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는 매주일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각 선교회별로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합니다. 6월 30일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설거지를 하는 선교회원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설거지를 하던 선교회원이 대답합니다. “뭘요, 다 하는걸요 .” 그때 다른 선교회원이 말합니다. “목사님, 이번달은 5주래서 한주 더 수고한대요.”
순간, ‘한주 더 수고한대요’ 라는 말이 귓전에 꽃혔습니다. ‘다른 선교회보다 한주 더 수고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한 주 더 수고하시는 분들의 노고가 생각났습니다. 다른 선교회는 4주 봉사하는데 한주 더 봉사하는 것이 그리 큰 일이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목사 입장에서는 더 많이 수고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위원회 시간에 말했습니다.
“5째주는 주방을 쉬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들은 여선교회장님, 얼굴이 환해집니다. “그러면 좋죠” 달력을 보니 석달에 한번씩 5주가 있었습니다. 분기별로 한번씩 쉬면 될 것 같았습니다. 기획위원들도 찬성했습니다.
9월 첫날, 9월 일정표를 나누어주면서 말합니다. “9월 마지막 주는 주방이 쉽니다. 애찬 대신 빵으로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9월이 시작되고 마지막 주가 다가옵니다. “애찬이 없다고 하니 1부 예배에 많이 올거야”, “혹시 밥 안 먹는다고 안오는 사람도 있을까?”, “오히려 점심이 없으니 속회별로 모이지 않을까?” 별별 생각을 하면 주보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광고문을 써 놓았습니다.
“오늘은 주방이 쉬는 날입니다. 그동안 주방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그 밑에 주방팀의 명단을 주욱 적어 놓았습니다.
드디어 9월 마지막주, 1부 예배에 많이 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늘 오던 분들만 왔습니다. 2부 예배 밥 안 주면 안올까 하던 생각이 틀렸습니다. 밥을 먹던, 안먹던 교회와서 예배드릴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방팀이 애찬을 준비하느라 늘 1부 예배를 드렸는데, 그날만큼은 2부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 일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번 멈추었습니다. 아니 앞으로 5째주 있는 날은 멈추려고 합니다. 주방팀도, 설거지하는 선교회도 여유가 생깁니다. 예배를 마치고 속회예배를 드리는 성도님들도 있습니다. 서로 식사를 하는 성도님들도 있었습니다.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성도님들도 있었습니다.
주방과 설거지 오후예배는 쉬었지만 오히려 성도님들은 더 열심히 모이고 사랑했습니다.
저는 어땠냐구요? 무척 허전했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교회를 한번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찍 떠난 교회, 저도 오랜만에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주일의 쉼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다음 달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5째 주일, 주방이 쉬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