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과 대한항공 사태
미생과 대한항공 사태
  • 조박사
  • 승인 2014.12.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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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모 케이블 티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특별 드라마가 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이다. “미생을 안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는 말로 미생의 인기는 가히 광풍 수준이다. 퇴근 후, 직장인들은 미생을 시청하면서 그들이 회사에서 겪은 일을 드라마에서 그대로 재생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회사에 출근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드라마가 사실적이라는 뜻이고, 이런 인기에 힘입어 현재 200만부 이상의 책이 판매되었다.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이라고 한다.

필자는 미생이 웹툰에 연재될 때부터 보았다. 그러면서 저 만화가는 얼마나 치열하게 직장인을 연구했으면 저렇게 정확하게 잘 묘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신대원 학생들에게, 특히 사회를 잘 모르는 신학대학과 대학원을 곧바로 진학한 신대원생들에게는 미생을 시청하라고 권면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목사 후보생들에게 사회의 현실을 간접적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목회를 하다보면 목회자들이 세상을 참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직장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그들이 주일을 지키기 위해서 주 중에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월급을 받기 위하여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직장인들이 십일조헌금과 모든 헌금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한 대가인지, 제대로 된 이해를 토대로 목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양을 한다면, 목회의 대상인 직장인을 제대로 이해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생을 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첫째는 이 사회에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처럼 수많은 직업의 불안정성 속에 살고 있는 계약직 사원이 많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사회는 미생처럼 직업 불안정성이 많다보니까 미래를 계획할 수 없고,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정서는 정상적인 정서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사회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렇게 좌절을 겪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수준의 위로는 잠깐의 위로 밖에는 힘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미래의 한국교회를 위하여는 이런 젊은이들에게 더욱 집중적인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교회는 주일학교를 잃어버렸다. 많은 교회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없기에 주일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마저 교회를 떠나게 되면 향후 10년 이내 교회는 젊은 세대를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청년이 교회에 돌아올 수 있는 목회 전략을 새워야 한다. 최근에 교단 내에서 추진하는 NGO활동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더 나아가서는 한국교회가 무한경쟁 시대에서 교회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는 무한경쟁과 이익창출로 대변된다. 그러다 보니까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1%가 80% 이상의 자본을 독점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여러 학자가 경고하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이 빈부의 격차를 해결하지 못하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호소에 교회가 귀를 기울여 바른 정책을 정부나 교계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회는 소수의 승자 편에 서서 승자만을 찬양을 하는데 익숙해 있지, 패자와 약자 편에서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에 벌어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행동도 이런 자본의 독점현상에서 생긴 일이다. 미생이라면 그 나이에는 대리직함도 달지 못하였을 텐데, 어린 나이에 부사장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그 회사에도 수많은 미생들이 지금도 소위 소모품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대기업 총수의 자녀들은 그들의 성공 뒤에 얼마나 무수한 미생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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