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마지막 날
추석연휴 마지막 날
  • 김홍술
  • 승인 2015.05.04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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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술 목사와 방인성 목사의 40일 단식현장 그후...(7)

추석연휴 마지막 날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방 목사를 아는 J 목사가 찾아와 조용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였단다. 그가 방 목사의 40일 단식을 두고 3일간 금식 기도를 했는데 ‘21일 만 하고 그만하라’는 음성을 들었다고 했단다. 반드시 방 목사를 만나서 직접 알리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람들을 동원해 강제로라도 이동조치 하라는 행동지침까지 주셨다는 거였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는데, ‘첫째는 긴 싸움이니 몸을 상하지 말라. 둘째는 40일 목표를 중단하는 게 하나님께 영광이다. 셋째는 21일은 어미닭이 알을 품고 부화시키는 기간이니 21일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거란다. 방 목사는 여러 단위들과 협의해서 시작한 거니 기도와 협의한 단위와 재 의논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한편 일리 있어 보이기는 한데 정녕 하나님의 음성일까에 약간의 의구심도 든단다. 그리고 간간 방 목사의 건강과 더 역동적인 사역을 생각해 중단 권면이 있었고 들을 때 마다 마음이 불편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J 목사는 거의 매일저녁 쯤 이면 찾아와 일행과 함께 멀찍이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처음 보는 그였지만 정말 애정을 가지고 진정성으로 다가온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른바 기독교권의 기도원 등에서 예언은사를 한다고 하는 ‘광신파’는 아니었다. 게다가 J 목사는 한 기독교의사선교단체의 회장이라는 가정의학과 조계성 원장을 직접 모시고 와서 매일 아침 건강체크를 별도로 하자고 적극 제안하였다. 그래서 방 목사와 나는 저녁에 매일 오는 기존 한의사협회 회원 원장들의 건강체크와 아울러 하루 두 번을 검진 받게 된 셈이 되었다. 그리고 의사가 생명에 위험하다고 중단을 요구할 시는 그때는 따르겠다고 방 목사는 약속했다. 방 목사는 10여 년 전에 교인 한분한테 자신의 신장 하나를 떼서 준 사건이 기독교계에 화제가 되었기에, 그를 아끼는 많은 분들이 이번 40일 단식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던 차였다.

우리는 처음엔 물만 마시기로 했었는데 주위의 전문가 권면에 ‘산야초 효소’와 ‘죽염’ 등을 조금씩 첨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10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나면서 방 목사와 나의 체질이 완연히 다른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방 목사는 물맛을 예민하게 구별해 내고 결국 산야초 효소도 몸이 받지 않는다며 거절하는 사태를 맞게 되었다. 나는 몸의 반응이 무디고 물을 섭취하는 양도 충분했고 산야초 효소도 너무 향기롭고 좋았다. 이미 보름여가 지났건만 몸의 기운만 깔리는 것이지 어딘지 모르게 ‘생기(生氣)’같은 것이 나를 든든히 붙들어 주는 느낌이었다. 아무런 근거 없는 상상이지만 ‘이런 효소는 옛 선인(仙人)이나 도인(道人)들이 산에서 이거로 연명하는 거로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 신기했다. 이런 효소를 소량이지만 물에 타서 음용하는 단식은 40일은 물론 70일도 넉넉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20일쯤 되면서 방 목사는 끝내 효소를 거절하고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주변 의사들이 처방하여 갖고 온 노란 색의 쥬스 같은 액체를 조금씩 음용하도록 했는데 처음에 괜찮다고 받더니 며칠을 못가 그것도 헛구역질이 나서 못 먹겠다고 하였다. 하는 수없이 스포츠 음료로 기성 제품인 ‘포카리스웨트’를 사와서 조금씩 음용해보니 다행히 몸이 받아들였다. 이날저녁 내가 예전 몸담았던 복음교단 후배 김 전도사가 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멀리 군산에 살면서 서울 신림동의 작은 교회를 맡아 주일마다 올라오는데, 우리 두 목사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 왔다며 내민다. 100cc 정도의 작은 병에 담긴 투명한 물 같은 액체인데 고농도의 미네랄 성분이란다. 특별한 재주가 있는 만년(晩年) 김 전도사의 뜻밖의 선물을 두고, 우리 둘은 고민 끝에 몇 방울씩 물에 타서 음용하기로 했다.

한의사들의 건강체크에 우리 둘은 특징의 차이가 있었다. 방 목사는 혈압과 당이 낮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해 온 특이한 체질이었고, 10여 년 동안 신장 하나로도 정말 건강을 잘 유지해 왔었다. 그런데 난 맥박의 횟수가 너무 낮아 한의사들과 조 원장도 놀랐다. 예전에 잘 몰랐던 건데 이런 늦은 맥박은 대단한 운동선수나 도력(道力)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맥이라는 거였다. 우린 20여일이 지나면서 혈당이 왜 뇌 활동에 필수 요소인지, 혈압과 맥이 생명을 유지하는 건강 체크에 왜 중요한지 등을 몸으로 체득하면서 배울 수 있었다.

J 목사가 말한 21일 기한이 다가 오면서 조 원장도 초조해 지는 모습이었다. 일반 환자가 아닌 단식자를 진료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런 장기간의 단식자들을 주치의로도 처음이기에 더욱 무거웠던 모양이었다. 조 원장은 신실한 신자이면서도 의사의 양심으로 아마 J 목사가 부탁해 왔을 때 ‘21일간 하나님의 음성’ 이야기를 못내 잊을 수 없었을 거였으리라. 하지만 결국 아슬아슬하게도 의학상으로 중단시킬만한 위기는 맞이하지 않았고, 결국 ‘304인 목회자 철야기도회’를 마치면서까지 21일을 넘기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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