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리더
65.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리더
  • 조박사
  • 승인 2014.09.11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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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하산(下山)론이 온 나라의 주제이다.

‘하산론’은 일본의 작가인 이츠키 히로유키(五木寛之)의 『하산의 사상(下山の思想)』이란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幻冬舎․2011년). 한 대목을 소개하면 이렇다. "현재 기성세대는 하산 중이다. 이들은 평생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올라왔다. 힘들면 시원한 냉수를 한껏 마시며 땀의 보상을 받고 차근차근 꼭대기로 향했다. 큰 무리까지 지으며 그렇게 올라갔다. 산 정상의 경치는 멋지다.

그런데 이젠 내려갈 때다. 정상에 올랐으니 당연하다. 다만 하산길이 만만찮고 길어졌다. 이 와중에 산 밑에서는 자녀세대가 열심히 올라온다. 사람심리는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생각한 게 나를 업어 밑에까지 데려 달라는 요구다.  젊은이는 죽을 맛이다. 가뜩이나 등산길은 좁고 험해졌는데 약수조차 말라버려 쉴 곳조차 없다. 내려오는 선배들로 길까지 붐빈다. 업어주고 다시 올라가는 상상만으로 피곤하다. 제 한 몸 오르기도 힘든 판에 아예 포기할까 싶다. 산 밑에서 어정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참에 등산 거부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은 정상을 향하여 힘있게 나아갔다. 90대 이후 일본은 경제 뿐 아니라, 노령화, 세대 간의 단절 등으로 ‘이츠키’가 지적한대로 하산 중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비단 일본 뿐이 아니라, 유럽의 각 나라 등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그 상황이 조금 덜하고 더하고의 차이이지 모두 하산 중인 상황이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세계역사 상 가장 급속한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이룬 나라답게 이 하산의 속도도 다른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제에 대하여 국가적인 차원이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준비가 부족하다기 보다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몇 몇 정책 입안자나 지도자들이 폭탄 돌리기를 하는 것 같이 보인다. 자기 임기 때는 그저 터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교회로 눈을 돌려보면 이 하산의 속도는 어지러울 정도이다. 올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어느 장로교단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실시한 교회를 통계를 내 보았더니 54%의 교회가 여름성경학교나 교회학교의 여름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아예 성경학교를 할 아이들과 학생들이 없는 것이다. 우리 감리교단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작은 교회, 도시의 개척교회, 농어촌교회 등은 여름 성경학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학생도 교사도 없는 실정이다.

작년부터 최윤식목사가 『2030 한국교회의 미래지도』라는 책에서 예측했듯이 이미 인구통계학적으로보나, 경제적으로 보나, 종교적으로 보나 이미 우리나라 교회는 하산중이다. 그런데 소위 교단의 리더라는 분들은 이 문제에 대하여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당신이 담임하는 교회는 아직 교회 교육부서가 살아 있으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을 조금만 돌리면 여기 저기에서 하산의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교단은 이 하산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교회 개척을 지양해야 한다. 교회 통폐합을 위한 논의와 합리적인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교역자 은급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 신학교에서는 시대를 읽을 줄 알고 준비하는 목회자들을 만들어 내고, 교역자 연수과정을 강화하여 이 시대를 준비하는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범 교단적으로 시대적인 강력한 위기 앞에서 대응하고 준비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산에서 잘못 내려오면 자신도 뒹굴고 다치지만,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우리의 후배들은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중상내지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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