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성공회 성직자 입장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성공회 성직자 입장
  • KMC뉴스
  • 승인 2015.10.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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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한성공회 관구 정의평화위원회, 전국정의평화사제단, 서울교구 성직자원의 입장

지난 2015년 10월 20일(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성직자원 총회에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성직자 일동이 결의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대한성공회 관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전국정의평화사제단은 지지하며 아래와 같이 그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절대다수의 역사학자들과 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정신과 국가의 정체성을 일방적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인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는 논리는 이른 바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육’인데 과연 무엇이 올바르고 무엇이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국가가 정하고 서술하는 것은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는 것이며,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말 역시 일본처럼 역사적 과오는 제거하고 현 정권과 기득권 세력에 필요한 부분을 강조하고 유리하게 서술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스런 파시스트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이미 이런 경험을 했고,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후진국과 독재국가에서나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를 우려하는 역사학자들은 정부가 역사 기술을 독점하는 국정교과서에서는 다양한 역사적 상상과 해석으로부터 오는 정치·사회적 맥락을 스스로 깨우치는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와 여당은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현행 검인정 교과서가 좌파 편향적 서술이므로 이를 퇴출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선동적인 문구로 국민을 자극시키고 있다. 현행 교과서는 교육부가 정한 서술 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만약 현행교과서가 정부 여당의 선전대로 종북좌파적 서술이라면 그 책임은 교육부가 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진정한 의도는 일전에 친일미화, 독재 찬양이라는 오명을 쓰고 일선 학교에서 철저히 외면되고 거절당한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시키려는 것이 분명하다. 유신독재를 미화시켜 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친일파들의 후손으로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역사가 진정으로 자랑스럽고 올바른 역사임을 배우기를 원한다. 험난한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워왔던 역사를 배우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기를 바란다. 역사적 과오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거울삼아서 어두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반공’을 국시로 삼아 민주주의에 대한 모든 열망을 반국가적 범죄로 취급했던 암울한 역사를 기억한다. 지금 역사교과서를 중심으로 벌이는 정부 여당의 이념공세는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모두 빨갱이라고 규정하고 공격하는 메카시즘에 다름이 아니다. 직장을 얻기 위해 컵 밥을 먹으며 고시원에서 청춘을 보내고 결혼과 출산과 취업을 포기하며 절망하는 젊은이들과 불안한 노후 생활로 근심하는 국민을 평안하게 해야 할 절박한 문제를 뒤로 하고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 골몰하는 정부와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즉각 포기하고 민생문제에 전념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 1:5) 아무리 진실을 가리려고 해도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고 역사는 도도히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향해 흘러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15. 10.

대한성공회 관구 정의평화위원회
전국정의평화사제단
서울교구 성직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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