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원문] 한국 감리교인 신앙생활과 의식 조사연구
[발표원문] 한국 감리교인 신앙생활과 의식 조사연구
  • KMC뉴스
  • 승인 2014.07.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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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감리교인, 그들은 누구인가?
‘ 한국 감리교인의 신앙생활과 의식에 대한 조사연구’를 중심으로

이원규 목사(실천신대 석좌교수)

한국 개신교는 짧은 선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영혼을 구원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의를 실천하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그동안 이루어 낸 성장과 발전은 눈부신 것이었다. 이제 교회 수는 8만 여 개에 이르고, 교인 수도 900만 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지난 50년 동안 교회 수는 16배로 늘었고, 교인 수도 15배로 증가했다. 여기에 한국 감리교회도 크게 기여했다. 감리교회는 이제 6,396교회와 155만 8,000명의 신도를 가진,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교파 중 하나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교계와 사회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고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한국 교회는 또한 신앙적 열정에서도 세계 제일을 자랑한다. 새벽기도회, 금요 철야기도회와 수요예배를 드리는 유일한 교회, 십일조 헌금을 의무 헌금으로 드리는 유일한 교회, 구역회나 속회 모임이 가장 활성화된 교회, 주일성수를 가장 잘 하고, 기도와 성경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는 교인을 가진 교회, 교리적 믿음의 수준이 가장 높은 교회가 한국 개신교이며 한국 교인들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선 교인이 줄고 있다. 감리교회를 포함하여 한국의 주요 교파의 교인 수가 최근 계속 감소하고 있다. 감리교회만 하더라도 지난 3년 사이 교인 수가 3만 명이나 줄었다. 교인들의 신앙적 열정도 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부흥회 등 신앙 집회에 참석하는 교인이 줄고 있으며, 문을 닫는 기도원이 늘고 있다. 전도는 잘 안 되며 헌금도 줄고 있다. 수평이동이 아닌 새 신자는 날로 감소하는 반면에, 교회를 떠나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한국 교회의 눈부신 성장과는 반비례하여 사회적 공신력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영성, 도덕성, 공동체성을 상실하면서 한국 교회는 사회적 존경과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종교로 전락했으며, 반(反)기독교 운동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 상실에는 감리교회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동안 분쟁과 파벌싸움, 일부 교회와 교계 지도자들의 부도덕성 때문에 감리교회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교회, 그리고 감리교회는 변해야 한다.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어쨌든 변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미래는 없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첫 걸음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문제를 바르게 진단할 수 있어야 이에 대한 처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태조사와 의식조사를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본 조사연구는 감리교인은 어떻게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인구학적, 종교적 실태는 어떠한지, 교회와 사회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어떤지, 감리교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어떤지 분석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하여 우리는 오늘날의 감리교회, 나아가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문제에 대하여 이해하고, 이에 대한 교단적, 개 교회적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감리교 출판국의 주관과 감리회본부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감리교 평신도 대상으로 하되 한국 갤럽에 의뢰해 전국 단위의 표본 2,016명에 대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한 달간 조사가 실시되었다. 통계 처리된 조사 자료를 본 연구자가 분석했다. 조사 결과는 약 60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작성될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 개요를 몇 가지 특징적인 주제에 따라 소개하기로 한다.

1.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감리교인

감리교인의 인구학적·사회경제적 배경이 단일하거나 단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전형적이거나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했다. 감리교인의 다수인 70%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 다음으로 감리교인이 많은 지역은 충청권이다. 감리교인은 한반도 기준으로 중부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반면에 영호남 지역의 감리교 교세는 매우 약하다. 이에 따라 감리교회는 남부 지역에서 소수인으로서 서러움을 당할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 보수성이 매우 강한 타 교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기까지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 교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감리교인의 교육과 수입 수준은 한국 평균에 비해 상당히 높다. 이것은 몇 가지 의미를 함축 하고 있다. 첫째로, 감리교인의 신앙 성향은 점차 지성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교회에서의 목회 방향과 정책은 앞으로 보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로, 목회자는 자신의 지적인 수준 향상을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리교회는 전형적인 중산층 교회임을 알 수 있다. 교회의 분위기나 프로그램, 그리고 목회자의 설교 내용이 중산층 수준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도시 빈민이나 미숙련 노동자 계층은 소외감을 느끼며, 교회를 외면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교회 안의 하류 계층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교회에서 성품이나 신앙이 아니라 교육이나 수입 수준에 따라 교인들이 평가받을 위험성도 내재해 있다. 교인들이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 평가 받으며, 모두가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모든 종교, 모든 교파에 해당되는 일이지만, 감리교의 젊은 층은 적고, 장년과 노년층은 많다. 고령화 현상에 따라 앞으로는 노년층 교인 비율이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노인목회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감리교인 중 30, 40대가 적지 않다(49%)는 점이다. 이들의 자녀 세대는 대개 교회학교에 다닐 나이이기 때문에 교회의 신앙적 대물림에 도움이 될 것이다.

2. 한 번 감리교인이면 영원한 감리교인

이번 조사에서 보면 감리교인의 절대 다수가 과거에 다른 종교를 가진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이것은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신앙을 대물림하며, 타종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대개 처음부터 가족과 똑같은 종교를 가진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종교 간의 이동이 별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현재 자신의 종교에 머물든지, 아니면 아예 종교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교인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무종교인으로부터의 개종에 의한 것이든지, 아니면 수평이동, 즉 다른 교회 교인이 옮겨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에 대한 무종교인의 신뢰도는 아주 낮기 때문에, 성장하는 교회는 대개 수평이동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인은 대체로 감리교를 통해서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한 경우가 많으며, 앞으로 타종교나 타교파로 옮겨갈 의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리교에 대한 충성심이 감리교인에게는 매우 강한 것이다. 이것이 감리교회가 특별히 좋아서인지, 교파를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아니면 감리교회인 현재 교회에 그런대로 만족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한 번 감리교인이면 영원히 감리교인이라는 정서가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기혼자의 경우 대부분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신앙생활을 한다. 물론 그들의 가족도 모두 감리교인일 것이다. 남편 혼자 믿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에, 아내 혼자 믿는 경우는 약간 있다. 그러나 기혼 감리교인의 부모가 개신교를 믿는 비율은 절반에 머문다. 미혼인도 20% 정도는 부모가 개신교를 믿지 않고 있다.
감리교인이 전도해야 할 우선적인 대상은 바로 집 안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종교에 대해서는 가족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비신자 가족에 대한 전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3. 신앙생활 잘 하거나 잘 하지 않는 감리교인

감리교인 가운데 개인적으로 매일 기도하는 사람이 절반,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성경을 읽는 사람도 절반이나 된다. 그러나 감리교인의 1/4은 기도를 거의 하지 않거나 가끔만 한다. 1/3 이상은 성경을 읽지 않거나 가끔 생각날 때만 한다. 다수가 기도와 성경읽기 같은 신앙생활은 잘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인들도 적지 않다. 기도와 성경읽기는 기독교 신앙생활의 기본이다. 신앙적 기본이 약한 교인들을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기도 모임이나 성경공부 모임을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기도와 성경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킬 것인가? 아마도 두 가지 방법이 다 필요할 것이다.
감리교인 가운데 십일조 헌금을 내는 사람은 2/3나 된다. 이것은 전체 개신교인의 십일조 비율이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사회적 구제나 봉사 활동을 하는 감리교인은 1/3에 머물고 있다. 교회가 헌금을 잘 내야 한다는 것은 강조하지만, 교인의 봉사적 책임에 대한 가르침은 소홀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 성결과 함께 사랑과 정의 실천을 통한 사회적 성화를 강조하는 감리교회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계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사 결과에서 지난 1년간 전도 경험이 있는 사람은 1/4 정도이다. 비신자는 이미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반종교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특히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전도를 하는 것은 오늘날 매우 어렵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전도 받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교회의 전도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이제는 전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감리교인은 신앙서적을 별로 읽지 않고 있다. 교회가 분기별로 좋은 신앙서적을 선정해서 전 교인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등의 시도를 해 보면 좋겠다.
이렇게 감리교인은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잘 하거나 잘 하지 않는 두 부류로 크게 구분되고 있다. 그리고 신앙생활의 내용에 있어서도 헌금을 잘 내고 기도와 성경읽기는 잘 하는 편이나, 봉사와 전도는 잘 하지 않는 편중성이 드러나는 바, 이러한 신앙적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 가까운 사람과 함께 교회생활 잘 하는 감리교인

감리교인의 다수가 ‘날 때부터’ 혹은 ‘결혼 후’ 처음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앙과 교회 생활에는 가족, 특히 부모와 배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과 ‘혼자’보다 ‘함께’ 하는 신앙이 더 견고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가족 가운데 혼자만 믿는 사람보다는 가족 일부가 믿는 사람이, 일부만 믿는 사람보다는 가족 모두가 믿는 사람의 경우 종교성이 더 강하다. 일상생활도 그렇지만 특히 신앙생활, 교회생활에서는 가족이 함께 할수록 삶의 만족도는 높고 가족관계도 돈독해질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교회 나오는 운동을 전개해볼만 하다.
적지 않은 감리교인이 또한 19세 이전 학생시절에 처음으로 교회에 나갔다. 이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종교적 사회화는 어릴수록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종교적 개종이나 회심은 장년기나 노년기 보다는 주로 청소년기에서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모든 연령층에 대한 선교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그 효과가 가장 큰 10대에 특히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어서 둘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교회의 교회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교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단연코 교회교육이다.
모태신앙의 경우를 제외하면 감리교인이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다른 사람의 전도’에서였다. 전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전도한 사람은 대부분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낯선 사람의 전도에는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 가까운 사람의 경우에는 다르다.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는 부모의 영향으로, 자라면서는 친구의 영향으로 종교에 입문하는 경향이 있다. 전도는 가족과 친구의 경우가 가장 효과적임을 감안해서 교회 차원의 전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5. 한국 교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감리교인

감리교인이 생각하는 한국 교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봉사와 전도이다. 감리교인은 한국 교회가 많은 인적 ‧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봉사에 인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열심히 구제 봉사를 하는 교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교회 혹은 감리교회(교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사회봉사를 하는 수준에는 미흡하다고 인식한다. 전도를 중요시하는 것은 성장이 안 되는 한국 교회 전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결과일 수 있다.
감리교인은 한국 교회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는데,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다. 가장 심각하다고 보는 한국 교회의 문제는 ‘교파분열과 파벌,’ ‘물량주의, 배금주의,’ ‘그리고 ’팽창주의/성장 제일주의‘이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싸우고 갈라져서 300개가 넘는 교파로 분열했고, 개 교단이나 교파연합단체에서도 파벌 다툼이 그치지 않았다. 한국 교회는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물질주의와 물량주의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영성을 잃고 세속화되었다. 또한 신앙의 본질을 추구하기보다는 외적인 팽창과 성장에만 집착하면서 개 교회주의에 빠져들었다. 이 문제들은 비개신교인 뿐만 아니라 개신교인도 마찬가지로 비판하는 한국 교회의 치명적인 약점들인데, 이에 대해서는 감리교인도 똑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리교인은 해결되어야 할 가장 심각한 한국 교회의 문제는 첫째, “양적 팽창/외형에 너무 치우친다”는 것, 둘째, “교파가 너무 많다/단합이 안 된다”는 것, 셋째, “세속화/세상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또한 감리교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감리교인이 지적하는 한국교회의 문제적인 현실, 특히 성장 제일주의, 교파분열, 그리고 세속화는 바로 감리교회를 향한 비판적 시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문제들은 한국 개신교회가 맞고 있는 사회적 신뢰 위기의 근원이기도 하다. 감리교회는 개 교회 차원이나 교파 차원에서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갱신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6. 어쩌다 지금 교회를 다니게 된 감리교인

감리교인은 다수가 중형 이상 규모의 교회에 다닌다. 이것은 교회가 클수록 교회 지도자가 명성을 가지며, 풍부한 인적 물적 시설 자원에 힘입어 교회 프로그램이 풍성하며, 또한 익명성을 보장받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감리교인이 현재 출석하는 교회에 다닌 기간은 평균 12년 반이다. 이것은 잦은 거주지 이동과 결혼 등으로 교회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감리교인의 2/3 이상이 과거 다른 교회에 다니 적이 있었다. 현재 교회로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혼을 했거나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감리교인이 그동안 다닌 교회 수는 평균 2.74개로 나왔다.
감리교인이 현재 교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아서,” “거리가 가까워서,” “가족이 다녀서”였다. 목회자, 거리, 가족이 현재 교회에 다니는 중요한 요인이다. 도시 개신교인은 이사를 하게 되면 멀어도 다니던 교회에 계속 나가지만, 뿌리가 깊지 않은 교인들은 대개 근처의 교회들을 두루 다니면서 새로 나갈 교회를 찾게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목회자의 성품과 영적 자질이다. 한 번 찾아갔던 교회로부터 발을 돌리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목회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일 것이다. 새 신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주로 목회자의 역량임을 목회자는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네 혹은 같은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가운데 전도 대상을 찾든가, 아니면 내 교회를 잘 소개하여 인도하려는 교인들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 감리교인은 무엇보다 이웃에게 신뢰를 받도록 처신을 잘 해야 한다.

7. 내가 다니는 교회를 좋게 보는 감리교인

감리교인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대하여 상당히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불만이 있으면 교회를 옮기든가, 아예 교회에 안 나가든가 했겠지만, 어쨌든 소속 교회를 좋게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감리교인은 매 주일 설교에서 은혜를 받고 있으며, 주일 예배는 한 주를 살아가는 데 있어 힘이 되고, 교회를 통해 삶의 방식과 태도가 변하며, 이에 따라 주일이 기다려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당히 모범적인(?) 교인들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예배 순서 및 진행, 성경공부, 교회학교의 교육, 기도회, 속회 조직과 활동, 남녀 선교회 활동, 각부 보직과 활동, 선교와 전도, 사회봉사 활동, 신앙 및 생활 상담, 성도간의 사귐 등 교회의 사업이나 일에 대하여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비율도 높다. 그러나 대개는 ‘매우’가 아니라 ‘어느 정도’라고 답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교회의 사업이나 일이 크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감리교인은 출석교회의 조직 활동에 있어 약간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그 활동이 다소 활발하고 합리적이며 민주적으로 운영되지만, 인적 자원과 예산 자원은 부족하고 참여가 활발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교회의 양육 프로그램은 대체로 “잘 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다수가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교인들이 교회의 양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와 흥미를 부여해야 한다. 헌금은 교육과 봉사 영역에서 특히 소홀히 사용한다고 보는데, 앞으로 예산을 편성할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감리교인은 지금의 담임 목회자에 대하여 상당히 우호적이다. 목회자가 권위적이 아니며 교인들의 필요를 잘 이해한다고 했다. 그들은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영적 권위’를 꼽는다. 이것은 영적 권위가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잃은 목회자가 적지 않다는 일반적인 의식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 목회자에게는 또한 강한 리더십, 말씀의 능력, 확고한 소명감도 요구한다. 감리교인은 이웃 가정 사회 민족 인류 등과 관계된 사회적 주제보다는 주로 구원 믿음 치유 축복과 관계된 개인적인 주제의 설교를 선호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믿음은 좋지만 삶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회의식이 결여된 신자만 많아진 한국 교회의 전형적인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목회자는 교인들의 호, 불호에 좌우되지 말고 필요한 모든 주제를 다양하게 설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하여 개인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구원도 중요시하는 통전적 구원관을 확립해야 하겠다.
감리교인의 절반이 현재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으며, 그리고 2/3 이상이 미래에도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감리교인 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현실을 볼 때 자신의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착각일 수 있다. 또한 출산율 감소, 사회경제적 수준의 향상, 그리고 개신교의 낮은 신뢰도를 감안해 미래 한국 교회가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종교사회학자들의 예측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래에 교회가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은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이것은 교회의 현실과 전망에 대한 감리교인의 판단 수준이 낮든가, 아니면 목회자가 잘못된 인식을 교인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위기의식 없는 미래적 대안은 불가능한 것이기에 교회에 대한 감리교인의 그러한 부정확하고 안일한 생각은 염려스럽다.

8. 감리교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우려하는 감리교인

한국 감리교인은 자신이 감리교인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교파주의라기보다는 감리교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교단의 혼란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감리교인이 감리교에 대해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문제는 사람이며 제도이지 감리교 자체는 아니라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것은 고무적이고 감사할 일이지만, 한편 교회 지도자들은 이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감리교인은 감리교의 장점을 무엇보다 ‘뜨거운 신앙 전통’과 ‘적극적인 복음의 열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그러나 감리교인은 한국 감리교회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 한국 감리교회의 문제는 무엇보다 ‘학연과 관계된 파벌,’ ‘과열된 감독 선거제도,’ ‘서클 중심의 교단 정치’라고 지적한다. 한국 감리교회의 고질적인 병폐는 파벌과 교단 정치라는 문제적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모두 목회자, 특히 교단 지도자들의 세속성 · 부도덕성과 관계된 것이다. 결국 한국 감리교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특히 교계 지도층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학연과 서클 중심의 파벌과 갈등을 극복하고 감독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감리교인이 감리교회를 떠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한국 감리교회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감리교인은 감리교회의 향후 바람직한 변화 방향에 대해서 폭넓게 제안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대개 목회자와 교계 지도자들에 대한 주문이다. 중요한 것으로 지적하는 것은 ‘목회자의 윤리관 확립’ ‘감독 선거제도의 개선’ ‘파벌싸움 극복’ ‘성장 제일주의 지양’ ‘올바른 삶의 실천’ ‘봉사활동의 적극적 실천’ 등이었다. 그러나 개 교회별로는 심각한 문제가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헌신 부족”과 “교인들의 약한 신앙적 열정”이라고 지적했다. 교인들의 열정이 식어가고 헌신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교회 침체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개 교회별로도 감리교인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9. 중도적인 사회의식과 보수적인 윤리관을 가진 감리교인

감리교인의 이념적 성향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우리나라가 극단적인 좌우 이념적 대립 구도로 심한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감리교인이 화합과 일치를 지향하는 중도 통합의 역할을 하면 좋겠다. 그러나 감리교인 역시 세대 간에는 이념적 성향의 차이가 크다. 통일문제에 있어서도 감리교인은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보인다. 즉, 통일은 남한식 자유 민주체제가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면서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감리교인은 매우 적극적인 사회봉사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순 구제봉사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복지 활동, 나아가서 사회운동까지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것이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지,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는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는 감리교인이 더 많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 부조리나 인권 침해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다. 이것은 아마도 그런 일들은 전문적인 진보적 사회운동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혼, 인공유산, 음주, 흡연, 혼전과 혼외 성관계, 동성애, 뇌물 제공 등의 윤리적 가치관에 있어 감리교인은 매우 보수적이다. 개신교인 전체 대상의 조사 결과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성향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조사 방법이 교회를 방문하여 일대일 대면 면접을 통한 것이었기에, 피조사자는 사실보다 상당히 보수적인 것처럼 과장되게 응답했을 가능성이 많다.
가족관계(부부관계), 직장생활(학교생활), 친구관계, 살림살이(경제형편), 문화(여가)생활 등 삶에 있어서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족하라는 종교적 가르침 때문에 일반적으로 종교인의 삶의 만족도 수준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개신교인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항상 조사되었다. 그러나 감리교인의 삶의 만족도 수준은 개신교인 평균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그것이 웨슬리적인 감리교 가르침 때문인지, 아니면 감리교인의 사회경제적 수준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너무도 모범적인, 그러나 이중적인 감리교인

조사 결과 감리교인은 전형적인 개신교인임을 알 수 있다. 종교실태, 신앙생활, 교회생활, 교회의식, 출석교회에 대한 평가, 일반적인 가치관 등에 있어 감리교인은 보통의 개신교인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개는 날 때부터, 혹은 어린 시절에, 혹은 결혼 후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주로 가족과 함께 교회에 나간다. 주일 성수, 기도생활, 성경읽기, 그리고 헌금 등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다. 교회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회의식도 건전한 편이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감리교인에게는 이중성이 보인다. 그들은 한국 교회에 대해서는 부도덕하고 세속화 되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자신의 출석 교회는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교회의 목회자는 정치적이고 분파적이며 성공 지향적이지만, 자신의 교회 담임 목회자는 문제가 없는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국 교회는 문제지만, 우리 교회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문제는 우리 교회가 아니고 다른 교회야! 문제는 우리 목사님이 아니고 다른 목사님이야!”
감리교인은 한국 교회가 공신력을 잃게 된 것은 주로 교회 지도자 탓이라고 본다. 물질, 권력, 명예에 집착하는 교계 지도자들의 세상적인 욕심이 한국 교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감리교에 적용해 보면 가장 문제적이라고 지적되는 학연과 서클 중심의 파벌싸움, 과열된 감독선거 제도, 그리고 낮은 윤리의식 등은 모두 목회자, 특히 교단 지도층의 문제들이다. 한국 교회의 문제는 결국 성직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문제는 우리 평신도가 아니고 교회 지도자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교단 지도자가 바로 서야 목회자가 바로 서고, 목회자가 비로 서야 평신도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감리교인을 포함한 한국 교인의 문제는 무엇인가? 신앙의 이중성이 아닐까 한다. 일단 그들의 믿음은 좋다. 이것은 하나님 잘 믿고, 교회 잘 나오고, 열심히 기도하고 성경 읽으며, 열심히 헌금하고 전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신앙의 다른 차원, 즉 열매 맺는 삶의 문제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랑을 실천하고 사회정의를 수립하는 일에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큼 바르고 착하고 진실 되게 사는 삶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그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믿음이 아니라 삶이야!”
감리교를 포함하여 한국 개신교는 지금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요인, 높아지고 있는 사회경제적 수준, 그리고 매우 낮은 사회적 신뢰도 수준 등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다행히 아직도 한국 교회 교인들은 신앙적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교회가 그동안 양적으로 성장했고, 믿음이 좋기는 했지만, 영성과 도덕성과 공동체성을 상실함으로 신앙의 본질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신력도 함께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교회는 성장과 성숙을 함께 지향하는 교회, 교인의 믿음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교회, 개 교회 중심에서 지역사회 봉사를 우선하는 교회, 조직보다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감리교인은 한국 교회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필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삶이요 실천이다. 변화를 위한, 갱신을 위한 감리교회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감리교회의 목회자와 교계 지도자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기사 편집상 원문에 있던 각주는 생략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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