 다음 날, 아버지 최성규 목사가 ‘해명을 하고 싶다’고 세반연에 연락했다. 세반연이 요청한 회신 기한에 정확히 맞춘 것이었다. 11월 27일 오후 인천순복음교회 당회장실에서 면담이 이루어졌다.

방인성 목사(세반연 실행위원장)를 비롯한 관계자와 최성규 목사, 장남 최용호 목사, 홍광화 원로장로, 청빙위원장과 비서실장이 자리한 가운데, 최성규 목사는 청빙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최 목사는 교단법의 제제가 있을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교단법상 담임목사가 후임을 추천할 수 있음에도 전혀 청빙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아들목사에게 미안할 만큼 냉정했다’고 주장했다. 최성규 목사는 일부러 투표할 때 자리를 피하고, 기도해달라는 언급도 한 번 하지 않았음에도, 청빙위원회 투표와 당회 투표에서는 만장일치였다고 했다. 아들 목사가 청빙을 받아들이고, 후보자를 인준하기 위해 소집된 제직회에서는 350명(87.7%) 찬성으로 가결되었다고 했다.

최성규 목사는 세반연이 세습의혹을 제기했던 2013년에만 해도 교단법에 은퇴연한이 없어 청빙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2014년부터 후임자 모집을 위해 최성규 목사가 신문 공고를 낼 생각을 가졌으나 교인들이 만류했다고 했다. 신문 공고를 만류한 이유에 대해서 홍 장로는 ‘효 목회라고 하는 특수성이 있는데, 어차피 안 뽑을 사람을 왜 공고하는가’라고 반문하며, ‘공개모집을 했으면 피차간에 제스처로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에 청빙위원회를 구성해서 2개월 만에 후보를 확정한 이유에 대해서 최성규 목사는 ‘꾼’들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 목사는 최용호 목사가 교회에서 유일한 부목사로 있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성규 목사는 ‘부교역자 중에 부목사라는 직함이 있는 것뿐이다. 교단이 달라서 생기는 오해’라며, ‘여의도 순복음교회도 얼마 전까지 부목사는 1명이었고, 지금은 2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아들 최용호 목사는 ‘(부목사라는 직함은) 그냥 assistant pastor이다, 넘버 투다’고 했다. 방 목사가 ‘왜 하필 아들이 넘버 투였느냐’고 묻자, 최성규 목사는 ‘경력이 그만큼 되기 때문이다, 92년부터 전도사를 했으니 23년 경력이 있다’고 답변했다.

방 목사는 ‘목사님이 말로 하지 않아도 성도들이 심중을 헤아려서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최 목사 측은 동의하지 않았다. 양 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방 목사가 다시 세습 철회를 촉구하며 ‘75세 은퇴까지 1년 2개월이라는 기간이 남았는데, 기도하고 결단해서 (최용호 목사가) 독립적 목회를 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홍 장로는 ‘되지 않는 일을 되게 만드는 세습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갔다’며 선한 일이라고 했다.

최성규 목사는 ‘교인들이 (청빙할 때) 최성규 목사나 최용호 목사를 본 것이 아니다. 인천순복음교회를 본 것이다. 다른 교회처럼 성령운동만 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우리는 효 목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안 된다’며 거절했다. 방인성 목사는 다시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며 성명서를 건넸다. 최성규 목사는 ‘우리 교회에 누가 올 수 있겠나’며 거절한 뒤, “우리 교회 어떡해. 그러면 내가 다 죽어. 나는 어떡해”라며 교회 상황을 헤아려줄 것을 부탁했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정중히 악수하며 헤어졌다.

세반연은 ‘인천순복음교회의 세습으로 인해 다른 교회들도 세습 유혹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성명서>

인천순복음교회 세습 결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이하 세반연)는 인천순복음교회(담임목사 최성규)의 담임목사직 부자 세습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1. 인천순복음교회는 지난 11월 22일 제직회를 열어, 담임 최성규 목사의 장남인 최용호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확정하였습니다. 세반연은 이미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순복음교회의 세습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습니다. 당시 30여명이 넘는 부교역자가 사역하고 있었음에도 최용호 목사에게만 부목사라는 직위를 부여하고 최성규 목사와 더불어 주일 예배 설교를 도맡는 등 실제적으로 담임목사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제보를 수차례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인천순복음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에 관한 연령 규정이 없으며, 은퇴계획과 청빙계획이 서게 된다면 교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서면으로 답변하였습니다.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답을 주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단의 논란을 피해가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반연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최용호 목사는 1년여 기간 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올해 3월 복귀하였고, 교회는 그 시점에 맞춰 본격적으로 후임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최성규 목사의 은퇴 시점은 2016년 말로, 1년여의 충분한 기간에 남아 있음에도 교회는 교인총회라는 최소한의 공동체적 합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제직회에서 후임자 선정을 졸속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교회에 쏟아질 사회적인 비판과 여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함이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최성규 목사는 개척 목사로, 오랫동안 인천순복음교회에서 헌신하며 교회를 성장시켰습니다. 주지하듯이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권력과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설교를 통해 교인들의 영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뿐 만 아니라 후계자로 교회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영향력은 커져갔을 것입니다. 교회의 중차대한 결정이 담임목사의 의중에 좌우될 소지는 매우 큽니다. 교인들이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여 청빙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후임목사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하더라도, 담임목사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한국교회의 정책결정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교회세습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2. 한국교회는 1970년 이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질을 맹신하는 가치를 그대로 흡수하고, ‘그것이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축복하시는 증거’라는 왜곡된 신학 체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외형적 가치들, 즉 교인의 수와 교회의 재정 규모 등이 교회의 존재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한국사회의 경제성장에 맞물려 동반 성장을 이루었던 많은 교회의 목사는 ‘교회의 안정을 도모하고 성장을 보장한다’는 명분하에 담임목사직을 자녀에게 대물림해왔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우선 가치에 두기 보다는 성장지상주의라는 세속적 가치가 교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세습이 안정적인 리더십 교체를 가능하게 하여 리더십 이양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여지를 줄이고, 성장을 지속하게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허상에 불과합니다.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데에는,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원로목사의 욕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습을 단행한 교회들의 담임목사를 살펴보면, 교단의 총회장이나 한기총과 같은 연합기구 총회장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3. 충현교회와 같이, 많은 교회들이 세습을 선택함으로 인해 심각한 내홍을 겪었고, 이로 인해 한국교회가 입은 손실은 실로 막대했습니다. 교회의 사회적 신뢰지수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으며, 교회 밖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곧 교회의 공신력 약화로 이어졌으며, 교세가 감소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교회가 아무리 열심히 봉사와 구제에 힘쓴다 할지라도 이미 일반 시민들은 교회가 가진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공적 영역에서도 혈연의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종교적 정서와 거부감을 더욱 부추길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기에 인천순복음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결코 개교회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모든 이들이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주권이 목회자 개인에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고백하며, 인천순복음교회가 이번 결정을 철회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교회의 주인되신 하나님의 주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하며 그 과정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보겠습니다.

2015년 11월 27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김동호·백종국·오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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